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라 부르기에는… 아직은 설익은 삼성전자 모듈러 디스플레이
[IT동아 이상우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한해 가장 먼저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전시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국내외 많은 IT제품 제조사가 참가해 자사의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선보인다. 디스플레이와 관련한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UHD 같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물론, HDR 같은 기술이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의 차세대 기술 역시 이 행사에서 공개된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는 올해 열린 CES 2018에서 마이크로 LED를 활용한 모듈러 방식의 TV '더 월(The Wall)'을 선보이며 전세계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기존 LED보다 더 작은 소자를 활용해 선명도가 높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으며, OLED와 마찬가지로 자발광 소자기 때문에 별도의 백라이트도 필요 없다.
특히, 삼성전자는 모듈러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디스플레이의 크기까지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초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는 것보다는 작은 마이크로 LED 모듈을 여러 개 연결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대형 패널 하나로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대신, 여러 개의 소형 패널을 이어 붙이는 방식을 통해 조금 더 합리적인 생산 가격으로 대형 디스플레이를 제작할 수 있으며, 최대 크기 제한도 거의 없다. 삼성전자가 이번 행사에서 선보인 더 월은 무려 146인치에 이르는 초대형 패널로 제작했으며, 화면 태두리도 거의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를 새로운 디스플레이 라인업으로 삼기에는 넘어야할 과제가 몇 가지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모듈러 방식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대형 패널 한 장을 사용하는 방식과 달리, 모듈러 방식은 작은 패널 여러 장을 이어 붙인 형태다. 이 때문에 조립 시 정확한 위치에 각 모듈을 놓지 않으면 화면이 어긋나게 표시된다. 실제로 CES 2018에 전시된 더 월의 우측 상단을 살펴보면 약 0.5 픽셀 정도 어긋난 상태로 조립됐다.
마이크로 LED의 소자가 워낙 작기 때문에 거실에서 일반적으로 TV를 보는 거리 만큼만 떨어져도 쉽게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행사장에서는 더 월에 일정 거리 이상 다가갈 수 없도록 차단봉을 세웠으며, 현장에 있는 스태프 역시 DSLR 카메라 대신 콤팩트카메라(포인트 앤 슛 카메라)만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으라고 안내했다.
각 패널 모듈이 연결된 부분 역시 보인다. 한 장의 패널에는 RGB로 구성된 각 픽셀 사이가 기판 때문에 완전히 어둡게 보이지만, 각 모듈이 서로 맞닿는 부분 상대적으로 더 밝아서 마치 빛이 새는 듯한 느낌으로 모듈의 경계가 구분된다. 이 때문에 어두운 장면을 화면에 표시할 때는 눈에 띄지 않지만, 밝은 장면을 표시하면 경계 역시 밝게 표시된다. 물론 이 경계가 0.5~1픽셀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청 환경에서는 쉽게 볼 수 없다.
마이크로 LED를 활용한 모듈형 TV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통되려면 우선 양산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각 모듈(패널)의 색상이 균일해야 전체적으로 조립 했을 때 어색한 부분이 없는 만큼, 색 균일도가 떨어지는 모듈은 쉽게 말해 불량이다. 이 불량 모듈을 줄이며 생산 효율을 높여야 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다음으로 모듈을 이어 붙여 대형 TV로 제작하는 단계에서 픽셀이 어긋나거나 경계선을 눈에 띄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일종의 무결점 정책처럼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 삼성전자가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 제품은 본격적인 양산품이 아니라 전시회를 위해 제작한 일종의 시연 제품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마이크로 LED를 활용한 모듈러 방식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기술 중 하나로, 앞서 언급한 과제를 해결하고 완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간다면 LCD나 OLED의 새로운 경쟁자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물론 이번 CES 2018에서 본 제품은 아직 설익은 느낌이지만.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