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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구글이 제안한 단돈 2만 원짜리 가상현실, 카드보드

강일용

구글이 페이스북과 오큘러스VR 연합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들이 제안한 300~400달러(약 30~40만 원) 내외의 가상현실 기기(오큘러스 리프트)는 너무 비싸다는 내용의 도전장이다. 이름은 카드보드(Cardboard), 단돈 20달러(약 2만 원)만 있으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누구나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이다.

카드보드는 정말 깜짝 공개된 제품이다. 구글 선다 피차이 부사장이 구글 I/O 2014 참가자들에게 카드보드를 선물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하자 장내는 싸늘하게 식었다. 개발자들의 반응은 이랬다. '-_-?'

하지만 카드보드를 직접 접하자 다들 입에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IT동아 편집부도 마찬가지였다. 카드보드를 경험하자 얼굴엔 웃음이 걸렸고, 입에선 감탄이 흘러 나왔다. 대체 카드보드가 뭐길래 다들 이렇게 놀라는 걸까.

구글 카드보드
<구글 카드보드>

'싼티'나는 외관, 20달러도 아깝다

카드보드는 저렴한 가격으로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한 구글의 비밀 프로젝트다. 원리는 오큘러스 리프트와 같다. 먼저 사용자의 눈과 디스플레이 사이에 시야를 왜곡시키는 어안렌즈를 배치한다. 그 다음 영상을 어안렌즈에 맞게 왜곡해 FOV(Field of View, 시계)값을 실제 시야와 유사하게 일치시킨다. 이를 통해 가상현실을 구현했다.

하지만 최대한 저렴하게 구현해보고자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 점이 눈에 띈다. 원래 오큘러스 리프트 속에는 풀HD 해상도(1,920x1,080)의 6인치 디스플레이가 들어 있다. 이를 반으로 나눠 사용자 눈에 하나씩 쏘아주면 가상현실이 구현된다. 이 디스플레이가 오큘러스 리프트의 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카드보드는 이 디스플레이를 사용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대신한다. 원래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재활용하니 가격이 저렴해질 수 밖에 없다.

외관조차 놀랍도록 저렴해보인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 '싼티'난다. 당연하다. 단순한 골판지이기 때문이다. 골판지에 그림을 그리고, 그에 맞춰 자른 후 얼기설기 조립한다. 거기에 어안렌즈 2개만 붙이면 끝이다. 사실 구글 I/O 2014 행사장에서 나눠준 것도 이 골판지가 전부였다. 개발자들이 어이 없어 하는 것도 당연하다. 심지어 구글은 이 골판지를 20~26달러(약 2만~2만 6,000원)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겉으로 내색은 안했지만, 속으론 다들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구글이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네. 20달러는 커녕 2달러도 아깝다.'

구글 카드보드
<카드보드를 해체한 모습>

이렇게 조립한 카드보드에 카드보드 앱을 설치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사용할 준비가 끝난다. 이를 눈 앞에 가져가면... 2달러조차 아깝다고 냉소한 강일용 기자도, 선배가 어디서 또 이상한 거적때기를 주워왔다고 비웃던 나진희 기자도, 이런 거 말고 안드로이드 웨어나 내놓으라던 권명관 기자도 모두 얼굴에 미소가 걸리고 입에서 감탄이 쏟아져 나왔다. 외관은 2달러 실제 가격은 20달러일지 몰라도, 그 속에 숨겨진 가치는 300~400달러에 이르는 오큘러스 리프트 못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드보드
<카드보드를 경험하고 신기해하는 사용자의 모습>

가상현실의 본분에 충실, 200달러 정도의 가치는 하지 않을까

공개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카드보드이지만, 콘텐츠는 생각보다 많이 준비되어 있다. 유튜브, 구글어스, 스트리트뷰 등 구글의 콘텐츠와 3D 애니메이션 그리고 베르사유 궁전을 가상현실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사용자가 머리를 위로 올리면 화면도 위로 올라가고, 좌우로 움직이면 같이 움직인다. 오큘러스 리프트처럼 완벽한 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한다.

구글 카드보드
<카드보드 앱으로 스트리트뷰를 실행한 모습, 어안렌즈를 통해 가상현실로 보인다>

유튜브를 실행하면 여러 대의 TV를 틀어놓은 극장에 온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얼굴을 돌려 그 가운데 보고싶은 채널을 선택하면 된다. 실제 유튜브 서비스에 올라온 금주의 인기 동영상을 선별해서 보여준다. 구글어스도 매우 인상적이다. 시카고, 브라이스캐년 등 특정 장소에 접근해 주변 경관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고, 우주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면서 전 지구의 지형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다만 두 앱 외에 다른 앱은 실제 서비스와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 구글이 미리 준비해둔 영상을 다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구글 카드보드
<카드보드 앱으로 실행한 유튜브>

제품 조작은 어떻게 하는 걸까. 스마트폰 화면은 터치할 수 없다. 카드보드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대신 스마트폰 속에 내장된 마그네틱,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이용한다. 카드보드 본체 좌측에는 자석이 붙어있다. 이를 아래로 살짝 내리면, 스마트폰이 이를 인식하고 앱과 메뉴를 선택해준다. 기존 메뉴로 되돌아가거나, 선택을 취소하고 싶다면 카드보드 제품을 세로로 세우면 된다.

구글 카드보드

물론 현재 카드보드는 이게 전부다. 처음 5분 정도는 신기하지만, 금방 시시해져 내려놓게 된다. 대응하는 앱도 한국에는 아직 없다. 베타테스트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카드보드는 정말 놀라운 제품이다. 지난 구글 I/O 2014에서 공개된 그 어떤 제품과 서비스보다 큰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가상현실이 막연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코 앞에 다가온 것임을 실감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다. 우리 손에 들려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저렴한 카드보드만 있으면 별 다른 추가 지출 없이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둘째, 가상현실 콘텐츠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다. 구글은 카드보드 발표와 함께 카드보드 개발자 홈페이지에 카드보드 API를 공개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는 누구나 이 API를 활용해 자신의 앱을 가상현실용 앱으로 전환할 수 있다. 오늘 내가 스마트폰으로 즐긴 게임, 드라마, 영화 등을 내일이면 가상현실로 감상할 수 있다.

셋째, 가상현실뿐만 아니라 증강현실에도 대응한다. 카드보드 뒷면에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 있다. 카메라로 들어오는 영상에 데이터를 씌워 증강현실을 구현하고, 이를 카드보드를 통해 가상현실로 전환할 수 있다. 높은 기대와 달리 주춤한 증강현실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전망이다.

카드보드는 4.7~5.2인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최적화되어 있다. 쉽게 말해 넥서스5, 갤럭시S5, G3 정도면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보다 크면 카드보드 속에 스마트폰을 집어넣을 수 없고, 작으면 상이 어긋난다. 카드보드 앱은 국내 플레이스토어에도 올라와 있지만, 정작 카드보드를 구하는 것은 힘들다. 카드보드 개발자 홈페이지에 접속해 설계도면을 내려받은 후 직접 만들거나, 카드보드를 대신 제작해주는 곳에 25달러를 지불하고 주문해야 한다.

구글 카드보드

앞에서도 말했지만, 카드보드는 아직 베타테스트에 불과하다. 안드로이드용 가상현실 앱을 꼭 개발해야 겠다는 개발자가 아니면 굳이 힘들여 구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구글도 페이스북이나 소니 못지 않게 가상현실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카드보드를 거쳐 내년 쯤 어떤 완성품이 튀어 나올지 기대하기만 하면 된다. 구글이 꿈꾸는 것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모두가 저렴하게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니까.

구글 카드보드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 리뷰 의뢰는 desk@itdonga.com으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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