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노버, 개인보다 기업·교육 시장 겨냥했는데...
[IT동아 강형석 기자] 2018년 4월 25일, 한국레노버는 서울 잼투고(서울 강남 소재)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스마트 기술을 대거 접목한 차세대 기기를 공개했다. 종류도 흔히 접하는 태블릿이나 노트북 외에도 스마트 허브와 스피커, 개인용 실감미디어 기기(가상현실) 등 다양했다. 인공지능 플랫폼과 레노보의 하드웨어 제조 기술이 만났다는 점은 인상적이지만 공개된 제품의 국내 출시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거나 준비 또는 출시 준비를 위한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는 미래를 이끄는 기술 분야로 스마트 오피스와 스마트 홈,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개인형 몰입 체험 기술 등 5가지를 꼽았다. 하지만 여건 상 실제 우리나라에서 집중할 사업 영역은 스마트 오피스와 스마트 홈, 개인형 몰입 체험 기술과 관련한 제품 출시에 머무를 전망이다. 다른 분야는 이미 타 기업이 진출해 있거나 진출하더라도 많은 비용이 들어 향후 위험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레노버가 공개한 제품도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 스크린, 독립형 가상현실(VR) 체험기기 등이다. 하드웨어는 레노버가 개발했지만 소프트웨어나 인공지능 플랫폼은 외부 기업과 협력하거나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를 도입해 해결한 방식이다.
시장 공략도 개인용보다 기업이나 교육 시장에 치중한 듯한 인상을 줬다. 이번에 선보인 씽크스마트 허브(ThinkSmart Hub)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에 제공되는 스카이프(Skype) 기반 원격통신 장치다. 디스플레이와 작은 본체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설치만 하면 이를 활용한 화상회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스카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이나 개인은 새로 가입해 사용해야 한다. 이미 개인이 여러 메신저를 쓰는 상황에서 또 다른 부담을 안겨 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
노트북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6세대 씽크패드 X1 이후에 도입되는 라인업은 인공지능과 센서 기술을 통해 사용자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성능과 전력 사용을 조절하는 기능이 탑재된다. 스마트 마이크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는 아마존 알렉사(Amazon Alexa)나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Microsoft Cortana) 등 음성 비서 기능을 통해 검색 또는 명령어 입력을 지원한다.
이 또한 문제되는 부분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아마존 알렉사는 국내에서 아직 제대로 활용할 수 없으며 코타나 역시 한글 지원이 안 되기에 국내에서는 활용도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저 국내 사용자는 시야 추적에 의한 PC 활용 정도에 불과하다.
스마트 홈 분야는 조금 가능성이 있는 분야다.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구글 어시스턴트를 채택했기 때문. 자사 스마트 기기 또는 발표한 스마트 디스플레이(8인치/10인치)를 통해 가정 내 사물인터넷(IoT)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음성으로 가정 내 기기들을 다룰 수 있지만 이미 해당 기능은 삼성, LG 등 국내 IT 기업들을 통해서도 가능한 부분이어서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독립형 가상현실 기기는 일반 소비자 시장보다 교육 시장에 먼저 진출할 예정이다. 미라지 솔로(Mirage Solo)로 알려진 이 제품은 구글 데이드림(Daydream) 플랫폼으로 별도의 기기 없이 단독 구동 가능한 형태다. 스마트폰을 꽂아야 작동하는 방식과 PC에 연결하는 가상현실 기기 사이에 위치하는 가격대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가격대는 40만 원대 전후가 될 예정이다.
강용남 대표는 독립형 가상현실 기기 내에는 약 300여 콘텐츠가 제공되며 한글화된 것만 해도 40여 개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레노버 자체적으로 외부 콘텐츠 기업과 협력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레노버는 디즈니와 협업해 증강현실(AR) 콘텐츠인 '스타워즈 : 제다이 챌린저스(Star Wars : Jedi Challengers)'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어벤저스로 잘 알려진 마블과도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시장에 먼저 진출하기 위해 한국레노버는 국내 교육 콘텐츠 관련 기업과 협력 논의를 거치는 중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기업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기기의 사양이나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가급적 상반기, 늦어도 이른 하반기 내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독립형 가상현실 기기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은 국내 출시 일정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스마트 홈 관련 장비는 구글과의 협의로 인해, 그 외에는 국내 도입 여부와 관련해 내부 연구 중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일부는 연내 도입 가능성을 내비치기는 했으나 현실화될지 여부는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