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팅' 속성반] '한류 4.0'에서 길을 찾아라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편집자주] 스타트업 창업자/창업준비자들에게 '브랜드 마케팅'이란, 보기는 정말 좋아도 먹기는 쉽지 않은 열매다. 제품과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기에도 버거운 스타트업 관계자가 홍보나 마케팅, 브랜딩 관련 업무까지 챙기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험을 쌓은 '브랜드 아키텍트(브랜드 건축가)'가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 특히 유용한 단기속성 연재강의를 제공한다.

[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팅' 속성반] 1강 - 소개팅 속 마케팅개론 (http://it.donga.com/22539/)
[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팅' 속성반] 2강 - 나의 이미지 메이킹, 물질이냐? 감성이냐? (http://it.donga.com/22660/)
[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팅' 속성반] 3강 - 스타트업에게 SNS는 오히려 독이다? (http://it.donga.com/22731/)
[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팅' 속성반] 4강 - '루나'는 되고 '팹플러스'는 안 된 이유? (http://it.donga.com/22894/)

지난 연재에서 '관여도'에 관해 설명하며, 필자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한류 마케팅 비즈니스 사례를 간략히 언급했다. 이후로 한류 비즈니스에 새로운 흐름이 일고 있어, 이 참에 관련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려 한다.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거나 준비 중인 독자들에게는 도움이 되리라 본다.

더욱이 최근 한중FTA 체결로 13억 중국인들을 겨냥한 한류 비즈니스는 2016년에 더욱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FTA의 문화서비스 개방 수준은 홍콩과 대만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 특히 중국은 한국기업의 49% 지분 참여를 허용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최초로 개방하고 우리가 개방하지 않은 스포츠 시장도 개방했다.

올해 중국시장에서 프랑스에 이어 수입 화장품 2위로 부상한 한국 화장품은 FTA 발효 효과로 관세장벽이 더욱 낮아져 시장점유율이 급등할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관세장벽 제거로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온라인몰에서 직구(직접구매)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중국현지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이용하지 않고도 온라인과 모바일망을 통해 중국 소비자에게 다가설 기회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한류 콘텐츠의 창의력과 창작력, 감각은 전세계에서 인정 받았다. 이를 반증하듯 중국 거대 인터넷 기업들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 및 합작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 간에 한국 콘텐츠 확보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한국 콘텐츠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한국 콘텐츠는 드라마와 K팝을 넘어 웹툰, K뷰티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K웹툰'이라고도 불리는 한국 웹툰은, 지난 8월 열린 베이징국제도서전에서 약 860만 불(약 102억 원)의 수출상담 실적을 기록해 작년 대비 4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에서 웹툰 시장을 이끌고 있는 네이버는 글로벌 웹툰 플랫폼인 라인웹툰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라인웹툰에서는 영어 웹툰 106편, 중국어 번체 120편, 중국어 간체 78편, 태국어 45편, 인도네시아어 23편 등 총 372편이 연재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해 약 4,200억 원 규모의 K웹툰 시장이 2018년까지 약 2배 이상 성장하고, 웹툰 수출 역시 2018년에는 약 700억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 조석 '마음의소리'
네이버 웹툰, 조석 '마음의소리'

<웹툰 '마음의소리' 작가 조석의 중국 팬티밍 화면-네이버 TV캐스트 캡처>

한국 웹툰이 해외에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까다로운 기호의 글로벌 독자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이른바 '취향저격형' 스토리와 고양이나 개를 의인화하거나, 한국의 전통 소재에 판타지를 가미한 독창적인 스토리가 참신하기 때문이라는 평이 강하다. 여기에 언제 어디서나 웹툰을 접할 수 있는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른 스낵 컬쳐(snack culture) 현상과 포털사이트, SNS, 웹툰 전문사이트 등 글로벌 독자들을 향한 루트가 다양해 진 환경도 한 몫 했다.

또 극심한 수출 부진 속에서도 ‘K뷰티’가 큰 일을 냈다. 수출이 급성장하면서 10억 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눈앞에 두게 됐다. 화장품 수출이 쾌속 성장을 한 것은 한류 열풍과 함께 기초화장품부터 색조제품으로 시장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간 제조기반으로 치부됐던 화장품 분야가 IT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뿐만 아니라 뷰티 트렌드가 SNS 등을 타고 빠른 속도로 공유되어 중국 온라인 소비 인구가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중국에 등장한 새로운 사업 모델 '웨이상(모바일 및 SNS 등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소상인)'은 유통업계의 판도도 크게 흔들었다. 현재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거대 집단으로 성장한 웨이상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품목이 화장품이다.

한국에는 일본의 '오타쿠'에 버금가는 '덕후'라는 말이 있다.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마니아를 뜻한다. 이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접한 누리꾼들은 무릎을 치고 배꼽을 잡는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스스로가 콘텐츠에 재미와 만족을 느끼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퍼나른다. 재미만 있으면 콘텐츠가 스스로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다. 볼만한 것이 시시각각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선 흥미롭지 않은 건 철저히 외면 받는다. 스낵컬처 시대이기 때문이다.

스낵컬처란 스낵 즉, 간단한 식사처럼 짧은 시간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소비 트렌드를 의미한다. 장편 대하드라마가 사라져가고 10분짜리 웹드라마가 나온다. 인터넷 게임 점유율이 줄고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급성장한다. 만화 시장은 조만간 웹툰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다. 한국의 스낵컬처 콘텐츠들이 소비자들의 공감과 참여를 자양분으로 콘텐츠 시장의 대세가 됐다.

하지만 융합한류는 양날의 칼처럼 한류에 심각한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 융합한류의 본뜻은 타 업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다만 지금의 융합한류는 냉정히 보면, 창작 콘텐츠가 디지털이라는 옷으로 갈아 입었을 뿐, 부가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서는 아직 부족하다.

한국은 콘텐츠를 잘 만든다. 하지만 개인의 창의적 감각에 비해 비즈니스 측면은 매우 약하다. 미국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영화, 뮤직, 카툰 형태의 콘텐츠를 창작할때부터 브랜드마케팅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아고 다양한 소비상품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한다. 월트디즈니는 매년 수편의 장편과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티켓파워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도 하지만, 로얄티 등의 브랜드 저작권 비즈니스를 통해 천문학적인 부가수익을 거둬들인다. 하나의 창작콘텐츠가 다양한 산업과 융합되어 '원소스 멀티유즈'가 되고 있다.

우리도 콘텐츠 창작에만 치중하지 말고 초기부터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단순상품은 누구나 더 싸고 빠르게 만들수 있지만, 브랜드는 고유한 가치와 자산을 담고 있기 때문에 복제 되기가 어렵다. 한류 드라마의 주역인 방송사 프로듀서와 스태프들이 자본의 유혹에 이끌려 중국으로 건너가 한류 드라마가 중국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크다.

실제로 이러한 우려는 한국 게임산업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게임산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중국의 '텐센트'라는 회사를 잘 알 것이다. 텐센트는 2000년대 중반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의 한국 게임을 중국에 소개하던 평범한 인터넷 관련 회사였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상황은 역전됐다. 텐센트는 바이두,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정보기술 3인방을 뜻하는 'BAT'의 일원으로 급성장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BAT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BAT

한국 게임시장이 셧다운제나 웹보드 게임 규제 등으로 묶혀있고, 국내 게임업체들이 너도나두 중국진출이라는 명분으로 노하우를 공개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지 못해, 중국만 좋은 일 시키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의 텐센트는 '리그오브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한 기업, 카카오톡의 지분 13.3%를 소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앞으로는 콘텐츠 자체 수출보다 콘텐츠 저작권을 기반으로한 비즈니스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전세계에 걸쳐 공연, 출판, 제조, 관광 사업이 융합된 영국의 뮤지컬 '캐츠'와 출판, 영화, 캐릭터, 게임이 융합된 미국 '마블 코믹스', 스포츠와 브랜드 마케팅이 접목된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팀'의 경우 경제가치는 물론 글로벌 문화브랜드로서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융합한류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서는 20~30대 여성 위주, 중국 동남아 위주의 스타 중심 한류보다는 스타를 넘어 콘텐츠의 다양한 수익모델이 필요하다.

융합한류는 아직 추상적이고 애매한 부분들이 많다. 현업에 있는 분들과 소통하다 보면 구체적인 솔루션이 없어 난감한 경우가 참 많다.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제작초기와 중반부터 이와 연관된 문화상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됐다면, 한류는 천송이 화장품, 천송이 치맥 등의 단발 이슈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전지현과 김수현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드라마의 인기에 비해 히트한 문화 파생상품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히트한 드라마의 촬영지나 주인공이 입은 옷, 화장품 등이 상품화 될 수 있는 측면을 초기부터 고려해야 한다. 제작단계부터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저작권화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비즈니스로 확대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작사가 원천적 저작권자로서 다양한 산업군과의 협업을 통해 부가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필자는 한류의 원천은 그 밑바닥에 우리의 고유 문화유산과 아시아적인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양한 융합한류 장르중에 K컬쳐에 주목하고 한국문화를 현대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인 '모던한(modern 韓)' 프로젝트를, 조인선 전통예술 디렉터와 함께 2년 전부터 공동 진행하고 있다(www.modernhan.kr).

모던한 홈페이지
모던한 홈페이지

모던한은 2013년에 시작하여 현재 200여 명의 전통예술가들과 함께 전통예술과 창조관광을 접목한 코리안 라운지 형태의 문화공연 상품으로 성장했다. 문화공연 시 다양한 한국 식문화와 의상, 공예품, 현대식 계량 한복 등을 선보이고 소비자 취향에 따라 판매하고 있다. 그 결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우수창조관광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로써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한중 문화/정보통신기술융합펀드를 지원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이 펀드는 문체부가 미래부, 중기청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CJ E&M과 중국 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펀드다.

최근에는 2년여 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대중 비즈니스를 위해 국악과 EDM(전자음악)을 융합한 '모던한' 앨범을 런칭했다. 이를 통해 한국문화 상품으로서의 대중성을 확보하고, 한식, 전통술, 한복 등의 다양한 소비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상생의 비즈니스를 도모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한류 콘텐츠의 흐름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전세계 소비자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한류 콘텐츠, 혹은 관련 비즈니스 상품을 만들면, 글로벌 온라인과 모바일 유통망을 통해 전세계에 걸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개방형 마켓이 더욱 더 성장하리라 예상한다.

글 / 김정민 (architect@brandarchitect.co.kr)

김정민_300
김정민_300
현 '브랜드 건축가(Brand Achitects)'이며 '브랜드 헌터(Brand Hunter)'.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와 '샤이니' 런칭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하이트진로그룹에서 신규 브랜드 런칭과 브랜드 마케팅을 전담한 브랜딩 전문가다. 현재는 한류 비즈니스 플랫폼과 전통 예술을 특화한 '모던한(modern 韓, 조인선 디렉터)' 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으며, 미래부 창조경제타운 멘토 활동, 스타트업/성장기업 대상 히든챔피언 프로젝트 등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Marketing & Me(전자책 - http://ridibooks.com/v2/Detail?id=904000002)'가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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