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메시지, 안드로이드에 뚫리자…애플 "보안 문제로 차단"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애플이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아이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한 앱을 긴급 차단했다. 애플은 보안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문제가 된 앱은 지난 6일 출시된 비퍼 미니(Beeper Mini)라는 앱이다. 비퍼 미니는 안드로이드에서도 아이폰의 아이메시지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앱이다.

출처=비퍼
출처=비퍼

아이메시지는 애플의 자체 메시지 서비스다. 문자 앱에서 아이메시지는 파란색 말풍선, 그 외 기기에서 보내는 일반 문자 메시지는 초록색 말풍선으로 표시된다. 젊은 세대의 아이폰 선호가 강한 미국에서는 말풍선 색깔을 놓고 차별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원래 아이메시지는 오직 애플 기기에서만 이용 가능하지만, 비퍼 미니를 쓰면 안드로이드 기기로도 마치 아이폰에서 보낸 것처럼 파란색 말풍선이 뜬다. 애플 기기들이 아이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통신 규격에 마치 애플 기기인 것처럼 속여서 접근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퍼 미니는 출시 24시간 만에 먹통이 됐다. 애플이 차단에 나서면서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 자격 인증에 이용자를 노출시키는 기술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비퍼 미니가 아이메시지 서버를 속이는 방식을 쓰는 걸 보안 위협으로 규정한 것이다. 애플은 “이러한 기술은 이용자 보안과 개인정보보호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원치 않는 메시지, 스팸, 피싱 공격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애플이 이처럼 재빨리 대응에 나선 건 비퍼 미니가 아이메시지의 통신 규격 보안을 뚫은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퍼 미니 이전에도 비퍼 클라우드나 선버드 등 타 플랫폼에서 아이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기존 서비스들은 애플의 맥을 중개 서버로 활용해 이를 경유하는 방식을 사용했었다.

파란 말풍선으로 표시되는 아이메시지 / 출처=셔터스톡
파란 말풍선으로 표시되는 아이메시지 / 출처=셔터스톡

비퍼 측은 애플의 지적과 달리 비퍼 미니가 보안에 해가 되는 부분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IT 매체 더버지는 비퍼 설립자이자 개발자인 에릭 미지코프스키(Eric Migicovsky)가 “애플이 그렇게 개인정보보호와 보안에 신경 쓴다면, 왜 이용자들이 보호되지 않는 SMS(단문 메시지 서비스) 대신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중단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미지코프스키는 비퍼 미니의 코드를 애플에 공유해 보안에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애플이 비퍼 미니와 같은 앱을 허용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아이메시지를 애플 기기 이용자들만을 위한 폐쇄적 생태계로 유지하려는 애플의 의지가 확고해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애플은 내년부터 아이폰에 차세대 문자 메시지 표준 규격인 RCS를 도입하겠다면서도 아이메시지를 여전히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구글과 삼성 등은 애플에 독자적인 아이메시지를 고수하는 대신 표준 규격인 RCS 도입하길 촉구하는 캠페인을 펼친 바 있다. 유럽연합 또한 디지털 시장법(DMA) 적용 여부를 저울질하며 애플에 표준 규격 채택을 압박했다.

하지만 RCS가 도입되더라도 아이메시지와 별개로 도입되는 한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처럼 아이폰 이용자끼리는 여전히 아이메시지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게 되고, 그 외 기기 이용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만 RCS가 활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 전문 매체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은 “애플이 RCS를 어떻게 구현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아마 RCS는 여전히 초록색 말풍선으로 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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