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큰 VR 시장, 3D 실패 트라우마 극복할까
[IT동아 김영우 기자] 최근 열린 CES 2016, MWC 2016을 비롯한 유수의 국제 IT 박람회의 내용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말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바로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기술이다. 이는 실제와 흡사하게 느낄 수 있는 인공적인 공간을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각, 청각을 비롯한 인간의 오감에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 말 그대로 또 하나의 세상을 체험할 수 있다.
VR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HMD(Head Mounted Display,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장치의 일종) 외에 PC나 스마트폰, 게임기와 같은 콘텐츠 구동 장치가 필요하며, 재생하는 콘텐츠(영화, 게임 등) 역시 VR 공간을 담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이용해야 한다. 하드웨어 제조사 외에도 소프트웨어 개발사,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유통업체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성장 동력 중 하나로 많은 관심을 가질 만 하다.
너무나 뜨거웠다가 순식간에 식어버린 '3D'의 기억
다만, 이러한 VR 붐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자리잡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언을 하기 힘들다. 2010년을 전후 즈음에 세계적인 붐을 일으켰다가 얼마 있잖아 거품이 꺼져 지금은 존재감이 희미해진 3D(입체 영상) 기술의 전철을 VR 역시 밟는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볼 만 하기 때문이다.
한때 차세대 멀티미디어 시장의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3D는 사실 몇 가지 한계 역시 가지고 있었다. 일단 3D를 즐기기 위해서는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고가의 하드웨어(예: 3D TV, 3D 모니터 등)가 필수였으며, 시청을 위해서는 전용 안경을 반드시 착용 해야 하는 등, 활용상의 불편함도 있었다.
그리고 3D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전용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했다. 기대를 모았던 지상파 3D방송이 시험 방송만 하다가 흐지부지 되면서, 결국 3D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영화관이나 3D 블루레이, 그리고 3D 모드를 지원하는 일부 게임 정도가 전부였다. 호기심에 몇 번 관심을 가질 수는 있으나, 멀티미디어 시장의 중심이 될 정도로는 성장하지 못하고 3D는 사양길에 올랐다. 기대를 안고 이 부문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업체의 수도 상당하다.
실제로 지난 3일 제품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의 발표에 따르면, 한때 TV의 미래라고 불리던 3D TV가 시장에서 크게 위축되었다. 지난 2월 전체 TV 판매량에서 3D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8%로, 이는 2년 전에 비하면 46%나 하락한 수준이라고 한다.
VR의 불안요소, 그리고 극복의 움직임
사실 이러한 불안요소는 VR 역시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필수적인 하드웨어(HMD 등)를 구매해 착용해야 한다는 점, 이를 즐기기 위한 전용의 콘텐츠가 필요하며, 아직(2016년 기준) VR 콘텐츠의 수가 적다는 점 역시 과거 3D의 상황과 겹쳐 볼 만하다.
하지만 다른 점도 분명히 있다. 일단 가장 큰 차이점은 적용 범위다. 3D는 주로 영화나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만 한정해 적용되었지만 VR은 다르다. 영화나 게임은 물론, 군사 훈련이나 광고, 학술 연구, 교통 등의 한층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면 한층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미국 STI(Systems Technology Inc)사의 VR 기반 낙하산 시뮬레이터인 '파라심(Paradim)'이 낙하산 훈련에 활용되는 등, 실제로 적용된 사례도 제법 있다.
또한, VR 환경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하드웨어의 기반이 이미 어느정도 마련되어 있다는 점도 3D에 비하면 나은 점이다. 특히 최근에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스마트폰의 경우, 기본적인 콘텐츠 구동 능력 외에 VR 구현을 위해 거의 필수적인 중력 센서나 가속도 센서, 네트워크 기능 등을 이미 갖추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기어 VR', 구글의 '카드보드(Cardboard)' 등의 액세서리를 결합하면 비교적 저렴한 VR용 HMD가 완성된다. 특히 구글 카드보드의 경우, 제조 원가가 몇 천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 외에 VR 관련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가 상당히 빠른데다, 콘텐츠 및 응용 기술과의 결합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의 프로세서 및 그래픽 기술 업체인 AMD에서 작년에 발표한 '리퀴드VR(LiquidVR)’은 기존 VR 기술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지연 시간이나 끊김 문제를 해결, 현장감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AMD는 지난 2월, 대표적인 뉴스 통신사인 AP(Associated Press)와 손잡고 리퀴드VR 기술을 기반으로 한 VR 저널리즘을 도입, 마치 현장을 직접 보는 듯한 생생한 뉴스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 발표하기도 했다.
VR의 성공적인 정착 위해선 3D 트라우마 극복이 우선
최근의 뉴스만 봐선 VR의 미래는 완전한 장미빛인 것 같다. 하지만 한때의 3D가 그러했듯, 콘텐츠의 보급이 지지부진 하거나 관련 하드웨어의 발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런 열기는 곧 거품처럼 꺼질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적용범위나 관련 기업들의 관심도, 응용 기술의 발전 속도 등을 고려해 볼 때 VR은 분명 과거의 3D 보다는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VR이 과거 3D의 실패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지를 주목할 만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