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스타트업 바로 알기] 스타트업,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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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다년 간 300개가 넘는 기업과 3D 설계 관련 일을 해왔다. 여러 가지 평가 방법을 통해 가치 있는 기술을 선별 채택하여 제품화했다. 또한 3D프린팅 업계의 흐름을 글로벌과 국내 상황에 따라 세세히 확인했다. 3D 한 분야에 몇 년간 있다 보니 기업들의 시작뿐 아니라 끝도 지켜보게 된다. 시작은 조촐했지만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른 스타트업부터, 누가 봐도 저무는 사업 분야에서 불굴의 의지로 수요를 찾아 명맥을 이어가는 기업, 또 승승장구하던 회사를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아 순식간에 망가트린 기업까지...

CEO의 역량도, 환경 변화 적응도, 경쟁사와의 차별화도 모두모두 중요하다. 어느 한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모든 걸 완벽히 할 순 없기에 집중해서 점검해야 할 부분을 따져봐야 하겠다. 스타트업을 지속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글에서는 미래 대비가 쉽지 않은 현재에서 스타트업 지속 유지 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사회 전반의 변화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기술이나 상품이 하루 아침에 흥했다가 불현듯 사라진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즐기던 모바일 게임이 순식간에 관심에서 멀어진다. 어느 게임이 한참 유행할 때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서 게임 초대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언제 그랬냐는 듯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현격히 줄었다. 비슷한 게임도 바로 여럿 출시됐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보면, 지금 이 순간 많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를 알 수 있다. 무언가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 들에 불길 번지듯 빠른속도로 확장된다. 웹 상의 콘텐츠로 가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그렇게 전파된다. 1과 0으로 모든걸 표현할 수 있는 현재의 디지털 공유 사회는 이슈화도 쉽고 그만큼 가라앉기도 쉽다. 판단과 실행의 속도가 상상 이상이다. 검색 몇 번, 클릭 몇 번 후 비용을 지불한다. 궁금한 건 바로 확인한다. 기다리거나 심사 숙고하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

안타깝게도 스타트업의 생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창업을 결정하고 실행하고 폐업에 이르기까지의 시간도 갈수록 짧아진다. 최근 들어 다양한 스타트업 프로그램이 탄생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창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창업 후 불과 몇 년 만에 대다수 기업이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은 바뀐 게 없다. 스타트업이 폐업하는 이유 중에 앞서 언급한 사람들의 호불호가 순식간에 뒤바뀌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그렇다면 호불호를 지속 파악한 빅데이터가 답일까? 빅데이터로 트렌드를 분석하면 미래 접근 방향이 나올까? 현재를 파악할 수는 있어도 미래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빅데이터 분석의 결과는 과거에 대한 분석이다. 물론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환경과 조건이 바뀌지 않는다면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으며, 비교적 가까운 시간에 발생한 일은 동일하게 반복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빠른 시간 내에 호불호가 바뀌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빅데이터 분석도 그다지 예측 높은 미래를 보장하진 못한다. 그런데 정반대로 다수가 우려하는 이슈가 있다. 인공지능, 3D프린팅, 로봇 등 한참 발전하고 있는 기술들로 인해 향후 일자리가 현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 그리고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처한다는 예측이다.

스티브 호킹 박사, BBC 인터뷰 장면
스티브 호킹 박사, BBC 인터뷰 장면

< 인공지능의 발달에 대해 우려하는 스티브호킹 박사 : 영국 BBC인터뷰 모습 캡처 >

앞서 언급한 모든 걸 축약하면, '워낙 변화무쌍해서 미래 예측은 어려우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은 확실하다'는 내용이다. 암담하다. 스타트업과 연관 지어 생각하면, '뜨는 아이템을 찾기도 어렵지만, 뜬 이후에 가라 앉기도 쉽다. 따라서 뜨는 데에만 집중하면 안 된다'는 현실적인 결과가 나온다. 스타트업의 흥망성쇠 단계 중 가장 쉬운 게 스타트업의 '시작'이며, 가장 어려운 게 스타트업의 '유지'다.

문을 닫은 스타트업 CEO들이 돌이켜 하는 말 중 자주하는 말이 있다. “정신 없이 잘 될 때가 가장 위험하다. 현재 수익이 나는 부분 외에 ,그 다음 혹은 그 다음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어야 했다. 그 당시 그럴 여력은 분명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매우 아쉽다"이다.

충분히 공감 가는 말이건만, 실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당사자가 되면 행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왜 일까? 다음과 같은 세가지 큰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수익이 오르는 이유를 그간의 노력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출 증가는 노력의 결실로 얻은 성과이기에 어느 정도는 지속될 거라 기대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물론 과거의 노력 없이 현재의 성과는 있을 수 없다. 현재 수익이 늘고 있다면 당연히 과거에 올바른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는 변화가 심한 사회다. 차곡차곡 쌓인 매출이라 할지라도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 현재의 수익은 엄밀히 말하면 '과거의 결과물'이다.

요즘 SPA로 일컫는 패션 브랜드들이 인기다(SPA는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의 약자로, 자가 상표 부착제 유통방식을 말한다. 유니클로, H&M, 자라, 에잇세컨즈 등이 대표적인 SPA 브랜드다). 옷의 기획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해당 브랜드 내에서 관리한다. 이는 단순히 옷 제작 절차를 시스템화했다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선호도를 실시간으로 따라잡기 위해 기획부터 제조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래서 이들 브랜드를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 부른다. 일반 패션업계처럼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수요를 예측하여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고객들의 변화하는 구매 패턴에 실시간으로 바로바로 대응한다.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라는,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의 저서 제목만 봐도 이런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유니클로 CEO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CEO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를 세계 1등 SPA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비전과 딱 어울리는 타이틀이다. 1등이 되기 위함이지만, 결국 넘쳐나는 패션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과거의 매출은 미래의 매출과 상관없고, 부지런히 고객의 욕구를 맞출 때 살아 남는다. 비단 패션만 해당할까? 스타트업에게도 여러 시사점을 준다. 스타트업을 영속하고 싶다면, 어제의 고객이 내일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두 번째, 모든 국면에서 가장 이로운 선택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치에 맞는 말이므로, 이 생각이 왜 스타트업의 미래 매출 확보 활동에 걸림돌이 될지 궁금할 것이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부족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대로 된 시스템도 없고 인력도 부족하고 자금의 여유도 없다. 따라서 가장 효율적인 일 처리를 추구한다. 그러다 보면 업무에 우선 순위 매기듯 고객 응대 수준에도 순서가 생긴다. 매출에 영향이 큰 핵심 고객과 이제 거래를 시작한 새내기 고객 사이에 은연 중 차별이 발생한다.

또한 주변 지인들을 대하는 태도도 본인에게 이로운 방향으로만 행하는 경우도 늘어난다. 시간과 돈이 부족하다는 강박관념은, 당장 도움이 되지 않을 사람이라면 멀리 하게 만들고, 도움을 받을 수 있거나 스타트업에 조금이라도 이득을 줄 수 있는 사람과는 가까이 다가가게 만든다. 한 발자국 물러나서 상황을 바라보자. 본인의 이익에만 눈이 뻘겋게 달아올라 있는 사람에게 고객이 꾸준히 모일 수 있을까? 사업은 관계의 형성이다. 자신에게 별 도움되지 않을 것 같은 만남,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내 자신이 좀 손해 보는 일, 남한테 베푸는 행위 등이 있어야 기존 고객을 넘어서 새로운 수익처를 만날 수 있다.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다면, 큰 손해를 입지 않는 한 가급적 베풀어야 한다. 진심 어린 도움을 받은 사람은 나중에 자신이 어려울 때 손 내밀어 줄 확률이 높으며,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도 발생한다(이런 사례를 정말 너무 많이 목격했다). 즉 '내가 먼저 주어야 한다'.

오늘 자신이 잠재 고객을 위해 또는 주변을 위해 베푼 게 뭔지 생각해보라. 꼭 비용이 들지 않아도 베품은 가능하다. 간단한 안부 문자도 좋고 메일도 좋다. 하루에 20~30분 할애하라. 필자에게 문의나 조언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다. 솔직히 일면식 없는 사람들과 의사 소통하는 건 상당히 조심스럽다. 필자 의견 한마디에 자신의 직장을 걸기도 하며, 더러는 투자도 하기 때문에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나름으로 최대한 성의 있게 답변하려 한다. 오히려 정신적인 힘도 얻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건넸을 때 뿌듯한 마음도 얻는다. 실제 컨설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컨설팅을 염두하고 도움을 주는 경우는 없다. 진심으로 대할 때 상대방도 마음을 연다.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기회는 관계가 왕성한 고객이 아닌, 데면데면한 지인이나 일면식 없는 고객들을 통해 불현듯 찾아온다.

세 번째는, 이른 바 '개업 효과(오픈빨)'에 대한 착각이다. 창업 후 1~2년 동안은 스타트업이 유지될 확률이 높다. 이 기간의 생존은 비즈니스 모델이 훌륭해서, 또는 스타트업 구성원들이 노력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상당 부분은 시쳇말로 '오픈빨' 덕분이다.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가치를 고객에 전달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 스마트폰 앱이든 특정 물건이든 남과 다른 걸 시장에 내놓아 고객의 채택을 바란다. 얼리어댑터(신제품을 빨리 구매하여 사용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의 통칭) 성향의 고객들은 그런 서비스와 물건에 흥미를 느껴 구매하곤 한다. 성패는 이때 갈린다. 얼리어댑터가 꾸준히 유입된다고 해서 사업이 번성할 것이라 착각해서는 안 된다.

3D프린팅이 해외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을 때, 스타벅스가 미국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아무 일 없이 잠잠했다. 지금은 골목까지 점령한 편의점도 이와 마찬가지다. 편의점이 국내에 등장한 초창기에는 골목 구멍가게보다 비싼 가격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현재는 3D프린팅, 스타벅스, 편의점 모두 보편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렇듯 얼리어댑터의 구매에서 일반 대중의 구매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시작은 얼리어댑부터다. 얼리어댑터의 지속적인 유입을 성공으로 착각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지난 해 6월,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그리고 올해 6월, 레노버가 자체 행사로 글로벌 컨퍼런스인 '레노버 테크월드 2015'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CEO를 초청해 강연 연사로 서게 했다. 더불어 'ShenQi'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기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 기기 목록 중에는 3D프린터도 포함되어 있다. 이미 시작한 보쉬에 이어 레노버까지, 다양한 중국 기업이 3D프린터에 도전장을 내민다(인텔과 HP가 올 초 3D프린터 협업을 선언한 상황이라, 레노버와 인텔 간에도 어떠한 밀월이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실 레노버가 중국의 저가 휴대폰 제조사라는 인식을 벗어 던진 건 2005년 IBM의 PC부분을 인수하고부터다. 다시 2014년 모토로라를 인수하더니만, 올해 아예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제품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총 2만 3,000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한 레노버도 이렇게 늘 새로운 기기에 도전한다. 무엇이 성공할 아이템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레노버 테크월드 2015 홈페이지
레노버 테크월드 2015 홈페이지

< Tech World Lenovo를 알리는 레노버 홈페이지 >

거대 중국 기업도 새로운 기기 제작에 도전하는 시작은 작은 스타트업과 유사하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이럴진대 하물며 작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람의 마인드는 어떠해야 할까? 얼리어댑터를 넘어 대중화의 길로 들지 못했다면 섣불리 성공을 말해서는 안 된다. 스타트업 몇 년의 유지에 도취되어 있다면 시간이 지남을 두려워 해야 한다. 얼리어댑터가 기웃거리는 오픈빨을 뛰어 넘어 대중성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에는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려는 직접적인 노력이 성과로 이어졌다. 명절 때 선물을 보내고 귀찮도록 방문하는 등 땀과 노력이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SNS에 올린 글 하나로 순식간에 고객이 늘기도 하며, 반대로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벤처 신화가 주변에서 하나 둘 사라진다. 고지가 확실한 곳을 점령하는 싸움에서 대기업과는 싸워 이길 수 없다. 스타트업은 스타트업으로서 가능한 싸움을 해야 한다. 지금, 고요하고 예측 가능한 창업 몇 개월 혹은 창업 몇 년을 보내고 있다면, 불확실함을 즐기고 불확실한 곳에 뛰어들어야 한다. 현재의 고객은 없다고 가정하자. 내일의 고객을 만드는 절실한 노력을 실행해야 한다. 빅데이터 분석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치로 스타트업 유지 확률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

글 / 김영준 (3dbiz@naver.com)
한국 3D프린팅비즈니스코칭센터(K3DBC) 대표 겸 창의 혁신 강사.
새로움에 도전하기를 즐거워 하는 사람. 2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18년 간 3D 설계 및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현재 3D프린팅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자 3D프린팅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3D프린팅 스타트업, 라온북>)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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