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스타트업 바로 알기] 스타트업, 제대로 연결하라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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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를 내세우며 경기가 지속적인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고 모두가 입을 모은다. 더불어 글로벌 과잉 생산과 미국 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시장 침체라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에 대비하고, 소비를 최대한 줄여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라"고 보수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이를 근거로 기업들은 투자에 매우 인색해 지고 있으며, 자산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적자 사업을 정리하느라 대량 해고가 줄을 잇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경기 침체를 당연하게 여기는 현재 분위기에 문제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왜 우리가 스타트업 도전을 망설이는지 그 근본 내용을 알아본다.

'2015 월드솔라챌린지'
'2015 월드솔라챌린지'

< 2015 월드솔라챌린지 모습 : 월드솔라챌린지 홈페이지 캡쳐, http://www.worldsolarchallenge.org/ >

2015년 10월, 태양광만으로 호주를 북에서 남으로 3,000km를 달리는 자동차 경주 대회가 열렸다. '월드솔라챌린지(World Solar Challenge) 2015'다. 1987년 소규모로 시작한 이 대회는 참가자가 늘어나고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국제 대회로 발전했다. 한해 걸러 한번씩 개최되며, 참가자들은 자동차 제조사 직원이 아니라 대부분 대학생들이다.

2015년 대회에는 25개 국 47개 팀이 참가했다. 재미있는 점은 1위와 2위 모두 네덜란드가 차지했다는 것이다. 쟁쟁한 자동차 브랜드를 갖고 있는 독일, 미국, 영국, 일본 등의 나라를 제치고 네덜란드가 탑에 오른 걸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단지 우연 혹은 행운의 결과일까?

우리나라 팀도 참가했다. 1개 대학 팀뿐이었다. 1위인 네덜란드 '누온솔라팀(Nuon Solar Team)'의 37시간 56분 12초에 비해 무려 23시간이나 더 걸려 골인 지점을 통과해 20위에 그쳤다. 우리나라 여러 대학에 이미 오래 전부터 자동차 동아리가 있었기에, 순위 권에 들지는 못했더라도 적어도 2~3개의 대학이 서로 경쟁하듯 참가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네덜란드와 우리나라는 도대체 뭐가 어떻게 다르기에 이런 차이가 날까?

월드솔라챌린지에서 우승한 누온솔라팀
월드솔라챌린지에서 우승한 누온솔라팀

< 누온솔라팀의 우승에 환호하고 있다. 차에 새겨진 'Nuna 8'의 8은 2001년부터 8번 대회에 참가했음을 의미) : 누온솔라팀 홈페이지 : http://www.nuonsolarteam.nl >

표면적으로 보면 세가지 차이가 있다. 첫 번째, 취업에 올인하는 우리나라 대학 생활에 그 원인이 있다. 대학생이건 대학원생이건 거의 대부분 취업에 모든 걸 건다. 얼마 전 소위 말하는 명문대 전자공학과 수업에서 필자가 스타트업을 주제로 강연을 한 적 있다. 그 자리에서 스타트업을 준비 중이거나 향후 시도하려는 학생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는데,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수업에 참여한 50여 명의 학생 중 단 한 명도 손을 들지 않았다. 한마디로 모두가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필자는 최근 <하드웨어 스타트업>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자료를 수집하면서 미국과 유럽 대학생들의 스타트업 도전이 상상 이상으로 많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도 폭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고 기대했기에, 또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전자공학과 전공생이기에, 분명 몇 명이라도 스타트업에 도전하거나 향후 도전할 계획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결과는 0%. 물론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 모두가 학점 따기에 열을 올리는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맘놓고 월드솔라챌린지같은 대회에 참가하겠는가? 안타깝게도 취업에 올인하는 대학생들에게 이런 도전은 그저 사치에 불과한 행동인 것이다.

두 번째는 산업이 고도화되고 융합되는 분위기인데도 우리나라 대학 수업의 분위기는, 기존의 전통을 잇고 지식을 전수하는 것에 상당 부분 몰입돼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대학 교육은 특정 학문을 지식으로 추구하기보다 융합 교육을 추구하며 새로운 가치 찾기에 노력해야 한다. 일부 교수들이 연구한 지식을 강의를 통해 학생에게 그저 전달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열린 수업을 지향하며 항상 새로운 가치에 도전하는 학과나 교수들도 분명 존재한다. 얼마 전 울산대학교 교내에 위치한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3D프린팅과 디자인을 접목한 교육을 진행했다. 이 교육에 전공이 소프트웨어공학인 한 교수님이 자신의 아들과 함께 교육생으로 참석했다. 그 교수님은 5주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강의를 수강했다. 자신이 드론 자율 비행을 코딩할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고, 학생들에게 직접 코딩을 가르치고 있음에도, 본인이 직접 3D설계와 3D프린팅까지 도전한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코딩만 배우지 말고 3D설계와 3D프린팅도 배우라고 권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둘을 융합한 응용 과제도 내주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가치에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교수가 먼저 도모하는 것이다. 참 멋지다.

자신이 특정 분야에서 인정받는 순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주하기 쉬운데, 잘 아는 것에 무언가를 더해서 창의적인 교육을 끊임 없이 추구하는 교수라... 역시 리더가 어떻게 이끄느냐가 중요하다. 대학교에서는 교수가 리더라면 회사에서는 경영진이 리더다. 정체되어 있는 대학, 정체되어 있는 기업 문화는 모두 리더의 탓이다. 부단한 노력을 통해 타 분야와 자신의 분야를 넘나드는 융합 사고를 하는 대학과 기업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은 당연하다.

세 번째, 학생과 기업의 직접적인 '연결'이 부족하다. 2015 월드솔라챌린지에서 1위를 차지한 네덜란드 누온솔라 팀은 팀 이름으로만 보면 직원 6,000명이 넘는 네덜란드 최대 에너지 기업인 '누온(Nuon)'이 팀을 만든 것 같다. 하지만 이 팀의 멤버는 모두 네덜란드 델프트(Delft) 공대의 학생들이다. 2001년부터 누온 사의 후원을 받으며, 델프트 공대 학생들이 거르지 않고 8회나 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팀 이름은 그 팀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특정 대학교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당연히 그 대학의 이름을 의미하는 단어가 들어간다. 하지만 특정 기업의 이름을 달고 그 기업을 홍보하며 대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한다. 이는 대학과 기업이 그 만큼 가까운 '연결' 문화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2015년 월드솔라챌린지에서 2위를 한 네덜란드의 '솔라 팀 트웬테(Solar Team Twente)'팀은 어떠한가. 1위 팀의 팀 이름과 달리 이 팀은 트웬테(Twente)라는 네덜란드 대학의 이름이 들어간다. 당연히 트웬테 대학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다. 트웬테 대학교는 델프트 공대, 아인트호벤 공대와 함께 네덜란드 3대 공학대학교로 불린다. 특히 트웬테 대학교는 '멀티디서플린(Multidiscipline)'이라는 교육 방침을 토대로, 학생 자신의 전공과 타 전공과의 융합 교육을 실시하여 다양한 지식을 가진 글로벌 기업가를 배출한다.

뭐, 이런 문구로 본다면 특이한 점은 딱히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케니스파크 트웬테(Kennispark Twente)라는 비즈니스 파크를 통한 기업과 학생간의 '직접적인 연결(Connecting)'이다. 대학 교육이 이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스타트업 육성의 연결까지 진행되는 것이다. 케니스파크 트웬테는 트웬테 대학교 내에 있다. 여기에 약 400개의 기업, 6,3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70~80개의 스타트업이 배출된다.

케니스파크 트웬테
케니스파크 트웬테

< 케니스파크 트웬테 : 케니스파크 홈페이지 발췌, http://www.kennispark.nl/facilities/flagship- innovation-campus/ >

우리나라에서 기업과 대학의 연결 장면을 연상하면, 기업의 기부를 통한 대학 건물 신축이나 강의실 기증, 혹은 상호협력(MOU)을 산학 도모 정도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는 대학(혹은 교수)과 기업이 그 중심이 될 뿐, 학생과 기업의 직접적 연결은 아니다. 학생은 이러한 기업과의 연결 분위기에서 절대 능동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

케니스파크 트웬테 홈페이지
케니스파크 트웬테 홈페이지

< 학생과 케니스파크 기업을 아이디어와 기술로 연결하는 케니스파크 트웬테 홈페이지 : http://twente.com/kennispark

위 케니스파크 홈페이지를 보자. 눈에 띄는 부분이 무엇인가? 바로 좌측 위쪽의 'Connect', 케니스파크 전문가(Professionals of Kennispark) 이름 옆의 'Get Connected'다. 이는 대학과 기업 간의 연결에 치중하고 있는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 곳에서는 학생과 기업이 직접 연결된다. 학생들은 트웬테 대학을 다니면서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실질 사업 모델을 도모한다. 이때 학생의 아이디어와 기업의 기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여 새로운 스타트업 탄생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물론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연결의 문은 열려있다). 기업도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얻는다. 케니스파크의 전문가들은 케니스파크에 상주한 기업의 기술과 상황을 꿰고 있으면서 학생과 일반인들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튜울립의 나라'라는 애칭으로 인해 네덜란드라고 하면 농업국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더불어 2002년 한일월드컵의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의 고향인 네덜란드를 소개하는 TV 화면에선 한적한 유럽의 시골 모습이 나온다. 우리에게 네덜란드는 넓은 평원의 꽃으로 가득한 낙원의 이미지가 강하다. '아인트호벤'이라는 네덜란드 도시도 익숙하다. 박지성 선수가 2002년 월드컵 후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얻어 입단한 축구단이 'PSV 아인트호벤'이기 때문이다. 헌데 우리가 몰랐던 사실이 있다. 영국 금융 신문인 '파이낸셜 타임즈'는 글로벌 미래 투자 적격지(해외직접투자지수) 3위로 아인트호벤을 선정했다(1위는 런던, 2위는 핀란드 헬싱키). 앞서 언급한 트웬테 지역보다도 더 높은 점수다. 이는 아인트호벤 지역이 케니스파크 트웬테보다 창업 생태계가 훨씬 잘 조성돼 있음을 뜻한다.

지난 2015년 상반기에 국내에는 역대 가장 많은 신설 법인이 설립됐다(중소기업청 통계 기준 46,417개). 이는 창업 붐을 만들려는 정부의 긍정적인 노력과 취업난에 몰린 이들의 고육지책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점점 어려워지지만 그래도 우리 대학생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위 월드솔라챌린지에 도전한 대학생들에 이어 추가로 도전하겠다는 대학도 생겨 나고 있다.

지금 글로벌 경제 위기를 언급하고 국내의 인구 감소를 탓하며, 우리 스스로 위축되고 있지는 않은가 되돌아 보자.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데는 개인의 도전 정신이 있고 없음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부가 앞장 서 나서야 한다. 기술을 가진 기업과 개인(학생 포함)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기술과 기술이 융합된 대학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스타트업 클러스터를 만들고, 그 클러스트에 끊임 없이 아이디어가 흘러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행히도 현재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클러스트가 구축됐고, 또 구축되고 있다. 이제 제대로 연결되도록 해야 할 때다. 그렇지 못하면 경쟁력 없는 비즈니스 파크가 하나 더 생긴 것에 불과하다.

글 / 김영준 (3dbiz@naver.com)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
신공법, 신구조, 신기술을 이용하여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드는 일을 19년 간 수행, 2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회사인 'Coordis(코디스)' 사의 대표이며, 한국3D프린팅비즈니스코칭센터(www.3dbiz.co.kr) 대표다. 저서로 <3D프린팅 스타트업, 라온북>이 있으며,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관한 <하드웨어 스타트업, 한스미디어>를 최근 출간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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