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음질 본연의 가치 추구한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 코원 플레뉴 D2
[IT동아 강형석 기자] 스마트폰 사용이 많다 보니 온라인으로 음원을 듣는 실시간 스트리밍 분야가 주목 받고 있으며, 그 규모도 점차 커지는 중이다. 그와 반대로 고해상 음원 분야는 힘을 쓰지 못하는 느낌이다. 실제로 고해상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던 그루버스가 4월부터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기도 했다. 물론, 이것으로 국내 시장 상황을 단정짓기 어렵지만 음원 소비에 대한 시장의 대응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청음자들은 제대로 된 고해상 음원을 전용 재생기(플레이어) 담아 듣는 것을 선호한다. 제대로 된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설계로 음원 본연의 감동을 느낄 수 있어서다. 최신 흐름과는 맞지 않아 보여도 디지털 시대에서 최고의 음악 감상을 위한 방법 중 하나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DAP)는 대부분 고가에 형성되고 있었다는 점인데, 이를 의식해 몇몇 제조사는 가격을 낮춘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를 내놓곤 했다. 코원의 플레뉴(Plenue) 시리즈도 그 중 하나. 무엇보다 고성능 부품과 수준 높은 설계로 완성도를 갖추면서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안해 시장을 형성해 왔다.
이런 코원이 플레뉴 D2를 선보이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입문형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의 성격을 품은 플레뉴 D2는 비록 30만 원 중반대 가격이지만 고성능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DAC)와 그간 호평 받은 다양한 자체 음장 효과를 탑재해 상품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간결한 디자인,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폭 53.1mm, 높이 79.2mm, 두께 14.9mm인 플레뉴 D2는 한 손에 폭 담길 정도로 작다. 무게도 97g 가량으로 가볍기 때문에 휴대에 부담이 없다. 흔히 고급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DAP)의 덩치가 어지간한 스마트폰 못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제품의 크기가 더욱 돋보이는 듯 하다. 부담 없이 들고 다니면서 음원이 품은 본연의 소리를 경험하기에 적합하다.
디자인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형태다. 실버와 블랙으로 대비를 줬는데, 금속 재질인데다 무광에 가까운 마감으로 묵직한 인상을 전달한다. 전면은 액정 디스플레이로 가득 채웠지만 위화감이 적게끔 설계했으며, 후면은 금속 재질 특유의 라인(브러시 라인)을 강조한 형태로 마무리했다. 작지만 그 동안 출시된 플레뉴의 디자인 철학은 잘 따르는 모습.
전면 디스플레이는 2.8인치에 240 x 320 해상도를 제공한다. 터치 조작을 통해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한 점이 특징. 대신 낮은 해상도와 더딘 반응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수긍되는 부분이지만, 한편으로 조금 더 선명하거나 화면 전환이 부드러웠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차기 제품에서 개선이 되길 희망한다.
측면에는 마이크로 SD 슬롯 1개(액정 전면 기준 좌측)와 조작 버튼 3개(액정 전면 기준 우측)가 제공된다 외부 저장매체는 128GB까지 지원하는데, 기본 용량이 64GB이므로 이를 더하면 총 192GB의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고해상 음원 및 기타 음원을 담기에 부족함 없는 수치다.
조작 버튼은 음량 조절을 시작으로 재생/정지 버튼, 이전/다음 곡 재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액정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전력 소모를 감안하면 버튼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성 자체는 복잡하지 않으므로 위치만 잘 기억한다면 활용에 어려움은 없다.
상단에는 음성 출력단자 2개와 전원 버튼 1개가 배치되어 있다. 음성 출력단자는 두 개가 모두 크기가 다른데, 하나는 3.5mm 언밸런스(일반 스테레오) 단자이고 다른 하나는 2.5mm 밸런스 단자다. 둘 다 좌우 채널 출력을 지원하는 스테레오 방식이지만 언밸런스는 하나의 출력 라인으로 좌우 소리를 분리하고, 밸런스는 출력 라인이 분리되어 있어 완벽한 좌우 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
흔히 대부분 헤드폰이나 이어폰은 3.5mm 단자를 지원하지만 일부 케이블 분리형 제품은 선택적으로 2.5mm 단자를 사용 가능하다. 대부분 고가 제품이 분리형 케이블을 지원하는데, 일부 중저가 제품에서도 분리형 방식을 지원한다는 점 참고하자.
선명하고 풍부한 음색 '귀가 즐거워'
이제 코원 플레뉴 D2에 음원을 저장한 뒤, 음원을 재생해 본연의 음질을 체험해 봤다. 다양한 음원을 확인하기 위해 24비트/96kHz 대역의 고해상 음원(FLAC)과 16비트/44.1kHz 대역의 음원(FLAC/MP3)을 사용했다. 플레이어는 별도의 음장 효과를 적용하지 않은 기본 상태에서 재생이 이뤄졌다. 음감 중에는 슈어(SHURE) SE535 이어폰과 미터스 뮤직(Meters Music)의 OV-1-B 헤드폰(유선)을 번갈아 착용했다.
처음 헤드폰(OV-1-B)으로 감상했을 때 음색이 풍성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착용한 헤드폰 혹은 이어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플레뉴 D2가 출력해내는 소리의 범위가 상당히 넓은 편에 속한다. 세밀한 악기의 소리와 보컬의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버무려 귀로 전달해 준다는 느낌이다. 중·저가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가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는가 생각했지만 비교적 잘 조율된 소리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뛰어난 음질의 비결은 속에 있다. 플레이어 내에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해 출력하는 DAC(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 - Digital Analog Converter)가 탑재되어 있는데, 시러스 로직(Cirrus Logic)의 마스터하이파이(MasterHIFI) 라인업인 CS43131 두 개를 사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시러스 로직은 DAC의 성능에 따라 마스터하이파이와 스마트하이파이 라인업으로 분류해 운영하고 있다. 전자는 고성능 플레이어나 앰프 등에 주로 쓰이는 것으로 CS 계열 DAC는 헤드폰 출력을 위한 증폭기를 포함한다. CS43131은 CS43130의 상위 라인업으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기본적으로 32옴 저항의 헤드폰(채널당 출력 30mW)부터 600옴 상당의 고저항 헤드폰(채널당 출력 5mW)까지 출력 가능하다.
또한 32비트/384kHz 대역의 음원까지 대응(기기는 24비트/192kHz 대응)하며, 음 왜곡률인 전고조파 왜곡지수(THD+N – Total Harmonic Distortion + Noise)는 0.0004%를 구현했다. 높을수록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구현하는 수치인 신호 대비 잡음비(SNR) 130dB, 낮을수록 좌우 소리를 명확히 구현하는 수치인 스테레오 채널 간섭도(크로스토크)는 -143dB이라는 점도 돋보인다. 어지간한 상급 제품군에서 볼 법한 수치들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음질에 집중한 결과라 볼 수 있겠다.
음질은 결과적으로 저장된 음원의 품질과 이를 출력하는 헤드폰·이어폰의 성능 차이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기자가 보유한 기기를 가지고 경험한 것들이 절대적이라 볼 수 없다. 어디까지나 참고만 해야 할 부분. 가급적이면 청음 매장을 찾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양한 음장효과 지원으로 '취향 저격'
기본적인 음질이 뛰어난 플레뉴 D2지만 청음자 취향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제트이펙트5(JetEffect)와 BBE+가 그것. 기본을 포함해 총 44개에 달하는 설정이 제공된다. 사용자 임의 설정 가능한 설정 4개를 포함하면 48개다. 그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음원을 감상할 수 있다. 음원을 감상하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것을 고려한 결과다.
BBE(음을 선명하게 해주는 위상보정 효과) 설정 8가지에 리저브(현장감을 위한 잔향 효과) 설정 9가지 외에도 기본적인 락이나 재즈, 팝 등 음장 효과가 제공되는데 각각 효과가 어느 정도 체감되는 수준이어서 취향에 따라 골라 듣는 맛이 좋다. 음장효과 개인 설정에서는 출력 영역에 따라 24단계로 세밀하게 조절 가능한데다 출력 방식까지 설정하도록 지원한다.
설정도 간단하다. 터치 스크린 우측 상단에 있는 아O홈(...) 아이콘을 터치하면 설정부터 음향효과(이퀄라이저), 구간반복, 스킨, 헤드폰 모드 등 다양한 기능을 묶은 메뉴가 내려온다. 여기에서 스패너 모양의 아이콘을 터치한 후, 제트이펙트 5 항목에 접근하면 끝이다.
가성비 그 이상의 경험
코원 플레뉴 D2. 고성능 DAC, 그것도 한 개가 아니라 두 개를 탑재하면서 완성한 음원 재생력이 강점이다. 음장 효과도 다양하고 적용 시 전달되는 소리의 변화가 어느 정도 뚜렷하기 때문에 듣는 맛도 확실하다. 70~100만 원 사이에 형성된 중·고가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들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헤드폰·이어폰 성능이 어느 정도 따라온다면 청음의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크기와 무게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어서 휴대하며 고해상 음원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라 하겠다.
전반적인 기기 완성도는 뛰어나지만 가격 때문에 포기한 일부 요소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낮은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화면 전환이나 반응이 약간 느려 답답함을 줄 때가 있다. 반응성이라도 개선된다면 만족감이 더 커질 듯 하다.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등 무선 기능이 없다는 부분도 일부 사용자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으나, 고해상 음원을 유선으로 듣는 소비자 층을 정조준 했다는 인상이 짙다.
이 제품은 성격이 명확하다. 그것이 무엇인가? 바로 음원을 더 풍성하게 듣고자 하는 것에 있다. 평범한 스마트폰과 함께 제공되는 기본 이어폰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경험 너머에 있는 소리 말이다. 그 너머가 궁금하다면 코원 플레뉴 D2는 청음자를 풍성한 소리의 세계로 인도해주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