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팅' 속성반] 4강 - '루나'는 되고 '팹플러스'는 안 된 이유?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편집자주] 스타트업 창업자/창업준비자들에게 '브랜드 마케팅'이란, 보기는 정말 좋아도 먹기는 쉽지 않은 열매다. 제품과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기에도 버거운 스타트업 관계자가 홍보나 마케팅, 브랜딩 관련 업무까지 챙기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험을 쌓은 '브랜드 아키텍트(브랜드 건축가)'가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 특히 유용한 단기속성 연재강의를 제공한다.

[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팅' 속성반] 1강 - 소개팅 속 마케팅개론 (http://it.donga.com/22539/)
[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팅' 속성반] 2강 - 나의 이미지 메이킹, 물질이냐? 감성이냐? (http://it.donga.com/22660/)
[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팅' 속성반] 3강 - 스타트업에게 SNS는 오히려 독이다? (http://it.donga.com/22731/)

흔히 연애전문가로 칭송 받는 픽업아티스트(Pick-UP artist)들은 한결 같이 '윙맨(Wing man)'을 잘 활용합니다. 윙맨은 공군의 편대 비행에서 대장 비행기의 양쪽을 호위하는 비행기를 말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픽업아티스트들은 클럽이나 파티장에 입장할 때 항상 멋진 여성을 양쪽에 대동함으로써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주목도를 높히는 것이죠.

전통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스타와 셀럽(셀러브리티/유명인, celebrity의 준말)을 윙맨처럼 마케팅툴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처럼 단순히 빅모델을 광고 모델로 써서 예산을 쏟아 붓기 보다는, 공익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오피니언 셀럽'들과 협업(콜레보레이션)하기를 선호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연일 쏟아져 나오는 뉴스나 해프닝의 대부분이 이들 셀렙과 관련 있을 정도로 대중들에게 이들의 일상은 큰 관심사입니다.

한 요리 예능 프로그램의 남성 쉐프들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요리 업계는 물론 이와 전혀 관련 없는 기업 마저 쉐프들을 광고 모델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스타를 전면에 내세워 제품이 절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일례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 씨의 '치맥(치킨과 맥주)'은 한국은 물론 중국 소비자들에게 엄청한 '치맥열풍'을 불게 했습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중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중

하지만 무작정 스타 파워만 맹신하다가는 낭패 보기 쉽습니다. 자신의 상품(플랫폼)과 스타와의 연결고리가 있어야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이 연결고리를 브랜드에서는 '관여도'라 합니다. 관여도가 높을수록 구매력도 높습니다. 물론 고-관여상품과 저-관여상품으로 구분해 브랜딩 전략을 따로 짜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관여도에 관해서만 간단히 언급하겠습니다.

자신의 상품과 스타와의 관여도가 왜 중요한 지를, 최근 이슈인 '한류 마케팅'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이제는 우리들에게 한류는 그저 평범한 뉴스가 됐지만, 해외에 나가 보면 아직도 그 영향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의 일등 외교관은 K-POP 스타들이라는 말을 새삼 실감할 정도입니다. 해외 대형마트나 쇼핑몰 등에서 한국어로 부르는 K-POP 가요를 듣는 게 낯설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적 관심과 주목에도 한류가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한 사례는 사실상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현지 콘서트장을 관객들로 가득 채우고 멋진 퍼포먼스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지만, 정작 MD(머천다이징)상품, 광고 모델로서 구매력에 크게 영향을 주진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 조차 한류 비즈니스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지만 결과는 영 신통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한류 비즈니스는 희망이 없는 걸까요?

지금까지 해외에서 한류 스타들과 연계된 시도는 많았지만, 기업의 제품과 한류 스타와의 관여도를 높이는 노력은 간과되어 왔습니다. 고액의 출연료를 주고 한류 스타를 기용하면 제품은 알아서 잘 팔릴 것이라는 장미빛 기대만 가득했던 것입니다. 한류를 양분하는 K-POP 밴드는 뮤지션으로서, 배우는 드라마와 영화의 아티스트로서 인식되기 때문에 제품과의 연관성이 매우 낮습니다.

한 자동차 회사의 경우 유명 한류 배우를 모델로 기용했지만,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모델로 활동하는 한류 스타가 큰 인기는 있지만, 자동차와 연관된 어떠한 공감대가 없기 때문에 자동차 판매에 아무런 영향을 주질 못한 거죠. 스타를 좋아하는 것은 '대중'이고,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은 '소비자'이기 때문입니다.

대중은 자동차를 구매할 때는 철저한 소비자가 되어, 차 고유의 디자인, 성능, 가격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자동차 회사는 본격적인 스타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에, 함께 할 스타에게 차와 연관된 레이싱, 정비, 자동차 트렌드를 즐기는 '한 소비자'로서 이미지 포지셔닝했다면 결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최근에 '설현폰'으로 인기를 끌었던 TG앤컴퍼니의 스마트폰 '루나'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루나는 TG앤컴퍼니가 제품 설계와 디자인을, 애플 아이폰을 만드는 중국 '폭스콘'이 생산을, 국내 마케팅/유통은 SK텔레콤이 각각 전담하는 협력 구조로 탄생된 제품입니다. 지난해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인기가 사그라든 가운데, 9월 출시된 중저가형 스마트폰 루나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는 물론 세련된 디자인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루나폰 광고 모델이었던 가수 '설현'은 이 흥행을 이끈 신의 한 수라는 평이 나올 정도입니다.

TG앤컴퍼니 '루나'폰과 AOA
설현
TG앤컴퍼니 '루나'폰과 AOA 설현

TG앤컴퍼니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살 때 디자인을 가장 고려한다는 결과를 갖고, 풀메탈 유니 본체에 후면 카메라가 튀어 나오지 않은 디자인으로 루나폰을 제작했습니다. 걸그룹 AOA의 설현이 방송에서 보여준 소탈한 이미지와 섹시한 바디라인(뒤태)은 루나폰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일체된 하나의 이미지로 부각돼 특히 남성 소비자들에게 절대적인 호응을 얻었습니다. 광고 이전에 SK텔레콤 대리점 앞에 세워진 설현의 등신대가 도난 당할 정도였다죠?

한편 루나폰에 이어 출시된 레노버의 대화면 스마트폰 '팹플러스'는 비슷한 가격 대에, 인기 걸그룹 EXID의 '하니'를 모델로 내세웠지만, '루나+설현' 조합에 비하면 제품과 모델과의 관여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스타의 인기와 제품 구매는 별개의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좋은 인지도가 구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건 사실이지만, 그저 환기(AWARENESS)를 시킬뿐 최종 구매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합니다. 앞선 사례처럼 한류 스타를 브랜드(제품)에 접목하기 이전에 관여도를 높이는 활동을 사전에 수행하여 소비자 입장에서 브랜드(제품)와 한류 스타의 공통된 '아이덴티티'를 쌓는 게 중요합니다.

필자가 컨설팅이나 브랜드 마케팅 강연 때 언급하는 사례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길을 가다 원색의 빨간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여성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나요? 놀랍게도 남성은 물론 여성들도 시원시원한 그녀의 룩에 '스타일리쉬하다'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줍니다. 그런데 기업들은 이런 일부의 성향을 마치 전부의 결과처럼 해석하고, 사람들이 빨간색 미니스커트를 좋아하니까 집중 생산해 판매하면 크게 성공할 거라 속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사이트(통찰력) 없이 단편만 보고 속단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참 많습니다.

길을 가다 빨간 미니스커트의 여인을 본다면?
길을 가다 빨간 미니스커트의 여인을 본다면?

사실 빨간색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에게 사람들이 호감을 보이는 건 당연하지만, 정작 그 옷을 입을 수 많은 여성들에게는 입기에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닙니다. 입기 부담스럽다는 것은 결국 구매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감성적 소비와 이성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은 매우 다른 행동 유형을 보여줍니다. 한류 비즈니스나 스타 마케팅을 고려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이 점을 꼭! 고려하길 권합니다.

글 / 김정민 ( architect@brandarchitect.co.kr )

김정민_300
김정민_300
현 '브랜드 건축가(Brand Achitects)'이며 '브랜드 헌터(Brand Hunter)'.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와 '샤이니' 런칭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하이트진로그룹에서 신규 브랜드 런칭과 브랜드 마케팅을 전담한 브랜딩 전문가다. 현재는 한류 비즈니스 플랫폼과 전통 예술을 특화한 '모던한(modern 韓, 조인선 디렉터)' 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으며, 미래부 창조경제타운 멘토 활동, 스타트업/성장기업 대상 히든챔피언 프로젝트 등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Marketing & Me(전자책 - http://ridibooks.com/v2/Detail?id=904000002)'가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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