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IT총결산] 가상현실 (2) - 주요 업체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8월 4일,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는 2016년 전세계 가상현실(VR) 기기 시장 규모는 1,400만 대로 늘어날 것이며, 2020년에 이르면 3,800만 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동안 개발자용 기기로만 선보였던 오큘러스VR을 필두로 내년초 많은 업체들이 소비자용 가상현실 기기 보급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오큘러스VR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소니, HTC 등 주요 IT 기업도 가상현실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 가상현실 시장의 파급력이 스마트 시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앞지를 것이라는 분석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이며, 오는 2016년을 가상현실 성장의 원년이라 일컬어도 좋을 기세다.
오큘러스VR
지난 2012년, 오큘러스VR은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영상 소스를 소프트웨어적으로 변형하고, 이를 넓은 시야각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VR 기술의 전환점을 제시하며 주목 받았다. 이후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버전1을 출시, 1년 만에 6만 대 이상 판매하며 초기부터 지금까지 VR 시장을 선도 중이다. 특히, 2014년 3월 페이스북이 23억 달러에 인수해 대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개발자 버전용 VR 단말기를 선보였지만, 지난 2015년 6월에 이르러 오큘러스 리프트 소비자 버전을 공개한 뒤, 내년 1분기 상용화 버전 출시를 예고했다.
오큘러스VR은 PC와 모바일(기어 VR)을 지원하는 SDK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선점했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AMD 등 PC 관련 업체와 협력 중이며, 유니티, 언리얼 등 여러 개발사와도 협력해 개발자들이 보다 손쉽게 V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삼성전자와 협력해 기어 VR(Gear VR)을 선보이며 모바일 시장에도 진출한 상태. 이외에도 MS와의 제휴를 통해 XBOX에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할 계획으로 PC 기반에서 출발한 오큘러스 리프트를 콘솔, 모바일 영역까지 확대했다.
자체 기술개발 외에도 모션추적 기술업체 '님블VR', AR업체 'Surreal vision' 등을 인수해 가상 환경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다양한 제휴 확대 확대를 통해 자사 단말 기기뿐만 아니라 콘텐츠 유통 플랫폼 '오큘러스 쉐어', '오큘러스 시네마', '오큘러스 360' 등 자체적으로 구축한 '오큘러스 플랫폼'을 통해 VR 콘텐츠 생태계 내에서도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다만, 오큘러스VR은 오큘러스 리프트로 대표되는 자사의 VR 단말기를 중심으로 다소 폐쇄적인 환경으로 VR 시장에 접근 중이다. 밸브의 스팀(Steam),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처럼 직접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해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인 상황. 현재 오큘러스 VR은 스토어(Store)와 콘셉트(Concepts), 셰어(Share) 등 총 3개의 앱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스토어는 실제 VR 콘텐츠의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콘셉트는 개발 단계에서 참여자의 피드백으로 문제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셰어는 투자유치 및 웹 기반의 유통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오큘러스VR은 플랫폼 경쟁력 확보에 이어 국내외 여러 VR 콘텐츠 개발자들을 자사 플랫폼으로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 'Virtual Reality Contents Developer'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스타트업 개발사를 대상으로 총 50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투자했다. 또한, 투자 원금만 회수하면 차후 수수료 이외의 수익 배분은 요구하지 않으며, 협력 개발사가 개발한 콘텐츠를 오큘러스 리프트 이외의 가상현실 기기로만 출시할 수 있도록 허가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훌루(Hulu) 등 OTT 사업자와의 제휴도 이끌어냈다.
- 참고기사: 페이스북, 가상현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입다 - http://it.donga.com/17718/
- 참고기사: 인디 게임 개발자가 본 가상현실 - http://it.donga.com/19363/
- 참고기사: [IT강의실] 가상현실에 한 걸음 더, HMD - http://it.donga.com/21346/
- 참고기사: [지스타 2015] 2016년 게임 키워드, 가상현실 - http://it.donga.com/22945/
삼성전자
2014년 9월 모바일 VR HMD '기어 VR'과 올해 3월 갤럭시S6 전용 '기어 VR2'를 공개하는 등 자사의 스마트폰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모바일 VR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LA에서 열린 '오큘러스 커넥트2' 행사에서 '기어 VR' 신제품을 공개하기도 했으며, 오큘러스 시네마, 오큘러스 360 포토, 오큘러스 360 비디오 등 VR 전용 콘텐츠도 다양하게 제공 중이다. 또한, 기어 VR을 통해 스포츠 중계, 미 대선후보 토론회 등을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VR 경험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오큘러스 콘텐츠와 별개로 자사 VR 동영상 콘텐츠 유통 플랫폼 '밀크 VR'도 출시하며, VR 동영상을 중심으로 자체 VR 플랫폼도 구축한다. 지난 8월, 밀크 VR 내 'Gear Indie'라는 독립제작자 신규채널을 개설하는 등 VR 동영상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VR 동영상 무료 제공 및 매일 VR 동영상 업데이트 등 사용자를 늘리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도 병행하고 있으며, '밀크뮤직'처럼 사용자 취향에 맞는 맞춤 콘텐츠를 추천하는 등 VR 사용자 경험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중이다.
콘텐츠 제작 분야에 있어서도 VR 동영상 촬영 카메라를 개발해 영향력 확대를 모색 중이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프로젝트 비욘드(Project Beyond)'는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담을 수 있는 360도 3D 동영상 카메라로, 기어 VR 연동도 지원한다. 전방위 입체각 동영상 촬영뿐만 아니라,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해 실시간 중계도 할 수 있다.
개발자들의 VR 콘텐츠 개발을 돕기 위해 오픈소스 방식의 'GearVR framework(GearVRf)'도 발표했다. 개발자가 원하는 대로 수정하거나 플러그인을 추가할 수 있는 환경 구축 등 생태계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 참고기사: '기어S'와 '기어VR'… 아직은 부담스러워 - http://it.donga.com/19316/
- 참고기사: [리뷰] 가상현실이 바로 모바일의 미래, 삼성 기어VR - http://it.donga.com/19579/
- 참고기사: 삼성전자, 기어VR 정식 버전 출시… 가격은 13만 원 - http://it.donga.com/23062/
밸브
2015년 11월,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으로 유명한 밸브가 대만 제조사 HTC와 손을 잡고 Steam VR 단말기 '바이브(Vive)'를 출시했다.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15' 현장에서 일반인들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VR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밸브는 VR 콘텐츠 시장에서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게임 분야 플랫폼의 지배 사업자이기 때문에 업계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밸브는 스팀을 통해 2015년 2월 기준 4,500여 개의 게임을 제공 중이다. 이는 지난해 9월 기준 3,700여 개에서 6개월 만에 21% 상승한 수치이며, 실제 스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계정 수 1억 2,500만 개, 동시 접속자 1,000만 명 등 게임 유통 플랫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밸브는 바이브를 일부 개발자에게 무료로 기기를 제공하거나,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게임 콘텐츠를 VR 버전으로 개발해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무기로 기존 게임 시장을 자연스럽게 VR로 확대하고 있다.
밸브는 VR 관련 기술을 장기간 개발했기에 경쟁력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버전2의 핵심 기능인 '포지셔널 트래킹 기술', 디스플레이의 응답 시간 지연 기술 등에 집중해 사용자의 VR 경험을 높이는데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공개한 바이브는 전면 약 70여 개의 적외선 센서를 탑재해 '360도 트래킹' 기술과 VR 이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베이스 스테이션' 기술 등 자체 기술을 지원한다. 여기에 VR 단말기뿐만 아니라 일정 공간 내에서 이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VR용 게임 컨트롤러도 개발 중이다.
참고로 밸브는 '스팀 VR'을 무료로 공개한 'Open VR'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스팀에서 유통 중인 게임 콘텐츠를 다양한 VR 단말기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사용자를 확보하고, 늘어난 사용자를 기반으로 VR 콘텐츠 개발사를 유입하는, 선순환 구조 확보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 참고기사: 가상현실 게임 개발자를 위한 도구 '게임웍스VR' - http://it.donga.com/21740/
- 참고기사: [지스타 2015] 엔비디아, HTC 바이브 국내 최초 시연 - http://it.donga.com/22954/
구글
구글은 카드보드로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으로)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제공했다. 이어서 지난 5월에 열린 구글 I/O에서는 VR 동영상을 쉽게 촬영할 수 있도록 액션캠(고프로)을 엮은 '리그'를 공개하며, VR 콘텐츠 제작 및 유통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저렴한 가격의 카드보드를 바탕으로 VR 시장의 주요 콘텐츠인 동영상과 게임의 유통 플랫폼을 확보해 VR 생태계 구축 확대를 꾀한다.
특히, 동영상의 경우 사용자가 카드보드, 기어 VR 등 VR 단말기를 통해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유튜브 검색 필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양한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보드 앱을 지원하고 있다. 즉, 유튜브 및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을 통해 전세계에서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VR 앱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는 것. 콘텐츠 유통사로서의 역할과 안드로이드를 통해 소프트웨어 기술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VR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 참고기사: [리뷰] 구글이 제안한 단돈 2만 원짜리 가상현실, 카드보드 - http://it.donga.com/18834/
- 참고기사: [리뷰] 가상현실은 저렴해야 한다, 구글 카드보드2 - http://it.donga.com/21487/
- 참고기사: 가상현실의 새로운 기수, 유튜브 260도 동영상 - http://it.donga.com/21847/
- 참고기사: 2015년, 유튜브의 5가지 혁신 - http://it.donga.com/22871/
소니
소니는 지난 11월 4일, 서울시 서초구 넥슨아레나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PS VR의 목표와 PS VR용 가상현실 게임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에서 해외의 가상현실 게임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 개발사의 가상현실 게임을 함께 소개하며 내년 상용화를 선언해 관심을 끌었다.
PS VR은 PS와 연결해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기기다. 처음 공개했을 때에는 '프로젝트 모피어스'라고 불렀으나, PS 제품군임을 명확히 강조하기 위해 PS VR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을 붙였다. PS VR의 원리는 오큘러스 VR과 같다. 먼저 풀HD급(1,920x1,080) OLED를 탑재한다. 그 다음 OLED를 960x1,080 해상도에 맞춰 세로 방향으로 나눈다. 이렇게 나눈 화면을 어안렌즈를 통해 왜곡한 후 이를 사용자의 눈에 전달하는 형태다. 사용자의 시야각에 맞춰 상을 왜곡함으로써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
PS VR과 오큘러스 리프트는 전용기기와 범용기기라는 차이가 있다. PS VR은 PS4를 보유한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지만, 오큘러스 리프트는 고사양 PC를 보유한 사용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대신 PS VR은 소니가 PS 사업을 진행하면서 확보한 수많은 콘텐츠 공급자와 자체 콘텐츠 개발능력을 통해 다양한 VR 게임을 제공할 예정이다.
PS4의 런칭 소프트(기기와 함께 제공되는 소프트)였던 플레이룸의 캐릭터를 활용한 '플레이룸VR', 미소녀의 가정교사가 되어 소녀와 다양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썸머레슨', 1인칭 시점을 활용해 공포감을 극대화한 체감형 공포게임 '키친', 가상현실 캐릭터이자 전자음원 소프트인 하츠네 미쿠의 공연을 체험할 수 있는 '하츠네 미쿠 VR', 은행강도가 되어 숨막히는 추격전을 펼쳐야 하는 '런던 하이스트', 콜 오브 듀티 개발에 참여한 한국인 개발자가 선보인 가상현실 FPS '릭스' 등이 PS VR 전용 소프트로 개발 중이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2016년 내로 발매될 예정이다.
- 참고기사: [심층분석] PS4를 통해 가상현실이 눈앞에, 프로젝트 모피어스 - http://it.donga.com/17673/
- 참고기사: 2016년이 가상현실 원년 되나? PS VR 국내 상륙 초읽기 - http://it.donga.com/22844/
- 참고기사: [지스타 2015] '보도 듣고 만지고 즐기고~' 지스타 2015 개최 - http://it.donga.com/22941/
OSVR(Open Source Virtual Reality)
OSVR은 게이밍 기어 제조사 레이저(Razer)와 VR기기 제조사 센식스(Sensics)가 후원해 제안한 가상현실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VR 단말 감지 및 운영을 위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로 넓은 범위의 운영체제 및 엔진 등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2015년 7월, 처음으로 SDK를 공개했으며, 유비소프트(Ubisoft)가 기술을, 버직스(Vuzix)가 VR 단말 및 기기 개발을 지원한다. 다양한 VR 단말을 범용적으로 호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과 저렴한 가격의 VR 단말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OSVR은 스팀VR, 언리얼, 유니티, 모노게임(Monogame) 등 다양한 저작도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VR 단말 제조사 오큘러스, 리프모션(Leap-Motion), SMI, 버직스 등의 여러 VR 단말을 플러그인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2015년 11월을 기준으로, OSVR 0.6 버전을 배포했다.
이외에도 Nod, 인텔, 리프모션, 기어박스 소프트웨어(Gearbox Software), 레이저, 트리니티VR(TrinityVR), 센식스, 국제 게임 개발자 협회(IGDA) 등을 포함해 약 50여 개 게임개발사 및 기기개발사 등 다양한 업체가 OSVR의 활동에 힘을 싣고 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