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IT총결산] PC 시장, 신형 프로세서와 게이밍이 견인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PC 시장은 지난 수년간 이어오던 정체 상태가 계속되었으나 2017년엔 이를 극복할 만한 반등의 계기가 나타났다. 성능이 한층 향상된 신형 프로세서의 등장, 고사양 게임의 인기를 통한 게이밍 하드웨어의 호조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전에 없던 가상 화폐 열풍으로 인해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품귀 현상을 빚는 등의 특이한 현상도 눈길을 끌었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AMD, 심기일전의 인텔

올해 초에 첫 출시된 AMD의 라이젠 프로세서는 300달러의 가격대에 8 코어 16 쓰레드를 제공하는 등, 강력한 성능과 동시에 납득할 만한 가격을 제시하며 화제를 불렀다. 10여 년 동안 인텔 코어 시리즈의 위세에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던 AMD가 간만에 '끔틀' 했다는 평도 받았다.

8세대 인텔 코어 i7 8700K
프로세서.
8세대 인텔 코어 i7 8700K 프로세서.

하지만 인텔의 저력도 여전했다. 인텔은 하반기에 8세대 코어 시리즈를 출시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이 제품은 전작에 비해 코어의 수를 늘리는 등의 과감한 사양 변경이 가해졌는데, 이는 2011년에 출시된 2세대 코어 이후 정말로 오랜만에 이루어진 대대적인 성능 향상이었다. 특히 인텔은 8세대 코어를 출시하며 가격을 전작과 비슷한 수준으로 사실상 동결, 시장의 높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게이밍 그래픽카드의 꾸준한 인기, 혼자 웃은 엔비디아

2016년 '오버워치'로 시작된 게임 시장의 열기를 2017년에는 '배틀그라운드'가 이어받는 동안 게임 구동능력이 뛰어난 그래픽카드가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16년 하반기에 첫 출시된 엔비디아의 지포스 10시리즈는 2017년에도 인기를 이어가며 사실상 게임용 그래픽카드 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2017년에 출시된 성능 강화 버전(지포스 GTX 1070Ti, 1080Ti, 타이탄 Xp 등)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호응이 높았다.

엔비디아의 플래그십 그래픽카드인 '타이탄
Xp'
엔비디아의 플래그십 그래픽카드인 '타이탄 Xp'

경쟁사인 AMD는 라데온 400 시리즈의 성능을 개선한 라데온 RX 500 시리즈를 2017년 상반기에 투입해 맞섰으나 힘에 부치는 기색이 역력했으며, 하반기에는 새로운 아키텍처를 도입한 라데온 RX 베가(Vega) 시리즈를 출시했지만 대세를 바꾸진 못했다.

가상화폐 열풍, 시장 왜곡 부채질

2017년 중순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암호화폐)의 채굴 열풍이 거셌다. 연산능력이 높은 채굴용 PC를 구성하기 위한 하드웨어 사재기가 기승을 부렸으며, 특히 지포스 GTX 1060급, 라데온 RX 570급 이상의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시장에서 씨가 말라 웃돈을 줘도 구매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채굴용는 한 시스템에 복수의 그래픽카드를 꽂아 채굴 능력을
높인다
채굴용는 한 시스템에 복수의 그래픽카드를 꽂아 채굴 능력을 높인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그래픽카드 사재기 열풍은 제조사 입장에서도 그다지 달가운 것만은 아니었다. 가상화폐 열풍은 순간의 유행으로 그칠 수 있는 것이기에 이를 위한 생산설비 증설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도 실질적인 소비자인 게이머들이 원활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되어 불만이 컸고, 이는 시장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위험이 있었다. 하반기 들어 가상화폐 채굴 열풍은 상당히 사그라졌지만, 일부 판매업자들은 한동안 제품 물량을 제대로 풀지 않거나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등의 행태를 보여 소비자들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PC용 메모리 가격 폭등, 거품인가 현실인가

PC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메모리(D램)의 가격이 2017년 8월 즈음을 기점으로 폭등하기 시작했다. 특히 9~10월에는 연초에 비해 동일 용량의 메모리 모듈 가격이 거의 2배 가까이 상승, PC를 새로 장만하고자 하는 소비자, PC방 등이 큰 타격을 입었다.

메모리 가격이 폭등한 요인으로는 모바일 기기용 및 그래픽카드용 메모리의 수요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PC용 메모리의 공급이 줄거나 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주요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생산능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도 메모리 수요는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PC용 메모리 가격의 하락 여부는 예단하기 힘들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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