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사용 한 달... 점점 빠져들게 하는 3가지 요소

김태우 tk@gamedonga.co.kr

[IT동아 김태우 기자] 지난 1월 7일 '넥플릭스'가 국내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년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한국 진출 준비 중이라는 발표를 하긴 했지만, 새해 벽두부터 서비스를 시작할지는 미처 몰랐다. 어쨌든 반가운 마음에 회원 가입을 했고, 한 달가량 사용하고 있다.

처음 가입하고 넷플릭스 이곳저곳을 살펴봤지만, 딱히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2주일가량 지난 후부터는 매일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넷플릭스를 켜는 것이 습관이 됐다. 여전히 콘텐츠는 부족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다양한 외화와 자체 콘텐츠는 은근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특히 편리한 사용자 경험은 넷플릭스를 계속 쓰게끔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넷플릭스에 빠지게 하는 3가지를 꼽아봤다.

연속보기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한 미드의 경우 시즌 전편을 한 번에 올려버리는 독특한 배포 방식을 사용한다. 즉 매주 1회씩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13편 전체를 모두 볼 수 있도록 한 것. 미국 드라마는 보통 하나의 시즌이 13회나 22~24회로 제작되는데, 넷플릭스는 보통 13회로 만든다.

매주 한 편씩 방송하는 일반적인 미국 드라마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 셈으로, 이는 하나의 시즌을 몰아서 보는 시청 습관과 언제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는 스트리밍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국내서도 하나의 시즌을 몰아서 보는 시청자가 많은데, 미국서도 넷플릭스로 이런 현상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몰아서 보는 시청 방식은 넷플릭스의 사용자 경험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보통 드라마를 몰아서 보는 경우 동영상 플레이어에 전회를 넣어놓고 보게 된다. 1회가 끝나면, 사용자는 엔딩 자막이 나올 때 다음 편을 재생한다. 매회 반복되고, 제법 긴 편인 엔딩 자막을 볼 이유가 없다. 총 13회의 드라마를 본다면, 최소 12번은 다음 드라마를 직접 재생하게 된다.

넷플릭스는 드라마가 끝나면 엔딩 자막이 나오는 순간 다음 회가 15초 후에 재생한다는 정보가 뜬다. 15초만 기다리면 다음 회가 연속해서 재생된다. 사용자가 엔딩 자막을 끝까지 볼 필요도 없고, 다음 회를 직접 재생할 필요도 없다. 연속해서 드라마를 보기 용이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 1번 : 엔딩 자막이 올라가면 화면이 작아진다, 2번 : 다음 회 재생 준비가 진행된다

15초는 꽤 미묘한 시간이다. 다음 회로 넘어가기엔 조금 긴 듯 보이지만, 메인 화면으로 돌아가려면 허둥거리게 한다. 약간 느긋하게 기다리는 정도. 처음엔 나도 15초가 다소 긴 게 아닌가 싶었지만, 막상 여러번 경험해 보니 길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12초 정도로 줄어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제대로된 OTT

티빙이 작년 12월 21일 공지를 통해 1월 5일부터 크롬캐스트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더는 크롬캐스트를 사용해 모니터나 TV 등 대화면에서 티빙의 콘텐츠를 볼 수 없다. 국내서는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를 유료로 가입하더라도 이처럼 크롬캐스트를 사용해 대화면에서 감상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티빙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내 동영상 서비스들은 OTT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지원을 하는 서비스는 드물다. OTT(Over The Top)는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일컫는다. 즉, 스마트폰, 태블릿, PC, 콘솔, TV 등 다양한 기기에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넷플릭스는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 윈도우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모두 지원하며, PC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여기에 TV도 다양한 방식으로 넷플릭스에 접근할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애플 TV, 아마존 파이어 TV뿐만 아니라 크롬캐스트도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서비스 사업자처럼 무언가를 제한하기보다는 더 많은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애쓴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자주 본다. 지하철을 내릴 때 쯤에는 넷플릭스를 종료했다가 집에 도착하면 스마트폰을 크롬캐스트와 연결해 보던 드라마를 대형 화면에 띄워 이어보기 시작한다. 종종 침대에 누워 노트북에서 웹브라우저로 넷플릭스를 이용할 때가 있는데, 전체 화면으로 전환해 영상을 재생하면, 웹브라우저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국내 동영상 서비스는 보통 모바일과 PC 지원까지 이루어지며, 그 이상의 지원은 소극적이다. 이에 비해 넷플릭스는 다양한 기기에서의 접근성이 좋다. 국내 사업자도 이런 점은 배워야 할 부분이다.

하나의 계정으로 4명 사용

넷플릭스의 요금제는 3종류다. 베이식 7.99달러, 스탠다드 9.99달러, 프리미엄 11.99달러다. 원화로 매월 약 9,600원, 1만 2,000원, 1만 4,400원을 내야 한다. 평일 영화 한 편 가격이 8,000원이니 비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깝다고 생각하는 이가 더 많을 듯.

현재 내가 쓰고 있는 요금제는 프리미엄이다. 이 요금제는 4K UHD 화질을 지원하며, 4명 동시 접속을 지원한다. 4명 동시 접속이라는 말은 4대의 기기에서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하나의 계정으로 4명이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4명이 모여 1인당 약 3,600원만 내면 된다. 이 가격이라면 넷플릭스를 이용 안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렇게 돈을 모아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넷플릭스 측은 계정 공유를 가족 관계라면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실제 가족인지를 파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국내서도 4명이 모여 이용 요금을 나누어 낼 수 있는 것.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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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4개의 프로필이 만들어져 있다

이런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가 힘을 발휘하는 것은 '프로필' 기능때문이다. 프로필은 넷플릭스 계정 안에 개별 사용자를 만들어 주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가족 구성원이 아빠, 엄마, 영희, 철수라면, 각자의 이름으로 프로필을 만들 수 있다. 이후부터는 넷플릭스에 로그인 후 자신의 프로필로 들어가서, 보던 영상을 이어 볼 수 있고, 해당 프로필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추천해 준다. 계정은 하나이지만, 4명이 각각 계정을 만들어 쓰는 듯하다.

작년 기자간담회 때 처음 프로필 기능을 설명 들었을 땐 별거 아니란 생각을 했지만, 현재 다른 이와 계정을 공유하고 프로필로 각자 영상을 즐겨 보니 여간 유용한게 아니다. 계정 공유에 있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허점도 있다. 넷플릭스는 신용카드 결제만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료 사용자는 성인으로 간주하는 듯하다. 성인 영상 재생에 허들이 없다. 자녀랑 계정을 공유하게 된다면, 성인 콘텐츠에 쉽사리 접근할 수 있는 것. 프로필에 나이 제한 기능을 적용하고, 성인 프로필은 비밀번호를 추가로 적용해 미성년의 접근을 제한해야 할 테다.

지난 1월 29일 넷플릭스는 롯데와 콘텐츠 판권 계약을 진행했다. 앞으로 롯데가 판권을 보유한 콘텐츠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은 콘텐츠가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서비스 초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콘텐츠는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는 인상이다. 당장은 사용자가 많지 않겠지만, 콘텐츠가 어느 정도 확보된다면 국내서도 의미 있는 가입자 수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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