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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줌인] 대체 왜 '인공지능'과의 '대결'만을 말하는가

권명관

[IT동아 권명관 기자]

'인간 vs AI', 'AI 세계대전', '이세돌 신드롬', '세기의 대국'...

연일 화제다. 지금 대한민국은 바둑을 배운 '인공지능 구글 알파고'와 천재 바둑 기사 '사람 이세돌'이 펼치는, 19x19 반상 위 흑돌과 백돌의 승부,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 온 신경이 쏠려 있다. 3월 14일 현재, 알파고와 이세돌의 전적은 3:1. 첫 대전부터 충격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이세돌 9단의 완패. 그리고 이어진 2국과 3국에서 이 9단은 연이어 패배했다. 대국 시작 전 인터뷰에서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의 실력은 이미 상당하며,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제가 이길 자신이 있다"라고 자신감을 피력했기에, 내리 3번의 대국에서 패배한 그 충격은 너무 크게 다가왔다.

알파고와 3국을 끝낸 뒤 인터뷰장으로 이동하는 이세돌 9단
< 알파고와 3국을 끝낸 뒤 인터뷰장으로 이동하는 이세돌 9단 >

이 9단의 3연패.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인공지능 알파고의 3연승은 이 9단 당사자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많은 사람에게 정신적인 데미지를 남겼다. 아직은, 그래도 아직은 기계가 사람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은, 도리어 부메랑처럼 돌아와 사람들을 자괴감에 빠트렸다. 소위 말하는 '멘붕'. 혹자는 이대로 5:0, 전패로 끝날 것이라 예상했으며, 이세돌의 패배에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어제, 이 9단은 알파고와 4번째 대국에 나서 사투를 펼쳤고, 결국 승리를 따냈다. 대국을 끝낸 뒤 인터뷰장에 들어서는 그에게, 사람들은 한마음으로 일어나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기자, 바둑 전문가, 바둑을 모르는 일반인… 등. 승리한 이 9단을 맞이하며 박수를 보냈던 이들의 직업이나 바둑 지식 등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인터뷰장에서 우리는 이 9단에게, 사람이 보내는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냈다.

드디어 알파고에게 승리를 거둔 이세돌 9단
< 드디어 알파고에게 승리를 거둔 이세돌 9단 >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알파고가 모니터를 통해 기권하는 팝업창을 띄웠을 때, 환호성을 보냈다. "어떻게 지는 지도 모르게 졌다"라고 읊조렸던 것이 불과 며칠 전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짓고 있던 순수하고 환한 미소에, 가슴 속 뜨거운 무언가를 느꼈으리라. 하지만, 이제 흥분은 잠시 가라앉혀야 할 때다. 구글 알파고와 이 9단의 바둑 승부를, 어려운 여건에서 승리하는 한 사람의 휴먼 드라마로 이해하지 말자. 우리는 인공지능과 사람이 펼치는 이번 대결을 단순히 승패에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

구글 알파고, 스스로 학습해 계산하는 인공지능

결론부터 얘기하자. 알파고는 사람이 아니다. 알파고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직관과 창의성이 없다. 알파고가 바둑을 둘 수 있는 원리를 되짚어 보자. 참고기사의 한 부분을 인용한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바둑 속의 모든 수를 일일이 연산할 수는 없다. 지구상 모든 컴퓨터의 프로세싱 파워를 긁어 모아도 불가능한 작업이다. 때문에 사람처럼 바둑에 영향을 미치는 수만 연산하도록 했다. 비결은 컴퓨터 과학기술 '트리서치(Tree search)'다. 알파고는 트리서치를 활용해 우주의 원자보다도 많은 바둑 속 경우의 수를 10만 개 수준으로 줄였다. 사람이라면 10만 개라는 경우의 수를 파악하지 못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에겐 그리 많은 수가 아니다. 1,202개의 CPU와 176개의 GPU를 갖춘 알파고는 이 10만 개 경우의 수 속에서 최적의 수를 찾아 대국을 진행한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한 데이터센터의 전경
<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한 데이터센터의 전경 >

알파고의 인공신경망은 '정책망(policy network)'과 '가치망(value network)'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과 유사한 사고 방식으로 바둑에 접근하기 위해 두 가지 인공신경망을 이용했다. 정책망은 바둑의 전체 대국 상황을 살핀다. 현재 반상 위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흑과 백 중 누가 유리한지, 앞으로 공격적으로 둬야 하는지 방어적으로 둬야 하는지 등을 파악하고 결정한다. 가치망은 한 수 한 수를 두고, 이를 평가한다. 내 한 수와 상대방의 한 수를 통해 나와 상대방이 어떤 이익과 불이익을 얻었는지 파악한다. 두 인공신경망에서 나온 데이터를 활용해 대국을 진행하고, 승리와 패배 여부를 판단한다.

인공지능의 핵심은 사람의 뇌를 컴퓨터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 인공지능의 핵심은 사람의 뇌를 컴퓨터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

만약 이세돌 9단과의 추후 대결에서 판이 불리해지면 알파고는 주저없이 돌을 던질 것이다. 이미 진 경기를 오래 끌고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책망의 능력이다. 알파고는 대국에서 가끔씩 뜬금없어 보이는 곳에 돌을 둘 것이다. 하지만 이는 승리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한 한 수다. 이것이 가치망의 능력이다."

알파고가 이 9단과 펼치는 반상 위 한 수는 승리하기 위한 최적의 한 수를 '계산'한 것이다. 다만, 기존 바둑 인공지능과 다른 것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는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구현했다.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인공신경망 속에 3,000만 가지 이상의 수를 입력했고, 이어서 100만 번 이상의 자가 대국과 외부 대국을 진행해 알파고 스스로 최적의 수를 찾을 수 있도록 학습시켰다.

알파고와 이 9단의 지난 대국에서 바둑 전문가를 비롯한 사람들은 알파고를 마치 사람처럼 대했다. 현 시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두는 알파고의 한 수를 두고 수많은 분석이 뒤를 이었다. 사람이라면 두지 않을 수, 사람은 두지 못할 수를 알파고가 구현하면, 이를 두고 버그나 실수, 오류 또는 알파고가 직관을 갖춘 것 아니냐는 의문도 뒤따랐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파고가 두는 한 수 한 수는 사람이 하기 어려운 수십, 수만 번의 계산 아래 가장 승리할 확률이 높은 수를 둔 것 뿐이다. 바로 딥마인드가 구축한 인공신경망 내에서 말이다.

대국장 내 사진
< 대국장 내 사진 >

왜 인공지능과 싸우는가

기자 역시 알파고와 이 9단이 펼치고 있는 승부 속에서 울고 웃었다. 하지만, 이번 승부의 본질은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느냐에 있지 않다. 어느덧 이만큼 성장한 인공지능 기술, 그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 모두가 인정하는 정상의 바둑 기사 이 9단이 인정할 정도로 알파고의 바둑 실력은 진짜배기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어느새 인공지능은 사람이 지난 5,000년 간 찾았던 '신의 한 수'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반자로 올라섰다고.

알파고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술은, 사람이 정복해야 하는 경쟁자가 아니다. 대체 왜 인공지능과 싸워야 하는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등장하는 '스카이넷'은 사람의 상상 속에서 등장한, 지나칠 정도로 황당한 인공지능 아니, 허구다. 애초에 인공지능은 사람이 보다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다. 그리고,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그것을 개발하고, 그것을 손에 쥔 사람이 결정할 일이다. 인공지능을 불신의 눈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것을 고민해야 한다.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와 알파벳 사장 세르게이 브린
<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와 알파벳 사장 세르게이 브린 >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에 적용한 인공신경망 기술을 이용해 수많은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를 대신해 사람 목 속의 병을 찾아주는 '딥마인드 헬스'와 전세계 기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구의 환경이 향후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는 '기상 예측 인공지능'을 개발 중이다. 이미 앱을 통해 개인의 헬스데이터를 제공받고 이를 분석해 추후 건강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해주는 '스트림'이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기계는, 인공지능은 사람이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 아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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