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016] 직접 관람한 'LG vs. 삼성' 제품 발표회, 엇갈린 전략

김태우 tk@gamedonga.co.kr

[바르셀로나=IT동아 김태우 기자] 공교롭게도 2월 2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국내 대표 기업 2곳이 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LG전자는 오후 2시 산 조르디 클럽에서, 삼성전자는 오후 7시 CCIB에서 진행했다. 다소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두 발표 행사를 모두 관람했다. 발표 행사만으로도 두 회사의 스마트폰 전략이 극명하게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전혀 다른 발표 방식

먼저 발표를 시작한 LG전자는 산 조르디 클럽에서 발표회를 열었다. 초청장을 통해 'Play'를 강조한 만큼 장소 또한 클럽이라는 공간을 활용한 것. 노란색과 초록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함께 어울려 노는(play) 분위기를 연출했다.

LG G5
LG G5

이에 비해 삼성의 발표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초청장의 상자를 열듯이 중앙에 대형 상자를 마련해 360도로 발표를 진행했다. 2개의 신제품 소개는 VR 영상을 활용했다. 이를 위해 자리마다 기어 VR을 설치해 5,000여명의 참여자가 함께 착용하는 진귀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삼성 언팩
삼성 언팩

공통분모

두 행사에서 공통 분모를 찾으라면 딱 하나 있다. 바로 VR. 삼성전자는 이미 오큘려스와 협업해 VR 디스플레이인 '기어 VR'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는 누구나 쉽게 VR 사진과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내놨다. '기어 360'이 그것이다.

LG전자도 본격 VR 제품을 내놨다. VR 디스플레이인 'LG 360 VR'과 전용 카메라인 'LG 360 캠' 등이다. LG 360 VR은 얼굴에 착용하는 장치임을 고려해, 삼성전자처럼 스마트폰 삽입이 아닌 유선 연결 방식을 적용했다. 그런 만큼 훨씬 가볍고 슬림하게 만들어졌다.

눈에 띈 건 두 회사가 약속이나 한 듯 내놓은 VR 카메라. 그동안 VR 콘텐츠는 전문 장비로 만들어야 했는데, VR 카메라의 출현으로 VR이 일상에 좀 더 쉽게 파고들 수 있게 됐다.

무대에 등장한 기업 임원

LG전자의 이번 발표회 키워드는 'Play'이다. 플레이는 혼자가 아닌 함께해야 더 즐겁다. 이런 점은 발표 무대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G5의 사운드 모듈인 'LG 하이파이 플러스'를 소개할 땐 이를 만들면서 협업한 뱅앤올룹슨의 COO 스테판 페르소가 올라왔으며, LG 360 캠을 구글 스트리트뷰에 적용한 찰스 암스트롱 구글 스트리트뷰 담당 총괄 매니저, LG 360 VR 구동을 매끄럽게 해줄 만큼 강력한 성능을 어필한 퀄컴 CEO 스티브 몰렌코프, 스마트폰으로 드론이나 로봇을 조종할 수 있는 컨트롤러를 만들고 있는 패럿 CMO 니콜라스 해프터메이어 등이 차례로 무대에 등장했다. 마치 이들과 어울려서 Play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LG G5
LG G5

이와 반대로 삼성은 갤럭시 S7와 S7 엣지에서 그래픽 성능의 강력함을 설명하기 위해 에픽 게임즈 CEO 팀 스위니가 무대에 올라와 오픈GL을 대신하게 될 불칸(Vulcan) API의 게임 그래픽 경험에 관해 이야기 했다. 여기에 오큘러스 리프트를 인수한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가 등장해 삼성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설명하고 가상현실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페이스북의 이야기를 전했다. 팀 스위니는 언팩 행사의 일부였으며, 마크 저커버그는 오히려 언팩 행사를 압도해 버리는 분위기였다.

삼성 언팩
삼성 언팩

스마트폰 전략의 변화

이번 발표에서 알 수 있듯이, 삼성전자는 여전히 플래그십 스마트폰 스마트폰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완성도를 끌어 올리고, 본연의 기능을 더 강화하고 있는 것. 손에 좀 더 쥐기 편해졌고, F1.7의 밝은 카메라 렌즈를 적용하고, IP68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 게임 그래픽 향상 등 기능을 더 보완하고 강화했다.

이완 다르게 LG전자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와 연계되는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이런 생태계를 통해 스마트폰의 한계를 넓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 카메라 모듈이나 뱅앤올룹슨 오디오 모듈을 사용해 스마트폰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가상현실 기기, 드론 컨트롤러 등 스마트폰 자체보다 그 주변 환경에 신경 썼다.

단순히 G5의 주변 기기를 만든 것이 아닌, 해당 기업의 임원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와 끈끈함을 보여준 LG G5 Day는 약간 신선한 경험이기도 했다. 최근 LG 관련 미담이 온라인에 종종 올라오곤 하는데, 이런 생태계 전략은 LG의 인화적인 회사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LG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두 제조사 또한 이럼 점을 잘 알고 있고, 그런 고민에 관한 결과가 이번 발표회에서 잘 드러났다. 어느 쪽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지는 지켜볼 일이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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