[스케일업 코리아] 헬로월드 : 생각보다 복잡한 음식배달 서비스, POS에서 한번에 해결
지난 1월 '2019 스케일업 코리아' 기업 공모에 50여개의 기업이 응모한 바 있습니다. 대부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었지만 이들 모두를 지원하기에는 프로젝트 팀의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최종적으로 5개 기업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응모 기업 중 아깝게 함께 하지 못한 일부 기업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도 현장에서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신 이 기업들을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소개할 스타트업은 주문 및 배달 대행 통합 POS 솔루션 '포스피드(posfeed)'를 서비스하고 있는 헬로월드입니다.
< 헬로월드 서민수 대표 >
국내 음식배달 시장 규모는 15조 원에 이를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배달 음식업체와 배달 App뿐만 아니라 배달 대행 서비스, 식재료 공급업, 이를 연결하는 시스템과 솔루션 등 에코 시스템도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 생태계의 중심에 있는 음식 업체는 여러 개의 배달 App과 배달 대행 서비스마다 서로 다른 시스템을 제공하기 때문에 관리 포인트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복잡함을 해결하려는 솔루션이 헬로월드의 '포스치드'다. 헬로월드 서민수 대표는 어떻게 이런 사업을 준비하게 됐을까?
배달 App '철가방'을 아시나요? 8년차 스타트업 헬로월드
스스로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하는 헬로월드 설립일은 2011년 10월 10일이다. 어느새 8년차…, 스타트업이라는 소개가 무안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창업 아이템도 바뀌었고, 팀원도 많이 바뀌었다. 헬로월드 서민수 대표는 "존폐의 위기도 있었지만, '잘 버텼다'고 말하고 싶네요"란다. 초기 서 대표와 알았던 한 VC는 몇 년만에 그를 다시 만나 '헬로월드? 아직도 하고 있어?'라고 놀란다. 사실 기자도 당황했다. 8년차 스타트업이라니.
헬로월드의 첫 창업 아이템은 배달 App '철가방'이었다. 현재 배달 App 3대장이라고 하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보다 서비스 시작은 1년 정도 빨랐다. 무엇보다 모바일에서 결제까지 연동되는 서비스는 철가방이 가장 빨랐다. G마켓, 11번가, 옥션 등 오픈마켓에서도 철가방을 통해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었다. 서 대표는 "초기에 생각보다 잘 됐습니다. 경쟁사도 아직 없었고. 사무실 이전과 투자 유치 등으로 사업 전망도 좋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상하다. 잘 되던 사업이라는 설명과 달리, 헬로월드는 철가방이 아닌 다른 서비스로 기자를 만났다. 이유를 묻자 그는 "중국집에 우리 철가방 App으로 주문해서 음식을 배달시켰는데요. 배달원이 와서 그러더군요. 철가방 말고 전화로 주문하시면, 군만두를 서비스로 주겠다고. 철가방으로 나가는 수수료에 대한 한탄이었어요. 배달원 이야기를 듣고 '이건 우리가 바라던 모습이 아닌데'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 '사장님 우선'을 강조한 서민수 대표 >
서 대표가 헬로월드를 창업하고, 철가방을 기획한 이유는 '소상공인을 위한다'였다. 대학교 3학년 때 자주 가던 단골 치킨집 사장님이 닭 튀기다가 전화오면 장갑 벗어서 주문 받고, 다시 장부에 적는 그 모습을 보며 '조금 더 편한 주문 접수'를 생각했던 것.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장님에게 오히려 피해를 줬다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그렇다고 수수료를 줄이니, 손익 계산으로 답이 없었다. 그렇게 다시 '사장님을 위한 서비스'로 기획한 것이 포스피드다.
주문 접수와 배달 대행을 한번에, 포스피드
서 대표는 포스피드 설명을 부탁한다는 말에 '사장님'을 강조했다. 그가 설명하는 말에 '사장님들이 원하는', '사장님을 위한', '사장님들의 불편함 해소'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음식점,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헬로월드의 처음 목표에 집중했다.
포스피드는 주문 접수, 배달 대행 등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통합 POS 솔루션이다.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식점이 주요 서비스 대상이다. 배달 음식 시장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많은 것이 바뀌었다. 광고는 전단지에서 배달 App, 배달 주문은 전화에서 전화+배달 App, 배달은 자체배달에서 자체배달+배달대행, 주문접수는 전화에서 프로그램+단말기+문자+배달 App 등으로 복잡해졌다.
< 음식주문 및 배달행태의 변화, 제공: 헬로월드 >
예를 들어보자. 매장 홀과 배달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중국집이 있다. 홀 관리를 위한 POS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대부분 홀 포스, 홀 관리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음식점 카운터에서 계산할 때 사장님이 손가락으로 클릭해 계산해주는, POS기를 생각하면 된다. 매장 관리는 POS기+홀 포스 프로그램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이제 배달 주문이다. 사장님들은 홀 포스 프로그램과 함께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배달 App 주문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여기에 기존 전화주문에 대응하기 위한 단말기도 필요하다. 주문이 들어오면 주문표를 인쇄하고, 영수증을 끊는다.
다음은 배달대행이다. 자체 배달원을 고용하고 있다면 상관없지만, 요즘 배달전문 음식점은 대부분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 '생각대로', '바로고(barogo)', '부릉(VR)', 'ZC제트콜', '전국배달대행연합', '달리고', '빨리와', '로드V보이', '배달시대', '우리사이', '와따' 등이다.
즉, 홀 관리하며, 여러 채널(전화, 문자, 배달 App 등)로 들어로는 주문을 받고, 받은 주문은 주문표와 영수증 처리하며, 다시 배달대행을 불러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을 손으로, 수기로 입력해야 한다. 주문이 많아지는 점심, 저녁 피크타임에는 '지옥'이다. 몇 가지 프로그램을 오가며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행여나 주소를 잘못 적으면 엉뚱한 곳으로 배달갈 수도 있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일 경우에는 매출정보도 따로 입력해야 한다. 본사에서 필요로 하는 매출 관리와 식자재 재료 등을 체크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데 약 2분에서 3분 정도가 소요된다. 혹여 주문을 받는 알바생이나 카운터 직원이 없다면, 요리하는 사장님이 오가며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 포스피드로 고치고자 하는 불편함, 제공: 헬로월드 >
포스피드는 여기에 집중한 서비스다. 장사가 안되고 스트레스지만, 잘 되도 '콜 노이로제'에 걸리다는 사장님들의 불편을 바라봤다. 요리, 홀 관리, 주문, 매출 기록, 배달대행 콜 등 음식점에서 필요한 일련의 과정을 통합 관리해 제공해, 불필요한 반복작업을 줄이는데 노력했다.
처음엔 쉽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노가다였어요.
포스피드를 기획한 뒤, 실제 구현까지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쉽지 않았다. 서 대표는 "주문 관련 솔루션을 통합하기 위해 R&D를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은… 한마디로 '노가다'였습니다. 아니, 굉장한 노가다였어요. 프로그램 개발뿐만 아니라, 기존 POS기에도 대응해야 하는, 방대한 작업이었죠"라며 웃었다.
문제는 기존 POS기, 하드웨어였다. 서 대표의 말에 따르면, 전국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POS기와 프로그램은 약 60여 종(헬로월드 집계로 더 많을 수 있다)이다. 그리고 발신번호를 표시하는 CID 단말기는 20여 종. POS기와 CID 단말기 조합만으로 발생하는 경우의 수가 1,200가지였다. 음식점에게 포스피드를 설치한 POS기를 판매할 수는 없었기에 경우의 수에 하나씩 대응했다. 10년 전 구매한, 윈도XP와 RAM 1GB에 불과한 시스템에도 포스피드를 적용시켰다.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이었다.
< 헬로월드 포스피드 개발자 책상 위에 POS기가 놓여 있다 >
POS기, CID 단말기 대응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난 뒤, 현장에서 테스트하며 또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각 음식점 사장님들은 영수증을 맞춤 조정(Custom)해서 사용한다. 대부분의 사장님이 영수증에 기입하는 내역의 위치와 글자 크기 등을 편하게 바꾼다. 배달 중심 음식점은 주소를 크게, 국내산 재료를 강조하는 음식점은 원산지 정보를 길게, 어떤 음식점은 전화번호를 크게 기입한다. 서 대표는 "정확하게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POS기, CID 단말기, 영수증 타입 등을 더해본 결과 580만 가지 경우의 수가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노가다를 시작했다(서 대표 얼굴에는 허탈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매일 아침 수많은 타입의 영수증 샘플을 직원들과 함께 손수 기입했다. 그렇게 입력한 샘플만 약 30만 개. 허투루 할 수도 없었다. 주문 들어온 정보를 배달대행으로 연동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 포스피드를 사용 중인 음식점 화면, 제공: 헬로월드 >
가장 어려웠던 시간이다. 2018년 6월 1일, 시장에 포스피드를 선보이기까지 개발 기간만 5년에 달한 이유다. 그리고 이제 자동화를 끝냈다. 지난 노력으로 알고리즘화 하는데 성공했다. 이젠 음식점에서 어떤 채널로 주문을 받더라도, 배달대행까지 한번에 연결된다. 서 대표는 "안정성도 높습니다. 해냈죠"라고 말한다.
음식점에서 꼭 필요로 하는 정산 기능도 자동으로 지원한다. 배달의민족은 일주일에 한 번, 요기요는 한달에 두 번, 배달통은 2주 또는 3주(음식점 선택)에 한 번 등 카드 결제 정산 처리일이 조금씩 다르다. 배달대행 업체에게 대행료를 지급하는 날짜도 각각이다. 현금 흐름 확인을 어렵다는 음식점 요청에 맞춰 정산 처리 기능을 추가했다.
< 포스피드 정산 기능, 제공: 포스피드 >
포스피드, 아직 끝나지 않은 업그레이드
현재 월 신규 포스피드 가입자는 약 500곳이다. 대부분 배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음식점으로, 유료 과금 기준 월 이탈률은 3%(3% 중 절반은 폐업)에 불과하다. 누적 가맹점 수는 2만 8,000곳 이상, 월 평균 거래건수는 200만 건 이상이다. 올해 말이면 BEP를 맞춰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시장에 선보인 지 1년만의 성과다.
전국 주요 배달대행 업체는 50여 개로 추산되는데, 지난 1년 동안 포스피드가 연동을 완료한 업체는 20개 이상으로 주요 업체는 대부분 완료했다. 배달대행 업체 연동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먼저 다가가지 않아도 이제 각 배달대행 업체가 먼저 포스피드를 찾는 수준이다. 각 배달대행 업체가 음식점에게 포스피드를 먼저 나서서 알려줄 정도로 영업에 도움을 받고 있다.
< 포스피드를 적용한 강남구의 한 음식점 모습 >
포스피드 이용료는 월 3만 원이다. 약정 기간도 없고, POS기나 기타 단말기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 월 단위로 이용하다가 중간에 해지할 경우 일할 계산으로 요금을 지급할 수 있다. 음식점 사장님들의 요구사항은 끝까지 따라가겠다는 것이 전략이다. 올해부터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인 '세무 기장 자동화' 서비스도 내년에 적용할 계획이다.
< 포스피드는 주문 접수부터 배달대행 콜까지 자동 연결한다 >
시장 상황도 나쁘지 않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있지만, 연동할 수 있는 POS기, CID 단말기, 주요 배달 App, 배달대행 업체 수 등에서 차이가 크다. 지난 수년간의 경험으로 기술 개발력에 대한 자신감은 충분하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성공에 대한 절박함도 엿보인다. 2016년 35명이었던 직원은 2년 전부터 구조조정을 거쳐 현재 15명으로 줄였다. 올해 안에 흑자 전환할 수 있는 주 요인 중 하나다.
<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인 포스피드 전략, 제공: 헬로월드 >
마지막으로 서 대표는 "지금 음식점은 POS기 구매비용, CID 단말기 구매비용,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광고료 및 수수료, 배달대행 수수료 등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내고 있습니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자칫 손해를 볼 수 있는 실정"이라며, "포스피드는 사장님들의 의견을 듣고, 담았습니다. 반죽 묻은 장갑을 벗었다 꼈다 반복하는 사장님들의 불편함을 덜어 드리고 싶습니다. 사장님들에게 소중한 주문 1건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포스피드가 돕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