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보다 특유의 정체성이 중요해" 강현민 마이크로닉스 대표
[IT동아 강형석 기자]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5일간 타이완 타이베이에서 열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컴퓨텍스 2017에서 돋보이는 전시관이 있었다. 한미마이크로닉스가 그 주인공. 국내 PC 주변기기 전문 브랜드로 시장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제품과 함께 올인원(일체형) PC와 모니터, 그래픽카드, 메인보드 등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중이다.
컴퓨텍스에 두 번째 참가하는 마이크로닉스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모든 제품 라인업을 총동원해 관람객을 맞았다. 전시관을 역대 최대규모로 마련한 것도 모자라 시장의 터줏대감과 같은 에이수스, 에이서의 전시관 근처에 배치되었다. 행사에 별도 마련되는 지역관이 아닌 단독 브랜드로 글로벌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놓은 셈이다.
이제 대한민국이 아닌 전 세계로 뻗어 나가려는 마이크로닉스. 컴퓨텍스에 참가하게 된 이유와 향후 목표 등을 듣고 싶었다. 마침 전시관을 지휘 주이던 강현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마이크로닉스' 특유의 색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제조사들과 공동으로 참가한 것을 제외하고 브랜드 단독으로 참가한 것은 올해로 두 번째. 마이크로닉스는 의외로 컴퓨텍스에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단독 참가를 결정할 때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 참가할 때는 반응을 살피자는 정도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올해 컴퓨텍스에 참여하자고 결정한 것은 지난해 성과가 큰 영향을 줬다.
"지난해 경험은 우리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 노크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세우고 돌아가고 싶다. 때문에 올해는 규모도 키웠다."
강현민 대표는 컴퓨텍스 2016에서 이뤄진 호주 바이어와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이미 진행 중에 있으며, 북미나 기타 지역은 구체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닉스는 당당히 기술적 요소와 프리미엄 완제품을 앞세워 진출하고 싶다는 포부도 언급했다. 그 동안 국내 주변기기 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하면 주로 저가 라인업 위주로 이뤄졌다고 한다. 반대로 시간은 오래 소요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리 확립이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 대표는 말한다. 수량보다 질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기 위한 기준인 셈이다.
해외 바이어들은 일체형 PC와 PC 케이스, 전원공급장치 순으로 관심을 보인다고. 이에 올해도 이들 제품 중심으로 전시관을 꾸렸다. 모두 자체 설계한 제품들이다.
일체형 PC는 조립 시장에서 이미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대부분 일체형 PC들은 모니터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얇게 설계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프로세서와 그래픽 프로세서 등의 성능이 떨어진다. 일부 제품들은 노트북에 채용되는 모바일 프로세서를 쓰기도 한다. 기대와 다른 성능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마이크로닉스는 부품을 선택하도록 했다. 프로세서, 메모리, 그래픽카드, 저장장치는 소비자가 결정해 최종 성능에 접근할 수 있다. 고성능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를 장착하면 일체형이지만 최신 게임을 쌩쌩 구동할 수 있는 게이밍 PC가 된다.
전원공급장치와 케이스는 마이크로닉스의 자랑이기도 하다. 출력/크기에 따른 라인업이 다양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LED로 멋을 낸 튜닝 제품도 있다. 국내에서 인기인 튜닝 PC 시장을 겨냥했다. 강현민 대표는 이 분야에서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세계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 마련이 목표
우리나라 조립 PC 시장의 화두는 '튜닝(Tuning)'이다. 성능을 높이는 것도 튜닝의 일종이지만 최근에는 LED를 활용해 화려하게 꾸미거나 독특한 외모의 PC 케이스를 활용해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 등 입출력 장치에서 시작된 LED 열풍이 PC 본체로 확대됐고 이와 함께 냉각 효율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튜닝 PC에 대한 수요가 존재했다.
마이크로닉스는 컴퓨텍스 참가의 목표를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 마련에 초점을 뒀다. 수입하거나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들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설계하고 넓은 시장에서 인정 받는 것이 제조사의 의무라 강현민 대표는 믿고 있었다.
"국내 PC 주변기기 또는 부품은 대부분 수입 유통에 의존하고 있다.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들 것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그러나 마이크로닉스는 많은 제품을 자체 개발해 수출하고 국내 시장에 유통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개발한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RGB LED를 전원공급장치 본체 측면에 적용한 것도 튜닝 PC 시장에 대한 연구와 기술의 결과물이었다. LED 냉각팬과 디지털 제어되는 RGB LED 냉각팬도 멋도 멋이지만 날개 구조를 자체 개발해 특허까지 출원한 상태라고. 많은 수입 유통사들이 RGB LED 자체에 초점을 둘 때 마이크로닉스는 이를 어디에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 왔다고 한다.
"누가 어떻게 완성했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강현민 대표. 20살 젊음을 무기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컴퓨텍스는 물론 홍콩전자전과 다른 전시회에도 자체 개발한 PC 부품과 주변기기를 들고 시장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마이크로닉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