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당신이 직장 동료와 '페친'을 맺으면 안되는 이유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IT 전반에 관한 의문, 혹은 제품 선택 고민이 있는 네티즌의 문의 사항을 해결해드리는 'IT애정남'입니다. 이번에는 술 자리에서 기자의 친구 김 대리가 질문을 했습니다. "우리 회사 부장이 따로 보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알고 있더라. 위치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따로 있냐?"

김 대리의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광화문에서 업계 관계자와 미팅을 진행하던 김 대리에게 부장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너 오늘 강남쪽에 일 있다면서 왜 광화문에 갔냐?"
"만나야할 사람이 생겨서요. 미팅 끝나고 바로 강남으로 이동할 겁니다."

전화를 끊고나서 김 대리는 의문을 가집니다.

'아니 부장이 어떻게 내가 광화문에 있는 걸 알았지? 길 거리에서 누가 날 알아보고 부장에게 말해준 건가?'

방법은 페북의 근처에 있는 친구 찾기

물론 사용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IT 서비스는 없습니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활용한 사용자의 위치 추적은 범죄 우려가 있을 때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제한적이나마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IT 서비스와 방법이 존재하죠. 바로 페이스북의 '근처에 있는 친구 찾기' 기능입니다.

스마트폰용 페이스북 앱에는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근처에 있는 친구 찾기 기능이 있습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페친들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스북
<페이스북 근처에 있는 친구 기능을 활용하면 친구의 위치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앱에 이러한 기능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지요. 페이스북 앱의 근처에 있는 친구 찾기 기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사용하는 방법

근처에 있는 친구 기능은 페이스북을 실행하고 오른쪽 상단 친구 목록을 선택하면 찾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이름 바로 밑에 '근처에 있는 친구' 버튼을 누르면 실행할 수 있지요.

페이스북
페이스북
<친구 목록 > 근처에 있는 친구>

이 기능을 실행하면 현재 페친들이 어디에 있는지, 사용자 위치를 기준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페친의 위치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시뿐만 아니라 동까지 나타나며, 별도의 지명이 있을 경우 이것도 함께 표시해줍니다. 예를 들어 페친이 홍대입구에 있다면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이라고 표시될 뿐만 아니라 홍익대, 홍대입구라는 지명까지 함께 표시됩니다.

페친을 나열하는 기준은 '사용자와 얼마나 가까운지'입니다. 사용자가 서울에 있을 경우 먼저 서울에 있는 페친이 먼저 뜨고, 이어 서울 주변 도시에 있는 페친이 나타납니다. 부산이나 제주도(=서울에서 거리가 먼)에 있는 페친은 좀 더 밑에 나옵니다.

근처에 있는 친구 기능이지만, 실제로 '근처'에 있는 페친만 표시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 기능을 이용하는 모든 페친의 현재 위치를 보여줍니다. 페친이 태평양 건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어도 위치를 알려줍니다. (미국 사용자들 입장에선 수천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서울과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도 나름 근처인 모양입니다.)

근처에 있는 친구 기능은 페이스북 앱을 실행했을때 갱신됩다. 페친이 가장 최근에 페이스북 앱을 실행했을 때를 기준으로 어디에 있었는지 알려준다는 뜻입니다. 페이스북 앱을 자주 실행하는 페친일 수록 더욱 정확하게 위치 추적이 가능합니다. 페친이 스마트폰에 페이스북 앱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페이스북 앱을 하루 이상 실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페친의 위치를 알 수 없습니다.

추적을 피하는 방법

상황에 따라서는 쓸모가 있을 지도 모르는 기능이 근처에 있는 친구 찾기이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는 자신의 위치가 페친들에게 속속들이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이 꺼림직 할 것입니다. 페친들이 내 위치를 모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근처에 있는 친구 기능을 끄는 것입니다. 친구 목록 > 근처에 있는 친구 > 설정에 들어가 근처에 있는 친구 기능을 해제하거나, 페이스북 설정 > 위치 > 위치 기록을 해제하면 페친들이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없게 됩니다. (주의할 것은 해제한다고 해서 기존에 남긴 기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오직 향후 위치가 기록되는 것만 막을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스북
<설정에 들어가 근처에 있는 친구나 위치 설정을 해제해야 한다>

근처에 있는 친구 기능을 다시 활성화하면 페친들의 위치를 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되지만, 사용자의 현재 위치도 즉시 기록된다는 점을 주의하세요.

근처에 있는 친구 기능은 쌍방 기능입니다. 근처에 있는 친구 기능을 사용해야만 페친들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근처에 있는 친구 기능을 해제하면 페친들의 현재 위치도 알 수 없게 됩니다. 페친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으면 당신의 위치도 공개하라는 페이스북의 친절한(?) 배려인거죠. 즉, 근처에 있는 친구 기능을 통해 위치가 보이는 친구들은 사실 모두 근처에 있는 친구 기능을 이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니면 이러한 기능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채 위치를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공유 범위를 제한해 별로 친하지 않은 페친들이 내 위치를 모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친구 목록 > 근처에 있는 친구 > 설정에 들어가 기능 활성화 밑에 있는 공유 범위 선택을 눌러보세요. 그러면 친구, 친한 친구, 학교 동문, 직장 동료 등으로 위치 공유 범위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학교 동문과 직장 동료는 사용자가 프로필에 출신 학교와 현재 직장을 입력해야 나타납니다.

알아둬야 할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용자의 위치는 페이스북 앱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앱을 실행해도 갱신된다는 거죠. 페이스북 계정을 인스타그램과 연동한 사용자라면 이점을 꼭 기억해두세요.

왜 이 기능이 생긴거죠?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대체 왜 근처에 있는 친구 기능을 만든 걸까요? 온라인에서 만난 인연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길 바래서입니다. 페친이 사용자 근처 10~15km 근방에 접근하면 페이스북 앱은 뉴스피드를 통해 페친이 근처에 있음을 알려줍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페이스북 메신저으로 페친에게 연락하고 직접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선 10~15km는 엄청나게 먼 거리이지만, 페이스북의 본 고장인 미국에선 옆 동네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해보세요) 평소 온라인으로만 교류하던 페친을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기획 의도 자체는 참 좋은 기능이지요.

페이스북
페이스북

<사용자 근처에 친구가 접근하면 뉴스피드를 통해 위치를 알려준다>

하지만 본래 의도와 달리 사용자의 위치를 감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 설명한 김 대리의 사례가 그렇습니다. 직장 상사가 먼저 페친을 걸어오면 이를 거부하기 힘든게 우리네 아름다운 직장 문화(?) 아닙니까. 이렇게 페친을 맺고나면 직장 상사는 페이스북 앱을 통해 직원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모두 감시할 수 있게 됩니다. 근처에 있는 친구 기능을 꺼두면 대체 왜 그 기능을 꺼뒀냐고, 떳떳하지 못한 것이 있냐고 질책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지요. 실명과 인맥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SNS 페이스북에서 일어나고 있는 촌극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려면 애당초 직장 상사/동료와 페친을 맺지 말아야 합니다. 직장 상사/동료들의 추천 친구 목록에 뜨게될 수도 있으니 프로필에 되도록 직장을 입력하지 말아야 합니다(하지만 직장 상사/동료들이 당신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다면 결국 상대방의 추천 친구 목록에 당신이 뜨게 되니 주의하세요). 극단적이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탈퇴하는 것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다행히도 기자는 이러한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직장 상사/동료와 페친을 맺지도 않았고, 프로필에 직장을 입력하지도 않았습니다. 추천 친구 목록에 직장 상사/동료가 떠도 외면했지요. 덕분에 근처에 있는 친구 기능을 나름 잘 쓰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읽은 IT동아 팀장(직장 상사)은 "참 자랑이네"라고 말하더군요.

'IT애정남'은 IT제품의 선택, 혹은 사용 과정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님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PC, 스마트폰, 카메라, AV기기, 액세서리 등 어떤 분야라도 '애정'을 가지고 맞춤형 상담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를 기사화하여 모든 독자들과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도움을 원하시는 분은 IT동아 김영우 기자 앞으로 메일(pengo@itdonga.com)을 주시길 바랍니다. 사연이 채택되면 답장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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