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 개발자가 본 가상현실

강일용 zero@itdonga.com

오큘러스 리프트, 프로젝트 모피어스, 카드보드, 기어VR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상현실 HMD를 보니 내년 게임 업계의 화제는 가상현실이 되려는 모양이다. 페이스북, 소니, 구글, 삼성전자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IT 기업들이 가상현실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고, 관련 기술도 하나 둘씩 공개되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게임 업계의 한축인 인디게임 업계도 가상현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일반 게임 개발사보다 더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여러 차례 모임을 개최하고 가상현실 게임 개발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니까. 전주대학교 스마트공간 문화기술공동연구센터에서 개최한 '유니티 엔진을 이용한 오큘러스VR용(가상현실) 게임 개발' 강의에 참석해 전재우 강사와 가상현실 게임의 오늘과 내일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전재우 강사는 플라스콘에서 버블파이터 모바일의 기획과 개발을 진행했고, 현재 인디게임 개발자 커뮤니티 게임에이드의 운영자와 동아닷컴 스킬트리랩 전임 강사를 맡고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용 게임을 개발하는 모습
오큘러스 리프트용 게임을 개발하는 모습

가상현실 강좌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가상현실 게임은 생각보다 개발 진입장벽이 크다. 많은 인디게임 개발자가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개발 난이도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정보다. 국내 인디게임 커뮤니티에는 가상현실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다. 해외에는 이미 활성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가상현실 게임을 개발하려는 국내 게임개발자들의 가이드역할을 하고 싶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 탓에 생각만 품고 있고 실제 강의를 진행하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전주대학교 스마트공간 문화기술공동연구센터와 뜻이 맞았다. 그들 역시 가상현실에 관심이 많다. 전주의 다양한 문화 유적과 콘텐츠를 가상현실을 통해 알리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함께 가상현실 게임 개발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게 됐다.

- 가상현실 강좌는 어떤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는가

총 3일에 걸쳐 진행했다. 첫째 날에는 오큘러스 리프트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이를 통해 진행 중인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둘째 날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상현실 콘텐츠를 소개하고, 유니티 엔진을 통해 1인칭 가상현실 경험을 만드는 법을 강의했다. 마지막 날에는 참여자가 직접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실습이 진행됐다. 총 16명의 개발자가 참여했으며, 강의를 통해 차량과 비행기를 가상현실로 구현하는 방법을 습득했다. 앞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시 유의해야 할 팁과 노하우를 공유해나갈 생각이다.

- 가상현실 게임과 유니티 엔진의 궁합은 어느 정도인가

일반 게임 콘텐츠를 제작할 때 유니티 엔진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 이는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오큘러스리프트 커뮤니티에서도 유니티 엔진에 관한 정보가 많이 공유되고 있다. 덕분에 다른 엔진보다 개발 노하우가 많이 공유된 상태다. 또한 유니티 엔진에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에 관한 기능도 공식적으로 추가 됐으니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은 한동안 유니티 엔진이 대세일 것으로 보인다.

- 가상현실 시장은 향후 얼마나 더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미국에선 벌써 가상현실 콘텐츠만 생산하는 스타트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시장이 아직 생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명 다큐멘터리 제작자도 가상현실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기기의 발전이 더딘 것이 조금 아쉽다. 얼마 전 오큘러스 리프트의 두 번째 개발자 버전인 DK2가 나왔다. 최종버전도 여기서 성능 상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2년 내로 최종 버전이 출시되고, 3년 내로 가상현실 콘텐츠 빅뱅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부터 가상현실 콘텐츠를 준비해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가상현실과 모바일의 궁합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사실 오큘러스 리프트는 PC 플랫폼 기반의 제품이기에 모바일 콘텐츠 제작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가상현실 콘텐츠는 높은 퍼포먼스를 요구한다. 모바일 기기로 가상현실을 구현하려면 1~2년은 지나야 할 듯하다. 가상현실과 모바일의 만남은 아직 이르다.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라면 PC 플랫폼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보고, 그 다음 모바일로 진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오큘러스 리프트용 게임을 개발하는 모습
오큘러스 리프트용 게임을 개발하는 모습

- 게임 외 가상현실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군사용으로 유용하다. 안전한 곳에서 탱크나 드론을 조작할 수 있다. 또, 원격 의료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이 오큘러스VR을 인수한 페이스북의 꿈이기도 하다. 이미 심리치료에 가상현실을 활용하는 미국 개발자가 존재한다. 트라우마(공황장애)를 치료하는데 가상현실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환경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달했는가

일단 다양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주고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개발 시작을 어떻게 하고, 막히는 부분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라고 자세하게 지침이 완성돼 있다. 이것이 오큘러스VR의 강점이다. 다만 이렇게 자세하게 가이드 라인이 완성돼 있는데, 언어 장벽 탓에 국내 개발자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오큘러스VR 한국 지사가 그런 부분을 잘 뒷받침해줬으면 좋겠다.

국내에는 수많은 오큘러스VR 커뮤니티가 있는데, 대부분이 소비자 커뮤니티다. 정작 개발자 커뮤니티는 찾기 어렵다. 그래서 개발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

콘텐츠는 아직 미약하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데모(Demo, 맛보기)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 판매 중인 게임도 몇 가지 있는데, 의미 있는 수익을 내는 게임은 아직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바로 기회의 땅이란 증거다. 무주공산에 깃발을 꽂는 데 성공한 개발자가 가상현실 업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다.

- 향후 스킬트리랩을 통해 가상현실 강의를 지속할 계획은 있는가

일단 이번에는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을 위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기 위해 무료로 진행했다. 정식 강의를 진행하려면 교재, 실습 내용, 교육 커리큘럼 등이 보충되어야 한다. 이것들이 완성되면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 방법을 정식 강좌로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