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리뷰] 라이카의 힘, 파나소닉 루믹스 LX10

강형석 redbk@itdonga.com

파나소닉 루믹스 LX10.
파나소닉 루믹스 LX10.

[IT동아 강형석 기자] 지난해 11월 공개한 파나소닉의 프리미엄 컴팩트 디지털카메라 루믹스 LX10을 접할 수 있었다. 소니 RX100 시리즈의 약점인 ‘엄청난 가격’을 파고들어 틈새 시장을 노리는 성격이 강하다. 경쟁 제품에서 가격 상승 요인이 되는 몇 가지 요소를 제외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은 착실히 챙겨 상품성을 확보했다. 특히 24-72mm(8.8-26.4mm) 상당의 라이카 DC 바리오- 주미룩스(Vario-Summirux)와 2,010만 화소의 1인치 센서의 조합은 소니 칼자이스 렌즈와 견줄 무기 중 하나다.

사실 파나소닉 카메라는 국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4K에 빨리 대응했고, 라이카 브랜드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LX10은 파나소닉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작고 무뚝뚝해 보여도 의외로 편해

실제로 보면 크기가 작다. 폭 105.5mm, 높이 60mm, 두께 42mm 정도로 한 손에 쥐면 혹여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수준, 그러나 전면에 작게 돌출되어 있는 그립은 안정적인 파지감을 제공한다. 불편할 것 같았던 기자의 생각은 단숨에 뒤집어졌다. 그러나 카메라를 손에 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렌즈의 초점거리를 조작하거나 셔터(녹화) 버튼을 누르는 것이 고작이다.

이는 그립이 작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 중지 아래로는 그립부를 지지하며 힘을 주게 되는데 자연스레 엄지에도 힘이 들어간다. 자유로운 것은 검지 뿐인데, 손가락이 닿는 곳이라고 해봐야 줌 스위치와 셔터(녹화) 버튼 정도다. 보조 다이얼을 돌릴 수는 있는데 행동이 부자연스럽다. 컴팩트 카메라니까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무게는 310g으로 휴대에 어려움이 없다. 소니 RX100 M5가 299g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조금 덩치가 나가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어디서든 쉽게 들고 다니면서 카메라를 꺼내 기록할 수 있다.

렌즈 경통은 초점거리에 따라 3.3~4.5cm사이에서
돌출된다.
렌즈 경통은 초점거리에 따라 3.3~4.5cm사이에서 돌출된다.

전원을 켜면 렌즈가 3.3cm 가량 돌출된다. 최대 광각이며, 최대 망원에서는 조금 더 늘어나 약 4.5cm까지 돌출된다. 초점거리는 35mm 렌즈 기준으로 24mm에서 최대 72mm에 해당한다. 35mm DSLR 카메라에서 자주 쓰이는 광각에서 준망원 영역까지 대응한다.

렌즈에는 조리개링과 줌링이 달려 있다. 가장 위에 있는 링은 줌 조작을 아래에 있는 링으로 조리개를 변경한다. 초점링은 부드럽게, 조리개링은 돌릴 때마다 걸리는 느낌을 줘 정확한 조작이 가능하다.

파나소닉 루믹스 LX10.
파나소닉 루믹스 LX10.

주요 기능 조작은 상단부와 후면에서 이뤄진다. 상단부에는 모드 다이얼(P/A/S/M 등)과 보조 다이얼이 있고, 초점거리 조절을 위한 스위치와 셔터 스위치가 있다. 녹화 버튼도 상단에 자리하고 있다. 검지 손가락이 닿는 곳에 버튼이 각기 있어서 촬영에 어려움은 없다.

파나소닉 루믹스 LX10.
파나소닉 루믹스 LX10.

후면 조작부에는 노출이나 화이트 밸런스 등 필요한 설정 변경을 위한 버튼과 함께 메뉴 내에서 이동이나 결정 등의 기능도 겸한다. 버튼의 감촉은 무난하고 크기도 적당해서 조작에 불편함은 없다. 대신 기능적으로 다소 복잡해서 적응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메뉴 진입도 중앙 원형처럼 생긴 버튼을 눌러 진입한다.

액정 디스플레이는 3인치, 104만 화소 사양이다. 주간 시인성이 좋고, 화면도 180도 펼쳐지므로 셀프 촬영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라이카 렌즈와 1인치 센서의 만남

파나소닉 루믹스 LX10의 진면목을 확인해 볼 차례. 간단히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진행해 봤다. 렌즈교환형은 아니므로 별도의 교환 렌즈는 필요 없다. 대신 기본 장착된 렌즈가 라이카 DC 바리오-주미룩스 8.8-26.4mm f/1.8-2.8로 제법 사양이 좋다. 35mm 필름 기준으로 환산하면 24-72mm에 해당한다. 조리개가 최대 광각에서 f/1.8, 최대 망원에서 f/2.8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조리개 변화를 살펴봤다. 먼저 최대 광각인 24mm에서는 f/1.8을 지원한다. 이어 28mm에서는 f/2.5가 된다. 이후 32mm부터 f/2.8이 계속 유지되는 형태다. 모든 영역에서 f/1.8 수치를 지원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크기나 가격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기에 이 같은 설계를 취했다고 판단된다.

카메라의 전원을 켜고 반셔터(촬영 전 초점 검출)를 눌러본다. 약간 당혹스러운 것이 일반 카메라에 비해 반셔터 민감도가 더딘 편이므로 약간 깊게 셔터를 눌러야 반셔터가 작동한다. 대신 초점 검출 실력은 빠르고 민첩하다. 심각한 저조도 환경만 아니라면 초점을 잡는 것에 어려움이 없다. DFD(심도 검출 방식)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인데, 반셔터 속도가 최대 0.09초에 이를 정도다. 측거점은 49개이고, 터치 스크린으로 측거점을 결정해 초점 검출도 지원한다.

파나소닉 루믹스 LX10으로 촬영한 결과물.
파나소닉 루믹스 LX10으로 촬영한 결과물.

사진을 촬영해 봤다. 오후 시간대여서 감도는 ISO 125, 조리개는 f/6.3 정도로 설정했다. 하나는 최대 광각에서 다른 하나는 최대 망원에서 촬영했다. 별도의 설정은 하지 않고 기본 상태로 맞췄다.

촬영 결과물은 만족스럽다. 이 카메라에 탑재된 이미지 센서는 1인치로 2,010만 화소를 담았다. 소니 RX 시리즈와 비슷한 수치. 여기에 라이카 렌즈가 조합되니 조리개를 약간 조여주는 것으로 선명함이 강해진다. 결과물의 세밀함이 상당하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파나소닉 루믹스 LX10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100% 잘라낸 결과물. 세밀함이
돋보인다.
파나소닉 루믹스 LX10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100% 잘라낸 결과물. 세밀함이 돋보인다.

촬영한 결과물의 일부를 100% 확대해 보면 그 진가가 드러난다. 건물 외벽의 창문까지 제법 잘 표현해낸다. 세밀함으로 보면 RX 시리즈와 견줘도 손색 없는 수준이라 평가된다. 사실, 최대개방에서의 화질은 이보다 약간 뭉개지는 느낌은 있어도 세밀함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날카로움이 조금 무뎌질 뿐, 자체만으로도 완성도가 높다.

파나소닉 루믹스 LX10으로 촬영한 결과물.
파나소닉 루믹스 LX10으로 촬영한 결과물.

최대 망원에서의 화질도 만족스럽지만 광각만큼은 아니다. 같은 촬영 설정에서 약간의 화질 열화가 느껴지는데, 사실 이 정도로 충분하지만 조금 더 화질이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랄까?

기본 상용 감도는 ISO 125부터 1만 2,800. 확장하면 ISO 80부터 2만 5,600까지 쓸 수 있다. 폭 넓은 감도 활용이 가능한 부분은 장점으로 꼽힌다. 대신 감도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노이즈의 빈도가 크기 때문에 사용 시 인지할 필요는 있다. 촬영한 결과 ISO 3,200까지는 노이즈가 증가해도 무난히 쓸 수 있지만 그 이상부터는 컬러 노이즈가 증가하면서 뭉개지는 현상도 심해진다. 작은 센서의 한계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셔터 속도와 화질 사이에서 충분히 조율 가능하다. 카메라에 5축 하이브리드 손떨림 방지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회전과 수직/수평, 수평/수직 회전에 대한 떨림 보정을 지원한다.

이 카메라의 또 다른 특징은 4K 동영상 촬영을 지원한다는 부분이다. AVCHD 포맷은 풀HD, 4K는 MP4 규격으로 기록한다. 대역폭은 100MBps로 초당 12.5MB 정도다.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는 타임랩스는 물론, 22가지 효과(크리에이티브 컨트롤 모드)를 입혀도 된다.

다 좋은데 뭔가 이질감이...

가격에 초점을 맞췄는지 아쉬운 면이 조금 있다. 특히 액정과 기능적 불편함이 공존한다. 먼저 액정은 3인치로 화소는 104만인데, 실제로 보면 정말 104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글자글한 화면이 펼쳐진다. 그냥 보면 선명한데, 초점을 잡는 순간 화면이 떨리는 현상이 지속될 때도 있었다.

파나소닉 루믹스 LX10.
파나소닉 루믹스 LX10.

기능도 조금 불편하다. 기능 다이얼이 하나 있는데, 설정이 이상하다. M 모드에서는 아무 작동도 하지 않고, 그 외 모드에서는 노출값 조절을 지원한다. 렌즈 자체에서 조리개 조절과 줌이 가능하기에 다른 조작이 필요 없다 치더라도 다이얼이 무용지물인 경우는 간만에 봤다. 감도 조절이나 셔터속도 조절을 위해 버튼을 여러 번 눌러야 하다 보니까 정작 빠른 대응이 어렵다. 차기 제품에서는 이 부분을 고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펌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을 조금 바꿔주면 만족도가 높아질 듯 하다.

파나소닉 루믹스 LX10. 화질이나 성능 등에서는 흠잡을 곳이 없다. 전반적으로 탄탄한 촬영 성능에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보답한다. 가격도 소니 RX 100 M5나 M4 대비 저렴하다. 심지어 RX100 M3보다도 저렴하다. 자체 스토어 가격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 때문에 소니 RX 시리즈의 가격이 너무 황당해 구매를 망설였다면 이 카메라가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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