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스노든, '통신 감청은 원리와 원칙하에 이뤄져야 한다'
[IT동아 이상우 기자] 최근 국내 정부기관이 해외 해킹 업체로부터 메신저를 해킹하는 특정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곤혹을 치뤘다. 그 전에는 수사기관이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 대해 서버에 저장된 메시지 전송 로그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사건이 터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외부 개입이 불가능한 해외 메신저를 사용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기업도 종단간 암호화 기술을 적용하는 등 감청과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한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명 '프리즘 폭로 사건'이라 불리는 미국 정보 기관의 정치 스캔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시티즌포(Citizenfour)가 국내 개봉을 앞두고 주목받고 있다. 시티즌포는 로라 포이트라스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실태를 폭로한 전 NS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목인 시티즌포는 그가 익명 제보 시 사용했던 이름이다. 영화는 스노든이 홍콩으로 건너가 호텔방에 숨어 지내며 영국 '가디언'지의 기자에게 미국 국가안보국의 행태를 폭로하는 상황을 치밀한 구성으로 담아내, 2014년 10월 미국 개봉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는 2015년 11월 19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
개봉을 앞둔 시사회에서 영화의 주연이자 실제 사건의 주인공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화상 인터뷰 자리가 마련 됐다. 그의 인터뷰는 현재 국내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나 혼자 사회의 모든 것을 뜯어고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 국민이라면 정부가 어떤 권력을 행사하는지 알아야 하고, 이를 통해 선거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권력은 국민의 동의로부터 나오는데, 이 동의는 국민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해야 의미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의 통신 감청에 관해서는 의외로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사회에 중대한 위협이 있을 경우 이러한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가 이러한 작업을 벌이려면 반드시 해당 사안이 위협이 된다는 근거와 이를 적용하기 위한 원칙(영장 등), 관리감독 기관 등이 있어야 하며, 위협 규모에 맞게 국가 권력이 사용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국민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감청이 이뤄지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미국 정보기관에서 근무 시 정보 수집 대상이 테러리스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엉뚱한 개인을 사찰한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그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관은 현재 전세계 주요 인물과 국가를 감청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여러 동맹국도 그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은 북한이라는 존재때문에 군사적인 관점에서 서로 많은 정보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정보 공유는 타당하고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와 달리 Five eyes라고 불리는 영미권동맹의 정보 공유에 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군사적 목적 혹은 테러리즘 차단 목적보다 더 광범위한 내용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공유의 목적은 권력, 경제 외교, 사회적 통제를 위한 정보 감찰에 가깝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자신의 근황과 추가 폭로 계획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지난 해 망명 후 러시아에 거주 중인 그는 "현재는 지속적으로 러시아에 머물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정부간 거래에서 협상카드로 나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또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유익한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되었고 이에 자부심도 느낀다" 소회를 말했다. 앞으로 언론인들과 손잡고 지속적으로 NSA 감청 관련 정보를 보도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끝으로 영화 시티즌포를 통해 "우리 모두가 선택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에게 위험한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