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와 아마존의 협업... 블프 매출 10배 증가로 돌아와
[IT동아 강일용 기자] 인공지능은 이제 SF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허구가 아니라 우리 삶에 다가온 현실이다. 많은 기업이 자사의 기기와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도입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코웨이'다.
코웨이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업계 국내 1위인 중견기업이다. 코웨이는 아마존과 협력해 자사의 기기에 아마존의 인공지능 서비스 '알렉사'를 탑재했다. 자사의 기기와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접목함으로써 코웨이는 고객에게 어떤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을까?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콘퍼런스 AWS(아마존웹서비스) 리인벤트 2017 현장에서 이해선 코웨이 대표를 만나 자세히 들어봤다.
<이해선 코웨이 대표>
Q. 코웨이는 어떤 기업인가?
A.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국내 헬스케어 분야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한 업계 1위 기업이다. 일반적인 가전과 달리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코웨이는 현재 약 1만 8000명의 관리 인력을 두고 고객의 공기청정기, 정수기, 비데 등을 관리해주고 있다.
코웨이의 목표는 고객들의 생활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물인터넷, 데이터베이스 관리, 인공지능 등 세 가지 신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실 사물인터넷을 도입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코웨이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등에 있는 코웨이의 경쟁사들도 자사 제품에 사물인터넷을 도입했다. 하지만 그 회사들의 사물인터넷 수준은 스마트폰 등으로 제품을 제어하는 것에 머물러 있다. 반면 코웨이는 기기에 탑재된 수많은 센서를 통해 고객들의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고객을 위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공기청정기는 센서 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통해 고객의 집안 공기의 질(이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세균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전국에 깔린 수백만의 코웨이 공기청정기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특정 지역의 대기가 다른 지역보다 얼마나 나쁜지도 자세히 알 수 있다. 코웨이는 이렇게 수집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향후 코웨이의 공기청정기는 집 안과 집 밖의 대기 질을 비교 분석해 얼마만큼 환기를 시켜야 하는지 고객에게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할 것이다.
공기청정기뿐만 아니라 정수기에서 수집된 데이터도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람은 3일만 물을 안 마셔도 죽는다. 노인분들은 이러한 기간이 더 짧다. 코웨이는 노인분들의 정수기에서 물을 마신 시기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일정 기간 이상 물을 안 마신 정황이 파악되면 바로 가족들에게 알림 문자가 전달되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를 통해 자녀들이 부모님께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것도 이러한 고객 서비스의 일환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아마존과 협력해 코웨이의 기기와 아마존의 음성 비서 알렉사를 연동시켰다.
Q. 코웨이와 아마존의 협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A.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알렉사와 연동되는 공기청정기를 출시했다. 코웨이와 알렉사를 연동한 후 알렉사에게 집안의 공기 질을 물어보면 알렉사가 코웨이의 공기청정기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세히 설명해준다. 뿐만 아니라 알렉사를 활용해 집안에 있든 외부에 있든 코웨이의 공기청정기를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다.
<알렉사와 연계한 코웨이의 공기청정기>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코웨이는 아마존과 협력해 더 놀라운 서비스를 준비했다. 공기의 질에 따라 다르지만 공기청정기는 2~3달에 한 번씩 필터를 갈아줘야 제구실을 한다. 때문에 한국에선 1만 8000명이나 되는 관리 인원을 두고 이들이 정기적으로 고객의 집에 방문해 필터를 교환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땅이 넓고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선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 때문에 많은 미국 사용자가 직접 공기청정기의 필터를 교체하고 있다. 하지만 교체 시기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필터를 구매하는 것이 번거로워 제때 필터를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웨이는 알렉사와 함께 '아마존 대시 리플레니시먼트 서비스(Amazon DRS)'를 도입했다. 아마존 대시 서비스는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아마존닷컴에서 사용자에게 부족한 물건이 바로 배송되는 서비스다. 알렉사와 결합하면 이 서비스는 더욱 효율적으로 변한다. 먼저 코웨이의 공기청정기가 필터 교체 시기가 다가오면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고 알렉사에게 신호를 보낸다. 알렉사는 사용자에게 필터를 교체할 것이냐고 물어본다. 여기에 '예스'라고 답을 하면 알렉사가 아마존 대시 서비스를 거쳐 아마존닷컴에 자동으로 주문을 넣는다. 사용자는 이렇게 전달받은 필터를 교체하면 된다. 만약 사용자가 필터 구독 서비스에 가입했다면 물어보는 과정조차 생략되고 필터 교체 시기가 다가오면 알렉사가 알아서 주문을 넣어서 필터를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코웨이와 아마존은 새로운 형태의 렌털 서비스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른바 '서비스 형태의 가전(Appliance as a Service)'이다. 이 서비스는 12월 공기청정기에 먼저 도입되고, 내년에는 정수기에도 확대 적용될 계획이다.
Q. 아마존과의 협업을 통해 코웨이의 매출을 어느 정도 증가했는가?
A. 알렉사와 연동되는 제품을 출시한 후 미국에서 해당 제품군의 매출이 288% 증가했다. 아마존닷컴에서의 판매량은 360% 증가했다. 얼마 전 진행된 블랙프라이데이 때에는 평소보다 10배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다. 아무래도 코웨이의 미국 내 인지도가 삼성전자, LG전자 등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브랜드 주목도를 올린 것이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고 본다.
Q. 아마존과 다른 형태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없는가?
A.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하기 위해 글로벌 법인용 사물인터넷 관리 시스템과 ERP를 AWS 클라우드로 옮기고 있다. 코웨이는 한국 기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법인의 경우 매출이 2000억 원을 돌파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현지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미국 법인의 매출도 800억 원을 돌파했고, 태국 법인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지사를 관리하기 위해 전 세계 어디서나 빠르게 접속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했다. 때문에 AWS의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택했다. 12월 사물인터넷 관리 시스템의 AWS 이전이 완료되면 전 세계 70개국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향후 국내에 아마존의 인공지능과 연계되는 제품을 출시할 계획은 없는가?
A.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고객 경험이다. 인공지능은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 이미 1만 8000여 명의 코디네이터들이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시급히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 코웨이는 각 나라의 시장 환경을 분석하고 이에 맞춰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같이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선 코디네이터 위주의 영업을 진행하고, 미국과 같이 땅이 넓고 인건비가 비싼 국가에선 데이터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Q. 아마존과의 협업은 앞으로도 지속할 계획인가?
A. 아마존은 코웨이에게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같은 기술뿐만 아니라 아마존닷컴이라는 최대 유통 채널을 보유한 기업이다. 아마존 입장에서도 코웨이는 훌륭한 파트너다. 인공지능과 자동주문을 결합한 구독 서비스라는 새로운 형태의 판매 방식을 함께 실험하고 있다. 아마존은 코웨이가 이러한 서비스를 빨리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줬다. 코웨이 또한 알렉사에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을 아마존 개발진들에게 지속적으로 피드백해서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왔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위해 두 기업의 협업은 계속될 것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