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게이밍 키보드의 정석, 커세어 스트레이프 키보드
[IT동아 이상우 기자] 필자는 다양한 게임 플랫폼 중 PC를 가장 선호한다. 입력장치인 키보드와 마우스는 익숙할뿐만 아니라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1인칭 슈팅 게임, 롤 플레잉 게임,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등 장르를 막론하고 게임 내 여러 단축키를 등록하고 이를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큰 이점이다. 실제로 게임 패드에서 트리거 버튼을 누르고 필요한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 방향 키를 움직이는 동작과 비교하면 Ctrl + 1 같은 단축키로 물약을 사용하거나 지정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편하다.
그렇다면 게임에 특화한 키보드는 어떤 기능을 갖춰야 할까? 대표적인 것으로 입력 지연 같은 오류가 없어야 한다. 여러 개의 글쇠를 한 번에 눌렀을 때 이를 모두 올바르게 인식해야 리듬 게임은 물론, 대전 액션 게임의 연속기나 RPG의 복잡한 단축키도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키 감이다. 글쇠를 눌렀을 때 적당한 깊이감과 반발력이 있어야 타건이 경쾌하며, 장시간 사용해도 손목에 피로감이 적다. 내구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게임 시에는 특정 키를 반복해서 입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WASD 등) 내구도가 낮다면 해당 키가 금방 고장나기 때문이다.
커세어 스트레이프(CORSAIR STRAFE) 기계식 키보드는 이런 사양을 원하는 게이머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다. 체리 적축 스위치(모델에 따라 청축을 탑재한 것도 있다)를 탑재해 내구성 및 키 감을 높였으며, 안티 고스트, 매크로, 전용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사용성을 높인 제품이다.
우선 기계식 키보드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기계식 키보드는 일반적인 PCB 기판에 실리콘 접점을 이용해 전기 신호를 주는 키보드와 달리, 각 글쇠마다 키 입력을 담당하는 부품이 별개로 존재한다. 이 부품의 특성에 따라 키 감이나 기능에 차이가 있다. 각 키가 독립적으로 구성된 만큼 제품 가격도 비싸지만, 각 키당 수천만 번씩 누를 수 있는 수명과 함께 특유의 경쾌한 타건감은 일반 키보드와 비교할 수 없다.
커세어 스트레이프 키보드는 다양한 스위치 제조사 중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체리사의 스위치를 사용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체리 스위치의 특허가 만료돼 여러 키보드 제조사가 유사한 기능의 보급형 스위치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 명성 만큼은 아직까지 키보드 애호가들 사이에 남아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커세어 스트레이프는 체리 적축과 청축을 사용한 두 가지 모델이 있다. 적축은 반발력이 있어 글쇠를 눌러도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키를 연속으로 입력해야 하는 게임에서 유리하다. 글쇠를 절반 정도만 눌러도 키가 입력될 정도로 민감해 적축 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사용해보는 사람에겐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막상 익숙해지면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큰 소리를 내지 않고도 키를 입력할 수 있기 때문에(일명 '구름 타법') 사무실에서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
디자인은 최근 키보드가 많이 적용하고 있는 비키타입을 적용했다. 비키타입은 키보드 프레임에 글쇠가 박혀있는 듯한 모습의 기존 디자인과 달리 프레임 위에 글쇠가 떠있는 형태다. 여기에 LED 등의 조명을 더하면 조금 더 게이밍 키보드 스러운 느낌이 된다. 또한, 비키타입은 기존 키보드와 비교해 청소가 쉽다. 키캡을 제거하지 않아도 내부에 있는 먼지나 머리카락 등을 쉽게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계식 스위치를 적용했다고 해서 '게이밍 키보드'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커세어 스트레이프는 게이머의 취향에 맞는 키캡 튜닝 기능도 제공한다. 일반적인 키캡 외에도 WASD 키와 QWERDF 키를 교체할 수 있도록 별도의 키캡과 키캡 제거 도구를 제공한다.
이 두 가지 구성의 키는 콜 오브 듀티 같은 FPS 게임과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AOS 게임에서 자주 사용하는 키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QWER 키는 각 스킬에, D와 F는 회복이나 점멸 같은 소환사 스펠 등을 등록해 사용하며, 대부분의 FPS 게임에서는 WASD를 이동 키로 사용한다. 교체용 키 캡은 표면을 거칠게 제작해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키를 눌러도 잘 미끄러지지 않으며, 손가락을 올렸을 때 가장 바깥에 위치한 키는 끝부분을 조금 높여 손가락이 밖으로 세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게이머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윈도우 키를 잠그는 기능도 있다. 윈도우 키는 보통 Ctrl 키와 Alt 키 사이에 위치하는데, 이 두 키는 게임에서도 자주 쓰이는 키다. 때문에 윈도우 키를 잘못 누르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게임 중 화면이 바탕화면으로 전환돼 시작 메뉴가 열리는 일도 있다. 일부 게이머는 이를 막기 위해 아예 윈도우 키 키캡을 빼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커세어 스트레이프는 우측 상단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기만 해도 윈도우 키 작동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하다.
이 윈도우 키 잠금 버튼에는 또 다른 기능도 있다. 키보드 보안 플러그인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금융 거래 등에서 F1 키와 윈도우 키 잠금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키 입력이 정상 작동한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자신이 누른 글쇠와 다른 키가 입력되니 참고하자.
PC와 연결하는 케이블은 총 두 개다. 이 중 키보드 모양이 새겨진 단자는 키보드를 작동하기 위한 단자고, USB 로고가 새겨진 단자는 키보드에 내장된 USB 포트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단자다. 일종의 USB 연장 케이블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케이블을 PC에 연결하면 굳이 PC 뒤에 있는 USB 포트를 찾을 필요 없이, 키보드에 부착된 단자에 USB 헤드셋, 마우스, 메모리 등을 연결해 사용하면 된다.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키보드의 기능을 더욱 확장할 수 있다. 전용 소프트웨어인 CUE(Corsair Utility Engine)은 이노베이션티뮤 혹은 커세어 공식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매크로, 조명 효과 조절 등 전반적인 설정과 함께 펌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으니 설치하는 것이 좋다.
이 소프트웨어에서는 크게 키보드의 전반적인 설정을 여러 유형으로 등록할 수 있는 프로파일, 키 입력을 미리 등록해 해당 동작을 자동으로 반복할 수 있는 매크로, 키보드 백라이트 작동을 꾸밀 수 있는 조명, 소프트웨어에 관한 전반적인 설정을 변경할 수 있는 설정 등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기능이나 설정 등은 충실하지만,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설명서 등을 꼼꼼히 읽어가며 사용 방법을 익혀야 하겠다. 또, 각종 항목이 편집하다, 최초 발견 등 어색한 번역투로 돼 있으며, 트레이 아이콘에서는 'Ct기 + Break' 같은(한/영 자동 변환 기능이 작동해 Ctrl을 바꿔버린 듯하다) 오타도 있으니, 한국어 버전 업데이트가 필요할 듯하다.
제품 가격은 2016년 1월 말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3만 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무슨 키보드가 그렇게 비싸?'라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체리 스위치를 적용한 제품은 기본적으로 10만 원 이상의 고가 제품이 많으며, 이러한 제품의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라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