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영어교육도 이제 빅데이터 트렌드에 맞게"
열정적인 네 어머니의 '초등영어 공략법' 수다 인터뷰
지난 30여 년간 미국 초중고등학생들의 독서 패턴과 이해도 정보를 차곡차곡 저장해 가치 있는 데이터로 정제하여, 이를 전세계 비영어권 학생들 영어학습의 기틀로 제공하는 (미국계)교육 기업이 '르네상스러닝'이다. 미국 현지 학생들로부터 추출한 독서 빅데이터를 토대로 독서수준 지표를 정하고 이해도를 점검하는 퀴즈를 제공하는 서적이 무려 17만 권에 달한다. 이 지표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수준의 원서를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멀리 내다 보는 영어교육의 기본'이라는 인식이 국내 학부모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맹목적인 학원식 영어교육이 아닌, 데이터 분석에 따른 과학적 영어독서 학습법이 국내 주요 학군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르네상스러닝의 한국지사인 '르네상스러닝코리아(지사장 송동혁, www.renlearn.co.kr)'는, 최근 자사의 빅데이터 기반 독서활동 관리 프로그램인 'AR(Accelerated Reader)'과 독서수준 진단 프로그램인 'SR(STAR Reading)'을 통해, 자녀들의 영어독서력을 높이고 있는 학부모를 한자리에 초대했다. 단편적, 반복적 주입식 영어교육에서 벗어나, 영문책을 읽고 문맥과 내용을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자녀가 영언어와 영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 첨단 정보화시대에 순응하는 그들만의 '엄마표' 영어학습법에 관해 듣고 싶었다. 본 기자를 비롯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관심 갖고 들어 볼 만하다.
르네상스러닝코리아 송동혁 지사장 인터뷰 참고 - http://it.donga.com/23122/
본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의 자녀는 현재, 르네상스러닝의 SR, AR 프로그램이 적용된 각 지역 영어학원 혹은 영어도서관에 다니며 SR, AR 프로그램을 토대로 영어독서 습관을 기르고 있다. 르네상스러닝 SR, AR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영어교재나 교육과정이 아닌, 영어원서 독서학습 및 독해지도 방식이다.
예를 들면, AR 프로그램을 통해 자녀의 독서수준에 맞는 영어원서를 선택하여 읽은 다음, 책 내용에 따른 독서퀴즈인 SR 프로그램으로 독서력/독해력을 강화하는 식이다. SR, AR 학습 단계에는 일반 영어학원의 단어 암기나 숙제/과제가 전혀 없다. 올바른 영어원서 독서습관을 기르고 이를 통해 영어 사고력을 훈련할 뿐이다.
인터뷰에는 서울, 인천,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4명의 어머니가 참여했다. 어머니와 자녀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4명의 어머니 자녀 모두 학년 대비 우수한 영어독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르네상스러닝의 독서수준 지표(책의 난이도, 독서 능력)인 'GE 지수' 3~6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자녀가 영어학원을 다니기 전에는 영어교육에 관한 어떤 계획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물론 처음부터 독서를 고려하진 않았을 테다. 이에 관해서는 4명의 어머니 모두 공통된 대답을 건넸다. (GE는 'Grade Equivalent'의 약자로 미국 학령 기준으로 표기된다. 즉 'GE 3'이라면 미국 학령 기준 초등 3학년 수준의 영어 읽기 실력을 가진 것을 의미한다.)
"한글이든 영어든 독서가 아이 학습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있어요. 그래서 영어학원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과정이 있는 곳을 찾으려 했습니다. 일반 영어학원이야 나중에도 얼마든지 보낼 수 있으니까요."
"이전까지 어떤 독서 프로그램이 있는 지는 몰랐습니다. 물론 르네상스러닝이나 AR, SR 같은 것도 몰랐고요. 솔직히 우리 아이가 배우고 있는 독서 프로그램이 '르네상스러닝'이라는 것도 오늘 여기 와서 처음 알았어요."
"언젠가 한 언어학 교수로부터 '언어는 읽고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후로, 듣기와 읽기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듣기는 외국 애니메이션이든 영어노래든 항상 들려 주곤 했어요. 하지만 읽기는 집에서 부모가 제대로 가르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독서 관련한 영어교육 과정이 있는지 찾아 봤죠."
"미국 캘리포니아에 잠깐 거주할 때 아이들이 학교에서 SR 퀴즈 프로그램을 접했던 터라 한국 와서도 자연스레 SR+AR 프로그램이 있는 인근 영어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학교에서는 대부분 SR+AR 프로그램을 통해 독서 지도를 한다고 알고 있어요."
<르네상스러닝 SR 퀴즈 프로그램 사례>
한 어머니의 자녀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영어독서를 시작해, 6학년인 현재는 상당한 독서수준에 이르렀다. 성인들도 읽기가 쉽지 않은 '해리포터 시리즈' 7권 전권을 최근 완독한 것이다. 무엇보다 한글책 읽기도 마뜩해 하지 않은 아이들이 영어원서를 자연스레 읽기까지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을 듯 하다. 평소 책 읽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본 기자의 딸이 생각나 이 대목에 더 관심이 쏠렸다.
"영어독서 프로그램도 프로그램이지만, 역시 학원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거 같아요. 아무리 쉽고 얇은 책이라도 아이가 영어책을 읽는다는 게 정말 쉽지 않잖아요. 아이가 실증 내거나 힘들어 할 때마다 교사들이 적절히 독려하고 유도하면서 이끌어 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음으로 해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을 전해 주고 있어요."
"일반 영어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은 노래나 율동도 하고, 핼러윈데이 파티 같은 것도 하는데, 제 아이는 시종일관 책만 읽어야 하니 더 힘들어 했죠. 그래서 아예 그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영어독서 프로그램 이용 회수를 더 늘렸어요. 사흘에 한 번에서 이틀에 한 번, 이후로는 매일 독서학원에 나가게 했죠. 아이도 처음에는 힘들어 하다가 자신의 읽기 실력이 점점 좋아지는 걸 느끼는지 스스로 고비를 넘어서더라고요."
"예전에 다니던 일반 영어학원보다 재미 있다고도 해요. 우선 숙제가 없으니까 부담이 없죠. 일반 학원 다닐 때는 단어 암기 숙제다, 뜻풀이 숙제다 해서 집에 오면 아이가 숙제 하느라 정신 없었어요. 근데 SR, AR 프로그램은 독서가 근본이니 별도의 숙제가 없어요. 그러니 학원(혹은 도서관)에서 돌아오면 아이가 책을 읽게 되는 거죠."
"아이가 독서를 싫어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재미가 없거나 자신의 수준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한글이든 영어든 아이가 편안하고 재미 있게 읽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읽어서 자기의 읽기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걸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게임에서 캐릭터 능력치 쌓는 거랑 비슷한 거예요."
여기서 기자는 궁금한 게 생겼다. 과연 독서만으로 영어공부가 될까? 영어에서 읽기, 듣기만큼 중요한 게 말하기인데, 책을 읽는 것만으로 말하기가 가능해 질까?
"저 역시 독서학원을 보내면서 그런 고민을 했어요. 읽기, 쓰기는 잘 하는데, 혹시 말하기는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GE 지수 1~3 수준에는 분명 그랬습니다. 읽기는 곧잘 하는데, 역시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말하기 훈련을 위한 다른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죠(전화영어 같은...). 학원 교사도 '읽기가 능숙해지면 말하기도 그에 따라 간다'고 조언했고요. 일단 그리 믿었죠. GE 지수가 5~6을 넘어가고 '해리포터' 같은 영어소설을 편안하게 읽을 수준이 되니, 정말 신기하게도 말문이 트이더라고요. 자기가 읽은 소설 내용으로 전화영어 선생님과 대화를 하게 됐어요."
<교육 빅데이터 기반의 독서수준 지수가 표기된 영어서적>
어쨌든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방향은 '수능' 혹은 '인증'을 향한다. 솔직히 말해, 독서수준이 높아지기보다 시험성적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본 기자도 딸(현 초등4학년)의 영어교과서, 영어교재를 볼 때마다 과연 어느 방향에 초점을 두고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된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는 기자보다 열정이 더 많은 이들 어머니들도 마찬가지일 테다.
"얼마 전에 르네상스러닝이 올해 수능 영어시험 문제를 분석한 결과를 뉴스로 낸 걸 봤어요(IT동아 기사였는 지는 모르겠네요... http://it.donga.com/22949/) 듣기평가 문제랑 몇몇 문법 문제를 빼고는 대부분이 독해 문제, 사고력 문제 형태였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험 삼아 아이에게 올해 수능 영어 독해 문제 하나를 보여줬는데, 글쎄 정답을 딱 맞히는 거예요. 어떻게 맞혔냐고 물으니, 정확히는 잘 모르겠는데, 읽어 보니 이게 정답 같다고 하더라고요. 정답 해설을 보니까 아이가 말한 내용과 같은 걸 보고, 영어독서가 수능 영어, 특히 사고력 문제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게 됐죠."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어쩔 수 없이 수능준비형 영어 교육을 해야 할 거예요. 그때는 또 그때에 따른 고민과 선택을 하겠지만, 지금 아이가 영어책을 좋아하고 재미 있게 읽고, AR퀴즈(그냥 '북퀴즈'라고 부릅니다) 풀고 하다 보면, 고등학생이 되더라도 충분히 수능형 영어도 곧잘 할 거라 생각합니다."
초등생 학부모로서 상당히 귀가 간지러워 진다. 그 어떤 학부모라도 이런 얘기 들으면 팔랑귀로 전락하게 말겠다. 네 어머니는 르네상스러닝이고 AR이고 SR이고, '무엇보다 아이가 기본적으로 책읽기를 좋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AR+SR 프로그램이 도입된 학원에 보내기만 하면 어지간해서는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AR+SR 프로그램은 영어독서 프로그램이니 당연히 아이가 평소에 책을 좋아하는 성향이라야 낙오 확률이 낮아요. 학원에 같이 들어왔다가 도중에 포기하고 나간 아이들도 적지 않거든요. 변덕이 심하고 끈기가 부족한 아이들을 바로 잡으려면, 프로그램도 학원도 교사도 책도 좋아야 하지만, 그보다 가장 먼저, 부모의 헌신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AR+SR 프로그램 도입 학교/학원/도서관이 아직은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게 아니라서, 학원을 오가는데 상당히 시간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저희 경우도 차 없이 걸어서 아파트 세 단지를 걸어 가야 합니다. 요즘 같은 추운 겨울에는 정말 저 조차도 학원 가기가 싫어집니다. 그때마다 아이를 다독이고 격려하고 어르고 달랩니다.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헌신. 그게 밑받침이 되지 않으면 그 어떤 프로그램도 소용 없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어머니가 자녀가 읽을 영어서적을 훑어보고 있다>
"개중에는 영어독서 학원이 좋다는 말만 듣고 등록해서, 일반 영어학원처럼 '학원에서 알아서 다 해주겠지'하며 손을 놓는 부모들도 있어요. 시작은 같지만 결과는 분명히 다르고요. 어떤 결과에도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프로그램이, 학원이, 교사가 제 아무리 좋아도 부모가, 특히 엄마가 열의가 없으면 큰 효과가 없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엄마도 아이 못지 않게 영어공부해야 합니다."
"현재까지는 AR+SR 프로그램에 아이도 저도 만족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아니겠어요? 아이에 관해서는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교육에 있어 아이가 원하면 혹은 원치 않으면 최대한 그것에 맞출 수 있는 여유와 아량, 배려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저도 완벽하게 그러지는 못하고요. 다만 그런 엄마가 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서지도 프로그램인 르네상스러닝 AR>
이제 다음 주 즈음이면 초등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올해는 '메르스' 이슈 때문에 임시휴교일이 늘어 겨울방학이 좀 짧아질 전망이다. 그렇다 한들 우리네 학부모들의 일상은 달라질 게 없다. 추운 겨울 따뜻한 집에서 편안히 책 한 권 읽는 게 가장 좋겠지만, 아이와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의와 관심이 있는 어머니로서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했다. 본 기자도 좀 참고해야겠다.
"이제 중학교 입학하는 큰 아이를 위해 영어 외에 다른 과목 보충 학습을 하려 합니다. 영어는 당연히, 늘 하는 대로 하루 3시간 정도 영어독서하는 걸로 지내려고요."
"한국 들어 오기 전에 다녔던 미국 사립 학교에 잠깐 다녀올 계획이에요. 꼭 공부를 위한 건 아니고, 그 지역에 아이 친구들도 있고, 아이에게 익숙한 동네이기도 하고요. 가족여행겸 미국문화 체험겸 다녀올 텐데, 내후년이면 중학교 들어가니 이것도 올해가 마지막일 거 같네요."
"저희는 당연히 영어독서입니다. 아이가 나름대로 목표를 세웠거든요. 겨울방학 동안 꼭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서요. 아까 다른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해리포터 시리즈' 전권을 한글책과 함께 읽을 거라 합니다. 판타지 소설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영화로는 느낄 수 없는 무한한 공감각적 이미지가 들어 있으니까요. 해리포터 시리즈 원서는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각 권에 따라 GE 지수 5.5~7.2 수준의 원서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AR+SR 프로그램의 영어독서 학습법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한 어머니는 이렇게 답했다.
"아이가 재미 있어 하고 결과도 잘 나오다 보니, 이제는 여기 말고 다른 데 보낼 만한 학원이 없는 거 같아요."
글 / IT동아 이문규(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