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세상을 바꾸다] "장애 학생들의 흥미와 적극성 향상" 정수영 교사
최근 교육 및 커뮤니케이션, 심리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보드게임이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드게임이 교육적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아동 및 청소년들의 의사소통능력 및 문제해결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IT동아는 보드게임이 사회 각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지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IT동아 안수영 기자]
[보드게임, 세상을 바꾸다]의 세 번째 사례는 보드게임을 활용한 특수 교육이다. 서울 정진학교의 정수영 교사는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교육할 때 보드게임을 활용하고 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선생님 소개를 해 주세요.
저는 서울 정진학교에 근무하는 정수영입니다. 서울 정진학교는 51개 학급으로 구성되어 초중고 전공과가 모두 포힘된 특수 학교입니다. 300여 명의 장애 학생들이 꿈을 키워나가기 위해 현재 90여 명의 교원들이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Q. 특수 교육이란 무엇이며, 선생님께서 수업을 할 때 보드게임을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수 교육은 정신적, 신체적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으로, 학생의 개인적 특성에 따라 교육 목표, 교육 방법, 내용을 맞추어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 중에 일부 장애 학생은 수업에 대한 흥미가 적으며, 주의 집중 시간이 짧습니다. 수업을 할 때 보드게임을 활용하면 학생들은 놀이를 통해 수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으며, 놀이에 흥미를 보여 집중하는 시간이 높아집니다. 이처럼 놀이 활동을 하면 교사가 의도한 교육 목표에 쉽고 재미있게 도달할 수 있는데요, 이에 따라 보드게임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수업을 하실 때 보드게임을 어떻게 활용하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장애의 특성 및 연령에 따라 학생들이 좋아하는 보드게임이 다르고, 활용할 수 있는 게임도 다양합니다. 따라서 '수업에서 특별히 보드게임을 이렇게 사용한다'라고 이야기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시각 장애 학생에게는 촉각과 청각을 이용하는 게임을, 지적 장애 학생에게는 신체를 이용하는 게임을 즐기도록 하는 편이지만, 이 역시 모든 학생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장애 학생 개개인의 흥미와 특성에 따라 늘 변화할 수 있는 것이 특수 교육과 보드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학생들이 모두 다른 만큼, 만나는 학생에 따라 다른 교육 목표를 정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보드게임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정, 보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보드게임은 장애 학생이 활용하기에는 어렵고 복잡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의 수준과 흥미에 따라 활용 방법은 늘 변화합니다. 실제로 한글을 읽지 못하는 학생이 '징고'라는 보드게임을 매우 좋아했는데요, 그에 맞춰 징고 게임을 이용한 한글 읽기를 수업 목표로 세웠습니다. 징고 게임을 국어 게임으로 응용하니, 자신감을 가지고 한글을 읽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Q. 보드게임으로 장애 학생들을 교육했을 때 그 효과는 어땠나요? 학생들의 반응 및 달라진 점, 긍정적으로 변화한 사례 등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보드게임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하니 학생들이 수업을 기다리고, 스스로 공부 방법을 선택해 저에게 표현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자 흥미를 느꼈던 보드게임을 수정, 보완해서 활용했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흥미와 집중력이 향상돼 수업 목표에 쉽고, 빠르게 도달했습니다. 더욱 긍정적인 변화로는 장애 학생의 자존감 향상에도 크게 영향을 미쳐, 적극적인 아이로 변화했습니다. 보드게임을 통하여 장애 학생들도 비장애 학생들과 동등한 또래 청소년으로 활동할 수 있고, 장애 학생은 잘 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없애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Q. 다른 학교 또는 해외에서도 보드게임을 활용해 장애 학생들을 교육하는 사례가 있을까요?
서울 정진학교를 비롯한 특수학교뿐만 아니라 많은 학교에서 보드게임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드게임 활용 연수에서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분야 선생님들께서 많이 참여하시는 모습을 보며, 선생님들의 보드게임에 대한 열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수업뿐만 아니라 여가 활용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선생님들도 많습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오르다', 'HABA', '라벤스브루거'의 보드게임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가는 장애 학생을 위한 수업이 생각하는 것만큼 잘 진행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단법인 그린티처스에서 국제 교육 지원사업을 하며 보드게임을 수업 교구로 챙겨 다양한 수업 상황에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Q. 장애 아동을 둔 부모님들이 보드게임을 이용해 자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조언해 주셨으면 합니다.
보드게임은 전략게임, 신체게임, 언어게임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개인의 특성과 흥미에 맞는 보드게임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저희 학생들이 좋아했던 보드게임은 '징고', '우봉고', '할리갈리', '텀블링 몽키즈' 등입니다. 또한, 보드게임은 교육 이전에 놀이가 먼저이기 때문에, 교사가 먼저 그 게임을 즐겨야 학생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모든 게임은 추천 대상입니다.
보드게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놀이입니다. 가정에서 보드게임을 이용한다면 교육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아이와 재미있게 놀면서 감정을 교류하고 공감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보드게임은 사회성을 기르는 데 매우 좋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차례를 지켜야 한다는 것과 꼭 이겨야 하는 활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요즘에는 사람과 놀기보다는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각자가 놀고, 각자가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 매우 안타깝습니다. 스마트 기기 대신에 보드게임을 이용해 소통하고 즐기는 것 자체가 교육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정수영 교사는 특수 교육에 보드게임을 활용할 때 상기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장애는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라는 편견 없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드게임이 특별히 특수 교육에 더 좋다기보다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 재미있는 교실을 만드는 데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