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CMR, CPI? 어떤 수치가 높은 TV가 좋은 건가요?
IT 전반에 관한 의문, 혹은 제품 선택 고민이 있는 네티즌의 문의 사항을 해결해드리는 'IT애정남'입니다. 이번에는 TV 관련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제조사에서 강조하는 TV 성능 관련 사양 중, 쉽게 이해하기 힘든 CMR과 CPI 관련 사항이군요. 사실 이게 어찌 보면 좀 민감한 사항입니다. 사연을 보내신 seolanxx님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자님 안녕하세요. 예전에 써주신 OLED TV 설명한 IT애정남 기사 잘 읽었습니다. 전에 잘 몰랐던 내용인데 워낙 잘 정리를 해 주셔서 새 TV를 사는데 많이 도움이 될 거 같네요.
그래서 여러모로 고려해서 LED TV를 사려고 하는데 지금 비교하고 있는 게 LG 55LB6580이랑 삼성 UN55H6400AF입니다. 둘 다 55인치이고 가격도 비슷하네요. 근데 사양표를 보니 다른 건 대강 알겠는데 600 CPI(LG)랑 480 CMR(삼성)이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저 숫자가 높으면 왠지 화질이 좋다고는 하는데 LG TV는 CPI만 나와있고 삼성 TV는 CMR만 나와있네요. 혹시 둘 다 같은 의미인데 그냥 표기만 다른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수치가 더 높은 LG 55LB6580를 사는 게 좋을 거 같기도 하고요. 좀 무식한 질문 같아서 부끄럽지만 부디 도움을 주시길 바랍니다. 그 외에 두 TV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네요.
가격과 화면 크기 등 전반적인 사양은 유사
안녕하세요. IT동아 입니다. 우선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저희 기사를 잘 읽어주신 점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이번에도 나름의 조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두 제품의 사양표를 저도 확인해 봤는데, 사양 면에서 제법 비슷한 점이 많네요. 화면 크기가 같고, 3D 및 스마트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는 2014년형 LED TV(기자 주: LED 백라이트의 LCD TV) 제품이라는 점이 같습니다. 가격도 인터넷 최저가 140만원대로 거의 비슷하네요. 지금 2014년형 제품을 사는 것도 '가성비' 측면에선 괜찮죠.
< 양사 TV 사양표 비교(출처: 에누리 닷컴)>
다만, 나름의 차이점이라면 삼성 UN55H6400AF 제품은 직하형 백라이트, LG 55LB6580 제품은 엣지형 백라이트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론적으로 직하형이 좀더 나은 화질을 냅니다. 그리고 삼성 제품엔 제법 값이 나가는 셔터 글래스 방식 3D 안경 2개가 기본 제공 된다는 점도 장점이네요. LG 제품에도 3D 안경 2개가 포함되지만 이건 저렴한 편광 방식 안경입니다. 두 3D 방식의 장단점에 대해 쓰려면 너무 긴 설명이 필요하니 그냥 삼성의 셔터 글래스 방식은 화질 면에서, LG의 편광 방식은 편의성 면에서 좀더 이점이 있다는 점도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스마트 TV라면 삼성은 2015년형, LG는 2014년형 이후 제품을 추천
그 외에 눈에 띄는 점이라면 스마트 TV 플랫폼인데, 삼성 UN55H6400AF는 구형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는 게 마음에 좀 걸립니다. 2015년형부터 삼성 스마트 TV는 '타이젠' 신형 운영체제를 적용해서 출시되는데, 질문자님이 고려하고 있는 두 제품은 앞서 말한 대로 모두 2014년형 제품입니다. 반면, LG 스마트 TV는 2014년형부터 신형 운영체제인 '웹OS'가 적용되어있고 LG 55LB6580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스마트 기능을 얼마나 쓰실지는 모르겠는데, 만약 이를 중시하신다면 LG 제품이 좀 더 낫겠네요. 게다가 이 삼성 제품은 유선 네트워크 기능만 있지만 LG 제품은 와이파이도 가능하고요.
아무튼, 스마트 기능을 중시하는 분이 TV를 산다면 삼성 제품은 2015년형 이후, LG 제품은 2014년형 이후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단순히 화면만 잘 나오는 제품으로 만족하신다면 뭐라도 상관 없겠지만 말이죠.
120Hz TV가 시장에 보급된 이후 생긴 제조사들의 고민
자, 대략적인 기능 설명은 이 정도 하고, 오늘 질문의 핵심인 CMR과 CPI 수치의 차이점에 대해서 말씀 드려야 하겠죠? 근데 참 유감스럽게도 480 CMR 제품과 600 CPI 제품 중에 어느 쪽이 더 화질이 좋을지에 대해선 제가 판단 내리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두 가지는 같은 기준으로 나온 수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엔 각 TV 제조사들의 꼼수(?)도 약간 들어있거든요.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120Hz 주사율(refresh rate)의 패널을 탑재한 TV가 시장에 본격 공급되기 시작한 2007년 전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주사율이란 1초당 몇 프레임의 화면이 화면에 전환되는가를 의미합니다. 당연히 주사율이 높으면 한층 잔상이 적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화면을 구현할 수 있지요(물론 여기엔 화상 엔진에 의한 보정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기존의 TV는 대부분 60Hz 화면 주사율로 구동되었거든요. 물론 2015년 현재 팔리는 TV 중에서도 보급형은 거의 60Hz이긴 합니다.
아무튼 이때를 즈음해 각 TV 제조사에서 이렇게 화면 움직임을 부드럽게 보정하는 기술을 강조하며 경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고 잔상을 제거하는 방법은 주사율을 높이는 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화면을 보정하는 화상 엔진의 성능을 높이거나 백라이트의 개선, 혹은 소프트웨어적인 처리로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거든요. 이는 주사율을 높이는 것에 비하면 보정 효과가 다소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만, 생산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선 괜찮죠. 다만, 이런 각 사의 보정기술을 구체적인 수치로 가늠할 수 있는 공식적인 단위가 없었기 때문에 명확한 수치를 제시할 수 있는 화면 주사율에 비하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가 힘들었습니다.
CMR, CPI는 화면 주사율을 '뻥튀기' 하기 위해 생긴 개념?
이 때문에 2010년 전후부터 TV 제조사들은 120Hz, 240Hz와 같은 화면 주사율을 강조하기 보다는 자사에서 직접 제창한 독자적인 기준의 화면 보정 수치를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질문자님이 궁금해하셨던 삼성의 CMR(Clear Motion Rate)나 LG의 CPI(Comparable Picture Index) 같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를테면 삼성 UN55H6400AF 모델의 영상 부분 사양표에는 'CMR 480Hz'라고 써 있습니다. 이게 언뜻 보면 480Hz 주사율의 패널을 탑재한 것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 모델에 탑재된 화면 패널의 실제 주사율은 120Hz 입니다. 여기에 "삼성의 화면 움직임 보정 기술을 적용해 실제 패널 사양의 4배에 달하는 480Hz 주사율에 상응하는 화면을 볼 수 있다" 는 것이 삼성전자의 주장인 것이죠. 때문에 CMR 기준은 삼성 TV에만 유효합니다.
LG전자 TV의 사양표에 표기되는 CPI는 이보다도 한 술 더 나아간 개념입니다. 이건 "화면 주사율과 화면 움직임 보정 기능 외에도 그래픽 프로세서의 처리능력에 응답속도, 색감 등까지 모두 고려해서 지정된 화질 등급"이라고 LG전자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LG전자에선 CPI의 상위 개념이자 UHD TV 전용의 화질 등급 기준이라는 UCI (Ultra Clarity Index)라는 새로운 기준까지 만들었습니다. 이 역시 당연히 LG TV에만 적용되는 기준이죠.
다른 제조사 TV끼리 비교할 때 CMR, CPI 수치는 변별력 없어
이 때문에 480 CMR의 삼성 TV와 600 CPI의 LG TV 중에 어느 쪽이 더 화질이 더 나을지에 대해서 당연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CMR이나 CPI는 업계 전체에 공인된 기준이 아니라 특정 업체에서 자사 제품의 성능 강조를 위해 만든 독자적 화질 등급이기 때문이죠. 당연히 다른 제조사의 TV끼리 비교할 때는 CMR이나 CPI는 전혀 변별력이 없습니다.
때문에 CMR이나 CPI 같은 특정 제조사의 독자적인 등급 기준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비판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같은 제조사의 TV끼리 성능 비교를 하고자 한다면 이런 수치를 참고하는 것도 나름 도움이 되긴 합니다. CMR이나 CPI 같은 수치가 과연 소비자들의 현명한 제품 선택을 돕는 기준인지, 아니면 단순히 제조사들의 마케팅 전략에 불과한지에 대해서는 이 기사를 읽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고자 합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서로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유사 제품끼리 비교할 때 제품의 성능을 짐작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준은 '가격'이긴 합니다. 특히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경우는 정말로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두 업체의 제품이 가격이 비슷하다면 성능도 거의 동급이라고 봐도 무리는 없겠네요. 이것이 오히려 CMR이나 CPI 보다 더 도움을 주는 제품 선택의 기준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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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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