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팅' 속성반] 3강 - 스타트업에게 SNS는 오히려 독이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편집자주] 스타트업 창업자/창업준비자들에게 '브랜드 마케팅'이란, 보기는 정말 좋아도 먹기는 쉽지 않은 열매다. 제품과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기에도 버거운 스타트업 관계자가 홍보나 마케팅, 브랜딩 관련 업무까지 챙기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험을 쌓은 '브랜드 아키텍트(브랜드 건축가)'가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 특히 유용한 단기속성 연재강의를 제공한다.

[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팅' 속성반] 1강 - 소개팅 속 마케팅개론 (http://it.donga.com/22539/)

[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팅' 속성반] 2강 - 나의 이미지 메이킹, 물질이냐? 감성이냐? (http://it.donga.com/22660/)

"스타트업 기업에게 소셜미디어 (SNS)는 독약이 든 성배! 소셜 마케팅은 성공할 수 없다"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스포츠카는 그야말로 로망입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화려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포르쉐'가 단연 독보적입니다. 포르쉐와 같은 고급 스포츠만 있으면 이성에게 즉시 어필해 큰 점수를 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물론 모든 남성이 그런 건 아닙니다만).

하지만 여성들은 이런 기대와 달리, 차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스포츠카는 오히려 남성을 플레이보이로 보이게 하는 역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믿기지 않는다면, 주변 여성분들에게 한번 확인해 보세요.

마찬가지로 많은 기업들이 소셜미디어를 마치 스포츠카처럼 여겨 이것만 있으면 소비자들에게 빠르고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맹신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단언컨대, 지금의 방식으로는 소셜 마케팅은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막대한 광고비와 마케팅비를 지출하면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환경은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소비자 눈치를 파악하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어렵습니다. SNS를 기반으로 한 소셜커머스가 급성장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 스스로가 구매의 주체로 떠오른 거죠. 지금의 소비자들은 기업 광고와 프로모션 등의 소셜 마케팅보다는, SNS를 통해 확산되는 자신과 비슷한 소비자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더 신뢰합니다.

그걸 증명하듯, 국내외 유수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소셜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지만, 그들의 기대와 달리 소셜 마케팅으로 성공한 기업과 사례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소셜 마케팅이 쉽게 성공할 수 없는 이유는 많은 기업들이 과거처럼 '막대한 자본만 쏟아 부으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버리지 못하고 소셜 환경에서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소비자가 아닌 기업의 입장에서만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죠.

지금 소셜 시장의 주체는 바로 소비자입니다. 이런 소비자를 무시한 행동에 소비자들이 반응하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지금처럼 SNS가 주도하는 시장의 소비자들은 과거와 달리, 자신들이 접하는 정보를 검증하기 위해 자신만의 기준 또는 다른 신뢰하는 사람의 의견을 통해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SNS 자체가 워낙 개방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정보를 전달할 수 는 없습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요구사항이 제각각 다르듯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제품 결함 등이 지적될 수도 있습니다. 상품과 서비스, 플랫폼을 알려야 하는 기업이라면 전달하려는 정보의 욕심을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어쨌든 그건 광고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정보를 광고로 인식하는 순간 어떤 부작용이 나올 지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만약 소셜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길 원한다면, 알리려는 정보의 50%만 목표로 설정하고 나머지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길 권합니다. 쉽게 말하면, 소비자 스스로가 관계(Linkage, 관여도)를 맺도록 해야 하는 겁니다. '소셜 마케팅'이 아닌 '소셜 브랜딩'을 해야 합니다(마케팅과 브랜드의 차이는 '1강 - 소개팅속 마케팅개론’을 참고').

소셜 브랜딩을 하라
소셜 브랜딩을 하라

필자의 경험을 하나 예로 들겠습니다. 하이트진로그룹에서 신생 맥주 브랜드인 '드라이피니시 d'와 한류스타 원빈과의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맥주는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과 달리, 소비자 관여도가 매우 낮은 상품입니다. 술 마시러 가서 흔히들 '맥주 주세요'라고 하지, 특정 브랜드를 콕 찍어 '하이트 주세요', '카스 주세요'라 말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초기의 드라이피니시 d라는 맥주는 신생 브랜드인 만큼 공격적 시도와 주목받을 퍼포먼스가 필요했습니다. SNS의 가장 명확한 특성은 개방형 구조와 상호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원빈을 활용한 TV광고가 단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면, SNS를 활용한 방식은 소비자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확대하는 양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 점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드라이피니시 d는 처음 출시될 때부터 '트렌디한 클럽 맥주'라는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계속 전달했는데, 이 아이덴티티을 살려 원빈이 '고객과 함게 클럽에 간다'는 설정으로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기획을 세웠습니다. 소비자가 원빈의 클럽 의상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몇가지 재미 있는 옵션을 설정해 스토리를 소비자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형태를 유지했습니다. 이때 경쟁 맥주인 기네스의 '정우성 캠페인'을 면밀히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품절남이 됐지만, 평소 동경하는 꽃미남 빅스타와 함께 하는 리얼 캠페인은 여러 고객, 특히 여성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솔직히 원빈이라면 뭔들 안 되겠습니까만은).

드라이피니시 d의 원빈 캠페인 광고
드라이피니시 d의 원빈 캠페인 광고

이처럼 SNS를 적절히 잘 활용하면, TV광고비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브랜드의 지표(brand index)를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소비자와의 소통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와의 관계'가 중요한 때입니다.

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보다는, 맨투맨 개념의 카카오톡과 라인을 주로 사용합니다. SNS로 대표되는 페이스북은 뉴스채널로, 인스타그램은 주관적 감성 채널로 너무 치우쳐 기존 SNS의 본질인 '공감대 형성'의 의미를 잃은 채 뉴스광고 채널로 변질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장 강력한 SNS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거라 믿습니다. 직접 대중들과 소통하고 또 그들과 고민을 공유하면서 발전적인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치 최근 출시된 아이폰6S를 먼저 신봉했다기 보다는, 이를 만든 고 스티브 잡스의 영감(?)에 공감하고 무한신뢰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앞으로 SNS는 그동안 '옛것'이라고 등한시했던 '맨투맨, 면대면' 방식의 소통법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 예상합니다. 친구와 수다 떠는 것같은 일상이 새로운 가치로 부각될 것입니다. 바빠 죽겠는데 그걸 언제 다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스타트업 기업이나 성장기업들에게는 차별화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오감의 동물입니다. 여기에 육감(Six Sense)이 하나 추가됩니다. 앞서 말한 대로, SNS는 전세계에 걸쳐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지금의 소셜 소통법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여러 곳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형식의 소셜 활동의 부작용들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SNS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래의 소셜 소통법은 지금처럼 익명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소통하는, 진정으로 소셜한, 인간적인 방식으로 바뀌길 기대합니다.

우리는 대개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만 했지, '왜 해야 하는 지', 또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고민하지 않으려 합니다. 목 마른 마라토너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음식보다 물입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혹은 시도하려는 소셜 마케팅은 어쩌면 마라토너에게 음식을 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

글 / 김정민 ( architect@brandarchitect.co.kr )

김정민_300
김정민_300
현 '브랜드 건축가(Brand Achitects)'이며 '브랜드 헌터(Brand Hunter)'.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와 '샤이니' 런칭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하이트진로그룹에서 신규 브랜드 런칭과 브랜드 마케팅을 전담한 브랜딩 전문가다. 현재는 한류 비즈니스 플랫폼과 전통 예술을 특화한 '모던한(modern 韓, 조인선 디렉터)' 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으며, 미래부 창조경제타운 멘토 활동, 스타트업/성장기업 대상 히든챔피언 프로젝트 등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Marketing & Me(전자책 - http://ridibooks.com/v2/Detail?id=904000002)'가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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