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오랫동안 쓸 '장수 PC' 장만하기 위한 팁
[IT동아 김영우 기자] 큰맘 먹고 산 PC를 최대한 오랫동안 교체 없이 쓰고자 하는 건 모든 사용자들의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그리 쉽지는 않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PC는 죽기 1초 전에 사는 PC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성능의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영원히 만족하며 쓸 수 있는 PC란 당연히 없겠지만, 최대한 긴 교체주기를 기대할 수 있는 PC(데스크탑)는 장만할 수 있다. 이는 무조건 고가, 고사양의 PC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물론 고사양의 PC는 저사양의 PC에 비해 만족도가 높겠지만, 가격대성능비를 완전히 무시한 구매행위는 후회만 남길 뿐이다. 또한, 사양이 높더라도 안정성이나 내구성이 따라 주지 않는 PC 역시 오래 쓰긴 힘들다.
특히 조립 PC의 경우, 미래 지향적인 성능을 추구하되, 업그레이드의 여지는 남겨두고, 내구성과 안정성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비용의 지출은 최소화 할 수 있는 사양으로 구성된 PC가 오랫동안 만족을 준다. 이번 기사에선 이러한 ‘장수 PC’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개념, 그리고 팁에 대해 살펴보자.
CPU는 처음부터 일정 수준 이상으로
CPU(중앙처리장치)는 PC의 핵심이기 때문에 너무 낮은 등급의 CPU를 선택한다면 시스템의 전반적인 성능이 하락한다. 또한, CPU는 다른 부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기가 쉽지 않다. 메모리나 그래픽카드, HDD/SSD 등의 부품은 장착을 위한 인터페이스의 변화가 뜸하기 때문에 차후 업그레이드가 용이한 편이지만, CPU 장착용 메인보드 소켓은 규격이 자주 바뀌는 편이다. 구형 PC에 신형 CPU가 호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이를 테면 2016년형 최신 그래픽카드나 SSD를 2007년 즈음에 팔리던 코어2 듀오급 PC에 다는 것도 가능은 하다. PCI 익스프레스 규격 그래픽카드 슬롯과 SATA 규격 저장장치 포트를 쓰는 건 지금이나 그때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다만, 호환은 되어도 포트 버전이 낮아 최신 PC에 다는 것 보다 성능 효율은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2016년 현재 팔리는 6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스카이레이크) CPU를 구닥다리 코어2 듀오 PC에는 장착할 수 없다. 메인보드까지 교체한다면 가능하긴 하겠지만 그건 너무 큰 작업이다.
따라서 최대한 오래 쓸 수 있는 PC를 구성하고자 한다면 셀러론이나 펜티엄, 코어 i3급 보다는 코어 i5나 코어 i7급 CPU를 선택하는 것을 고려해보자. 지금 산다면 2016년형 제품인 6세대 코어(스카이레이크) 시리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2006년의 고급 CPU였던 코어2쿼드 Q6600(캔츠필드), 2011년에 나온 코어 i7-2600(샌디브릿지) CPU 기반 PC를 아직도 무리없이 쓰는 사람이 많다.
그래픽카드 과소비는 자제
그래픽카드는 PC의 그래픽 성능, 그 중에서도 게임 구동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게이머라면 각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고급 그래픽카드를 사는 건 조심스럽다. PC를 구성하는 그 어떤 부품보다도 성능 경쟁이 심하고 가격 하락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큰맘 먹고 산 100만원짜리 그래픽카드가 3~4년 후에 나온 20만원짜리 그래픽카드와 성능이 비슷해지는 일이 허다하다. 이를테면 2012년에 100만원 이상에 팔리던 지포스 GTX 680은 2016년 현재 20만원대에 팔리는 지포스 GTX 960과 비교해도 나을 것이 그다지 없다.
상위 1% 수준의 게임 매니아가 아닌 바 에야 20~30만원대 그래픽카드로도 시중에 서비스되는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을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다. 이 정도 제품을 사서 2~3년 정도 쓰다가 성능의 한계가 느껴진다면 그때 비슷한 가격대의 신형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을 고려해보자. 그래픽카드 슬롯은 규격 변화가 잦은 편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도 수월하다.
PC를 살 때 아예 그래픽카드를 사지 않고 일반 CPU 내장 그래픽 기능으로 한동안 버티다가 나중에 그래픽카드 장착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보자. 내장 그래픽으로도 웹 서핑이나 문서작성, 동영상 감상 등의 작업에서는 거의 지장이 없으며, 6세대 코어 시리즈(스카이레이크) CPU의 내장 그래픽 성능은 10만원 전후의 보급형 그래픽카드와 비슷하기 때문에 LOL이나 WOW 수준의 대중적인 온라인 게임을 구동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메인보드, 파워서플라이에 돈을 아끼지 말자
CPU나 그래픽카드가 성능을 좌우한다면 메인보드(주기판)나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는 안정성이나 내구성, 확장성에 영향을 미친다. 너무 저렴한 메인보드는 전원부 구성이나 재질이 빈약하고 확장 포트나 슬롯도 적어 오랜 기간 동안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파워서플라이 역시, 정격 출력 기준 400~500W 정도라면 대부분의 시스템을 무리 없이 구동하지만, 저가형 제품은 재질이 부실할 뿐 아니라, 표기 출력만 높고 실제 정격 출력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이런 파워서플라이로 고성능 CPU나 그래픽카드를 구동하면 부하를 이기지 못하고 종종 고장 나곤 한다.
메인보드나 파워서플라이가 고장 나면 나머지 부품도 같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오래 쓸 수 있는 조립 PC를 구매한다면 메인보드는 10만원 정도, 파워서플라이는 5만원 정도는 투자할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파워서플라이의 경우는 표기 출력 100W 당 1만원에 훨씬 못 미칠 정도로 너무 저렴한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잘 모르겠다면 80% 이상의 전력 효율을 증명하는 80PLUS 인증을 받은 파워서플라이도 권장할 만 하다.
너무 작은 슬림형 본체, 보기에는 좋지만…
최근 데스크탑 PC 시장에 크기가 작은 슬림형 본체(케이스)가 많이 팔리고 있다. 이런 슬림형 본체는 공간 활용성 면에선 좋지만, 오랜 기간 동안 이용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열 배출에 불리하기 때문에 안정성이나 내구성 면에서 불리하며, 차후에 부품을 업그레이드 하기에도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좌우 폭이 10cm 이내인 이른바 LP(Low Profile) 규격 슬림형 본체, 혹은 이보다 더 작은 미니PC형 본체가 그러하다.
폭 20cm 정도를 기준으로 하여 높이 50cm 정도인 미들타워 규격이나 높이 35cm 정도인 미니타워 규격의 본체가 오랫동안 무난히 쓰기에 적합하다. 조립 PC용 케이스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도 이런 제품이다.
그 외에는?
이 외에도 2개 보다는 4개, DDR3 보다는 DDR4 규격의 메모리 슬롯을 가진 메인보드를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능이나 업그레이드 편의성 면에서 유리하며, TLC 보다는 MLC 규격의 SSD를 선택하는 것이 좀 더 긴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장수 PC'를 구성하는 데 참고할 만한 사항이라는 것을 기억해두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