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밝은데 가볍기까지? 만능 프로젝터, 엡손 EB-U04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 시장에서 팔리는 프로젝터 제품군을 살펴보면 카테고리가 분명하게 나뉘어 있다. 휴대성을 강조하는 피코 프로젝터, 해상도를 강조하는 홈씨어터용 프로젝터, 범용성을 강조하는 사무실용 프로젝터, 밝기로 승부하는 강당용 프로젝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제품들은 장점은 물론, 단점도 명확하다. 피코 프로젝터에서 해상도나 밝기를 기대할 수 없고, 강당용 프로젝터에서 휴대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젝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제품 성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의 사양을 갖춘 이른바 '만능' 프로젝터도 등장하고 있다.

엡손 EB-U04
엡손 EB-U04

이번에 소개할 엡손의 EB-U04도 그런 제품이다. WUXGA급(1920 x 1200) 및 풀HD급(1920x1080) 고해상도를 지원하며, 3000안시 루멘의 높은 밝기를 구현하면서 HDMI, D-Sub(VGA), 컴포지트, USB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소스를 지원한다. 전반적으로 높은 사양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노트북 보다 약간 무거운 정도의 무게(2.6kg)라 휴대성도 기대 이상이다. 홈씨어터, 사무실, 교육기관 등 다양한 장소에 대응할 수 있는 이 신통한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기능 충실한 본체 인터페이스 구성

전면 커버를 닫으면 대기 모드로
진입한다
전면 커버를 닫으면 대기 모드로 진입한다

엡손 EB-U04의 디자인은 기능미를 갖췄다. 전면의 렌즈를 보호하는 커버는 상단의 스위치를 움직여 열거나 닫을 수 있는데, 렌즈를 닫으면 자동으로 영상이 커지며 대기 상태가 된다. 커버 스위치 뒤쪽에는 영상의 크기를 조절하는 줌 링, 초점을 맞추는 초점 링을 갖추고 있으며, 영상의 좌우 비틀어짐을 조정하는 수평 키스톤 링이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상단 뒤쪽의 조작부의 수직 키스톤 조절 버튼과 맞물려 별도의 리모컨 조작 없이 별도의 직접 키스톤 조절이 가능하다.

본체에 달린 조작 인터페이스가 충실
본체에 달린 조작 인터페이스가 충실

본체에 달린 자체적인 조작 인터페이스가 충실한 것도 장점이다. 상단 뒤쪽에는 메뉴 및 이동, 선택, 취소, 수직 키스톤, 홈, 소스 전환, 전원 등의 다양한 버튼이 달려있다. 요즘 나오는 상당수의 프로젝터는 본체에 달린 버튼을 최소화하여 리모컨이 없으면 제대로 조작이 힘든 경우가 많은데, 엡손 EB-U04는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다.

먼지 유입 방지용 필터의 손쉬운 탈착 가능
먼지 유입 방지용 필터의 손쉬운 탈착 가능

정비 편의성도 좋다. 렌즈 우측의 커버를 열면 통풍구 쪽으로 번지가 유입되는 것을 막는 필터의 탈착 및 청소가 가능하다. 그리고 후면 우측의 나사를 풀어 커버를 열고 램프를 간단히 교체할 수 있다. 참고로 엡손에서 밝힌 램프의 수명은 최대 1만 시간으로 상당히 긴 편이다. 일반적인 프로젝터 램프의 수명이 5~6천 시간 정도인 것을 생각해 본다면 내구성 면에서 정비에 드는 수고와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신형뿐 아니라 구형 기기 연결도 배려

각종 소스 기기를 연결하는 후면 인터페이스 구성도 충실한 편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구형 인터페이스와 신형 인터페이스가 조화를 이룬 점이다. 신형 기기에서 주로 쓰는 HDMI 포트가 2개 달려있는데, 그 중 1개는 MHL 규격을 지원한다. MHL 변환 케이블을 이용해 외부 전원 연결 없이 스마트폰의 영상과 음성을 프로젝터로 간단히 전송할 수 있다.

엡손 EB-U04의 후면 인터페이스
엡손 EB-U04의 후면 인터페이스

구형 PC에서 주로 쓰는 D-Sub(VGA) 포트 1개와 구형 AV 기기(VCR, DVD 플레이어 등)용 컴포지트(RCA) 포트도 1조씩 갖췄다. 구형 노트북이나 DVD 플레이어를 연결해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기 때문에 이런 구성은 바람직하다. 그 외에 연결된 소스 기기 2대의 영상을 한 화면에 동시 표시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소스기기 2대의 화면을 동시 표시할 수 있다
소스기기 2대의 화면을 동시 표시할 수 있다

그 외에 눈에 띄는 것으로는 USB A타입 포트와 USB B타입 포트가 1개씩 있다는 점이다. USB A타입 포트에는 USB 메모리나 외장하드를 연결해 저장된 이미지(JPG, PNG, BMP 등)나 동영상(AVI) 파일을 자체적으로 구동할 수 있다. 다만, 동영상의 경우는 모션 JPEG 규격의 AVI 파일만 지원하며, 자막 파일(SMI 등)을 지원하지 않는 점이 다소 아쉽다. 그리고 이 USB 포트에 별매의 전용 무선랜카드를 꽂으면 와이파이를 통해 PC의 이미지를 프로젝터로 전송할 수 있다.

USB B타입 포트의 경우는 HDMI나 D-Sub 케이블 없이 USB 케이블만 PC와 연결해서 PC의 영상을 전송하고자 할 때 이용한다. 이렇게 하면 PC에서는 엡손 EB-U04를 그래픽카드의 일종으로 인식한다. 4대의 PC(HDMI 2대, D-Sub 1대, USB 1대)를 동시 연결해서 쓰고자 하거나 영상 케이블이 없을 때 요긴하게 이용할 만하다. 그 외에 후면 우측에는 2W 출력의 스피커가 달려있어 별도의 외부 스피커 연결 없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음질은 보통 수준이지만 음량은 생각보다 크다.

동봉된 리모컨은 무난한 디자인을 갖췄으며, 방향키를 이용해 PC의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거나 투사하는 영상 위에 가상의 포인터를 생성해 이동시킬 수도 있다.

3000 안시루멘의 고광도, WUXGA / 풀HD급 고해상도

제품의 내부 사양도 주목 할 만하다. 화면 해상도는 최대 1920 x 1200의 WUXGA급으로, 1920x1080 해상도의 풀HD급 영상도 품질 손실 없이 출력할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WUXGA 해상도, 멀티미디어를 감상할 때는 풀HD 해상도를 주로 쓰게 될 것이다. 시중에 팔리는 보급형 프로젝터 중에는 1920 x 1200이나 1920x1080 해상도의 입력만 가능하고 출력은 1024 x 768의 XGA급 저해상도만 가능한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런 제품은 입력 해상도 대비 실제 화면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

1920 x 1200의 해상도와 300 안시의 밝기를
제공한다
1920 x 1200의 해상도와 300 안시의 밝기를 제공한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밝기다. 엡손 EB-U04는 비교적 덩치가 작은 제품인에도 불구하고 밝기가 3000 안시루멘 수준으로 높다. 휴대성을 강조한 피코 프로젝터인 SK텔레콤 스마트빔 아트가 40 안시루멘, 멀티미디어 성능을 강조해 눈길을 끌던 LG 미니빔 PH550이 550 안시루멘이다. 이런 소형 프로젝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며, 홈씨어터용 시장에서 꾸준히 팔린다는 벤큐 W1210ST 같은 모델이 2200 안시루멘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엡손 EB-U04이 얼마나 고광도 제품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홈씨어터나 사무실은 물론이고, 소규모의 강당에서도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색감 역시 기대할 만하다. 엡손 프로젝터는 경쟁사의 DLP 방식(회전하는 컬러휠에 교대로 빛을 투과시켜 컬러 구현) 대비 컬러 표현능력 면에서 이점이 있는 3LCD 방식으로 영상을 표현한다. 3개의 LCD를 이용해 램프의 빛을 3원색으로 분리해 스크린에 투사하는 방식으로, 엡손 EB-U04 역시 이런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덕분에 번짐이 없는 선명하고 진한 색상 및 상대적으로 적은 전력 소비량도 기대할 수 있다. 명암비(화면의 가장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구분하는 능력) 역시 LCD 프로젝터 치고는 높은 15000 : 1을 구현했다.

300인치까지 무리 없는 밝기, 색감도 무난

실내 조명을 절반 정도 켜둔 상태에서도 무난한 화면을 볼 수
있다
실내 조명을 절반 정도 켜둔 상태에서도 무난한 화면을 볼 수 있다

실제 이미지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200석 규모의 강당에서 엡손 EB-U04를 구동해봤다. 초점 거리 대비 화면 크기는 보통 수준이다. 3 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100인치, 6 미터 정도의 200인치, 9미터에서 300인치 정도의 화면을 투사할 수 있었다. 인상적인 점은 역시 밝기다. 3000 안시루멘 수준으로 높다 보니 강당의 조명을 절반 정도 켜 둔 상태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엡손 EB-U04로 투사한 이미지
엡손 EB-U04로 투사한 이미지

엡손 EB-U04로 투사한 이미지
엡손 EB-U04로 투사한 이미지

전반적인 이미지의 품질도 기대 이상이다. 선명도는 보통 수준이지만, 컬러 표현 능력이 상위 제품과 비교해도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다. 과장되거나 탁하지 않고 원본의 색감을 충실히 재현하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

가정과 사무실, 소형 강당까지 커버하는 만능 프로젝터

제조사나 유통사에서는 엡손 EB-U04를 사무실에 적합한 비즈니스용 프로젝터라고 강조하는 듯 하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니 특정한 용도에만 최적화된 제품은 분명 아니다. 색감이나 해상도, 밝기 등을 비롯한 전반적인 사양 면에서 대부분 평균 이상인데다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에 비교해도 확실히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은 물론, 홈씨어터나 소형 강당에서 쓰더라도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는 만능 제품이다.

엡손 EB-U04
엡손 EB-U04

굳이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파일 호환성 문제로 USB 동영상 재생 기능이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는 점, 내장 스피커가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라는 점, 출시된 지 1년 반 정도 지난 제품이라는 점 정도다. 하지만 3000 안시루멘의 고광도와 2.6kg의 가벼운 무게를 생각해 본다면 그 정도의 단점은 무색 해진다. 엡손 EB-U04의 2017년 3월 기준 인터넷 최저가는 94만원 정도로, 가격대비 높은 만족도를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