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살 필요 있나?'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는 구독형 서비스
[IT동아 이상우 기자] 어떤 상품이나 콘텐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구매하는 것이 당연했으나, 최근 몇 년간 소비 동향을 살펴보면 추세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소유'해야 했던 것들을 이제는 대여 혹은 구독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무언가를 직접 가지는 않지만, 필요한 기간 동안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비용효율이 좋다. 특히 구독 방식의 경우 서비스 기간 내에 거의 제한 없이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나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일수록 더 유리하다.
구독 서비스는 영화, 드라마 등의 동영상 콘텐츠나 음악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등의 음원 서비스를 통해 흔히 접할 수 있다. 매월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면 영화나 음악을 제한 없이 즐길 수 있으며, 현재 인기 순위에 따른 추천이나 내 과거 사용 내역에 따른 자동 콘텐츠 추천 등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새로 등록된 자체 콘텐츠(넷플릭스 오리지널)나 현재 인기 있는 콘텐츠를 상단에 배치하거나, 과거 시청했던 작품의 장르나 배우 등을 분석해 내가 선호할 만한 다른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멜론 등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역시 전체 사용자의 스트리밍 선호도를 파악해 인기 순위에 따른 재생 목록을 자동 생성해주거나 90년대 인기 음악, 비오는날 듣기 좋은 음악 등의 테마로 재생 목록을 추천해준다.
이러한 정기 구독 서비스는 동영상이나 음원 같은 콘텐츠 뿐만 아니라 전자책 등의 도서 시장에도 진출했다. 기존의 전자책 서비스는 마치 실제 도서를 구매하는 것처럼 전자책을 구매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 전자책 플랫폼 기업 리디는 리디셀렉트라는 신규 서비스를 통해 월정액 가입 기간 중 제한 없이 다양한 도서를 선택해 읽을 수 있다. 쉽게 말해 IPTV의 VOD 서비스 대신 넷플릭스 같은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전자책 시장에 적용한 셈이다.
리디셀렉트는 저렴한 비용으로 리디북스의 베스트셀러를 제한 없이 읽을 수 있는 월정액 서비스다. 베스트셀러를 추천하는 만큼 읽을 만한 도서를 선택하는 고민을 줄일 수 있고, 서비스 기간 중 어떤 책을 몇 권 읽든 추가적인 결제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간편하다. 특히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는 책을 골랐다 하더라도, 미련 없이 다른 책을 고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리디는 독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도서를 엄선해 현재 1,800여 권 이상의 전자책을 리디셀렉트로 공급하고 있다. 또한 매주 새로운 전자책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와 유사하게 '리디셀렉트 오리지널 콘텐츠'를 추가해, 오직 리디셀렉트를 통해서만 읽을 수 있는 연재형 문학작품을 제공하고 있다. 장강명 작가의 SF 연재 소설인 <노라>가 지난 달 30일부터 연재되고 있으며, 총 8회에 걸쳐 매주 목요일 오리지널 콘텐츠로 업데이트된다. (연재가 완료되면 일반 서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리디셀렉트 전자책 콘텐츠는 매주 업데이트 추가된다.>
리디셀렉트의 월 구독료는 6,500원이며, 원하는 전자책을 최대 10권까지 보관하면서 스마트폰 '리디북스' 앱이나 PC용 뷰어, 리디의 전자책 단말기인 '페이퍼 프로' 등을 통해 언제든 내려받아 읽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미 읽은 책은 보관 목록에서 제외하거나 다른 책으로 교체 보관하면 된다.
구독 중에는 언제든지 얼마든지 리디셀렉트용 모든 전자책을 반복해서 읽을 수 있다. 물론 서비스 시작 초기라 원하는 전자책이 없을 수도 있지만, 매주 추가 업데이트되고 있으니 향후 기대해볼만한 구독 서비스다.
<리디셀렉트에 보관된 전자책은 페이퍼 프로의 '이용권' 메뉴에서 볼 수 있다.>
리디셀렉트는 카페 커피 한 잔 비용으로 매월 양질의 전자책을 제한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 책 선택 및 구매/결제가 간단하다는 점 등에서 서비스 초기부터 독서애호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료 소프트웨어 역시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다. 기존에는 어도비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 등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를 패키지 형태로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했다. 하지만 정기 구독 방식을 적용한 이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기간 만큼만 사용할 수 있게 돼 선택 폭이 넓어졌다. 매달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서 어도비의 모든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지불해 필요한 특정 소프트웨어만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프트웨어 구독의 가장 큰 장점은 최신 버전이 공개될 경우, 별도의 구매 없이 업데이트만으로 새 버전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과거 포토샵의 경우 CS3 버전을 사용하다가 CS5 버전에서 추가된 새로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위 버전을 추가로 구매해야 했다. 이와 달리 구독 방식에서는 자잘한 성능 개선은 물론,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대규모 업데이트까지 즉시 적용할 수 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서비스 등에 국한됐던 구독 서비스는 세상 밖으로 나와 하드웨어에 대한 구독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일명 '자동차 구독' 서비스다. 오랜 기간 차를 임대하는 장기 렌탈이나 짧은 기간 종량제로 사용하는 카 셰어링 등의 서비스와 달리,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가입 기간 내에 정액제로 원하는 횟수/차종 등에 맞춰 차량을 바꿔 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월 구독료는 실제 차량을 구매했을 때 할부금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보혐료나 소모품 교체 등의 유지관리 비용이 여기에 포함돼 있으며, 신차를 구매하지 않고도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직 이러한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 및 일부 완성차 제조 업체를 중심으로 구독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동향은 소유에서 대여로 넘어가는 현재 소비자 동향과 맞물려 더 확산될 전망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sw@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