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제는 '설현 시계', 루나 워치 써보니...
[IT동아 이상우 기자] SK텔레콤이 보급형 스마트 시계 '루나 워치'를 출시했다. 지난해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 루나를 일명 '설현 폰'이라고 불렀으니, 루나 워치는 '설현 워치' 혹은 '설현 시계'로 불러도 무방하겠다. 제품 출고가는 19만 8,000원이지만, 10만 원의 공시지원금과 1만 5,000원의 추가지원금을 받으면 단말기 가격은 8만 3,000원으로 떨어진다. 여기에 월 1만 1,000원(부가세 포함)의 요금제만 추가하면 루나 워치를 구매할 수 있다.
사실 요금제 없이도 단순한 블루투스 연결만으로 스마트 시계의 기능을 일부 사용할 수 있지만, 통화나 문자 메시지 등 핵심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요금제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다른 통신사 가입자도 별도 요금제를 통해 루나 워치를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필자의 경우 개통하지 않은 모델을 KT에서 개통한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했기 때문에 기능 제약이 있음을 미리 알린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애플이 내놓은 애플 워치와 유사하다. 끝이 둥그스름한 직사각형 본체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전체적인 크기는 애플 워치보다 조금 크지만 무게는 오히려 가볍다. 우측에는 용두 대신 홈/화면 켜짐 버튼과 음량 조절 버튼이 있다. 일반적인 남성 손목 굵기라면 어색하지 않게 착용할 수 있겠지만, 손목이 가는 여성 사용자라면 조금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루나 워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수 있다. 통화와 문자 메시지 기능을 지원하며, 기본 요금제 가입 시 음성 통화 50분, 문자 무제한 등을 제공한다. 주소록에 전화번호를 따로 입력할 필요는 없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소록을 그대로 가져온다.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주소록에 등록된 사진도 그대로 가져오니 별도의 작업도 필요 없다.
스마트폰에 걸려온 전화를 루나 워치로 받는 기능도 있다. SK텔레콤 사용자의 경우 이 기능을 Tshare 앱을 통해 사용할 수 있으며, 타 통신사 사용자라면 착신전환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개통이 안된 루나 워치, 즉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한 상태로만 사용한다면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루나 워치 화면에는 전화가 왔다는 알림만 나타나고, 여기서 전화 수신을 거부할 수 있다. 사실 블루투스 연결만으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제품이 많기 때문에,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의아하다. 이는 문자 메시지 역시 마찬가지다. 미개통(블루투스 연결) 시에는 스마트폰으로 수신한 문자 내용만 확인할 수 있고, 여기서 문자를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밖에 모바일 데이터를 요구하는 T멤버십, 멜론, 티맵 대중교통 등의 기능 역시 미개통 시에는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개통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 스마트폰으로 받은 각종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이메일이 오면 시계 한 쪽 구석에 'N'이라는 문구가 나타나고, 이를 터치해 이메일 본문을 읽을 수 있다. 이는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 등도 마찬가지다. 알림을 받을 앱은 스마트폰 전용 앱인 '루나 워치 매니저'에서 설정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두 가지가 있다. 우선 하나는 이모티콘이나 사진 등이 올바르게 표시되지 않는 점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에서 사진이나 이모티콘을 받으면 (사진), (이모티콘) 등의 텍스트만 표시되기 때문에 실제 메시지 내용은 스마트폰을 열어 확인해야 한다. 또 다른 점은 알림을 꺼놓은 채팅방의 메시지가 루나 워치에 표시되는 점이다. 대화가 많이 오가는 단체 대화방의 경우 업무 중에는 알림을 꺼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대화방의 메시지 역시 루나 워치에서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조금 귀찮은 느낌도 든다.
캘린더 동기화 역시 지원한다. 자신의 스마트폰에 등록된 일정을 그대로 루나 워치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상세한 일정을 확인하려면 각 날짜를 직접 터치해야 한다. 디스플레이 크기 때문인지 달력에서는 일정 내용이 표시되지 않는다. 일정이 있는 날짜를 굵은 글씨 등으로 표시해줬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8GB의 내장 저장장치도 있다. 각종 기본 앱 및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남은 공간은 5GB 정도며, 여기에 사진이나 음악을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루나 워치로 사진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사진이나 음악을 저장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USB 케이블을 이용한 방식과 스마트폰 전용 앱을 통해 무선 전송하는 방식으로 나뉘며, 후자의 경우 블루투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전송 속도가 비교적 느리다.
내장 스피커의 성능은 생각보다 괜찮다. 크기가 작아서 출력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제법 소리가 크게 들린다. 물론 평소에 이렇게 음악을 듣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운동 중이거나 자전거를 타는 중이라 이어폰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제법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듯하다.
이밖에 알람, 음성 메모, 스마트폰 카메라 원격 제어, 타이머, 스톱워치 등의 기본 앱을 갖췄다. 이러한 앱은 '제스처' 기능을 통해 즉시 실행할 수 있다. 각 앱을 찾아서 실행하는 대신 화면에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 앱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음성 녹음 처럼 빠르게 켜야 하는 앱을 쓸 때 유용하다.
기본적인 운동량 추적 기능도 있다. 하루 동안 얼마나 걸었는지, 이를 통한 칼로리 소모는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루나 워치 자체에서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 전용 앱에 동기화하면 일간/주간/월간 등 통계를 확인할 수도 있다. 다만 전문적인 운동량 추적기가 아닌 만큼 심박 측정, 식단 조절 등 부가적인 기능은 없다.
IP55 등급의 방진 방수 기능도 있다. IP55는 대부분의 먼지와 약한 물줄기를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물 속에서는 사용하기 어렵지만, 운동 시 흘리는 땀이나 샤워 정도에서는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또 루나 워치가 더러워지더라도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기만 하면 된다.
충전은 전용 독을 사용한다. 무선 충전 방식이 아닌 5개의 접점을 이용한 방식이다. 본체에는 USB 케이블을 직접 연결할 수 없으며, 충전 및 데이터 전송을 위해서는 전용 독이 필요하다. 배터리 지속시간은 그리 길다고 말하긴 어렵다. 화면 밝기를 최대로 하고, 블루투스, GPS 등의 기능을 모두 켠 뒤 약 5시간 사용했을 때 남은 배터리는 약 76% 정도다. 화면 밝기를 절반 정도로 하면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매일 밤마다 충전을 해야 배터리 걱정 없이 계속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루나 워치는 어떤 사람에게 어울릴까? 사실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스마트 시계가 그렇듯 있으면 편하고 없어도 큰 문제는 없는 제품이다. 시계를 통해 스마트폰 알림이나 메시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편하지만, 평소처럼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하는 것을 불편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있으면 확실히 편하다. 스마트폰과 달리 항상 손목에 차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 놓고 나올 우려도 없고, 내장된 '내 폰 찾기' 기능 등을 이용하면 이불 속이나 베개 밑에 들어있는 스마트폰을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시계나 만보기 정도의 물건에 불과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삶을 편하게 해주는 아주 유용한 물건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