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술은 안 마셔도 모바일 인터넷은 못 끊어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인터넷 접속이 우리가 당연한 누려야 할 '권리'로 인식되는 세상이다. 지난 11월 헝가리 정부는 나라 빚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때마다 세금을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헝가리 국민들은 당연히 들고 일어났다. 격렬한 저항에 깜짝 놀란 헝가리 정부는 인터넷세를 징수하는 것을 보류했다.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구글코리아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함께 전세계 13개국 모바일 인터넷 경제에 대해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모바일 인터넷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들려줬다. BCG가 발표한 '글로벌 모바일 인터넷 경제 성장(The Growth of the Global Mobile Internet Economy)'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일상은 이미 스마트 기기와 하나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BCG 최인혁 이사
BCG 최인혁 이사
<국내 모바일 인터넷 현황을 설명 중인 BCG 최인혁 파트너>

한국인의 75%가 모바일 인터넷 이용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신문, 초콜릿, 패스트푸드, 영화, 운동, 드라이빙, 성관계, 샤워 등을 포기하겠다고 응답했다. 초콜릿, 패스트푸드, 음주 등 기호 식품뿐만 아니라, 성관계나 샤워 같이 우리 삶의 필수적인 요소마저 포기할 수 있다고 대답한 것은 모바일 인터넷 이용이 한국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14%는 그 어떤 가치를 제공하더라도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포기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사용자들이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생필품이자, 권리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국내 모바일 인터넷 현황
국내 모바일 인터넷 현황

사용자의 만족도, 실제 가격보다 7배 높아

소비자가 원래 지불하려는 금액보다 적은 비용으로 재화를 구매할 때 발생기는 추가 이익을 '소비자 추가 이익(Consumer Surplus, 소비자 잉여)'이라고 부른다. 한국은 소비자 추가 이익이 1인당 4,400달러(약 488만 원)로 조사돼 13개 국가 평균인 4,000달러(약 444만 원)보다 10% 이상 높았고, 아시아태평양(APAC) 5개국 평균보다는 50% 높았다. (참고로 한국의 소비자 추가 이익 연간 총액은 1,270억 달러(약 140조 9,300억 원)다.)

소비자 추가 이익이란 사용자들이 기기, 앱, 서비스 등을 이용하면서 느낀 가치가 해당 기기, 앱,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금액보다 크거나 작을 경우 그 차액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보자. 사용자가 특정 서비스를 10만 원을 지불하고 구매할 의사가 있었는데 실제로는 8만 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면 2만 원 만큼의 소비자 추가 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 구매 비용과 소비자 추가 이익의 비율은 약 1:7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사용자의 모바일 인터넷 만족도가 실제 가격보다 7배 높다는 뜻. 쉽게 말해 사용자가 1만 원에 모바일 인터넷 기기, 서비스 앱을 구매했는데, 해당 기기, 서비스, 앱의 가치를 7만 원에 달할 정도로 높게 느꼈다는 얘기다.

BCG는 이처럼 국내 사용자가 모바일 인터넷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로 '국내의 탄탄한 IT인프라'를 꼽았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74%로, 호주(7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또한 전체 인구가 4G 통신망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자, 절반 이상의 인구(2013년 말 기준)가 4G 통신망을 실제로 사용하는 국가인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가 없어야 모바일 인터넷이 발전

한국의 모바일 인터넷 경제 규모는 280억 달러(약 31조 700억 원)로, 2013년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BCG는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시장 중 한 곳인 한국에서도 모바일 인터넷이 GDP에 기여하는 규모가 연간 약 1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에는 한국의 모바일 인터넷 경제 규모가 400억 달러(약 44조 3,9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총생산이 그리 빠른 속도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바일 인터넷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화두인 핀테크(FinTech)를 둘러싼 한국 모바일 상거래는 연 15%씩 성장해 2017년에는 70억 달러(약 7조 7,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BCG 최인혁 파트너는 "BCG가 보기에 한국은 매우 특이한 나라다. 한국의 서비스가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고, 해외 서비스가 한국에 들어와서 잘된 경우가 드물다"며, "라인, 카카오톡 등이 그 한계를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다양한 글로벌 서비스가 나와야 우리나라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과거 한국은 하드웨어와 유형의 자산을 수출해 성장했지만, 이제 서비스와 무형의 자산을 수출해야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정지훈 교수는 "서비스가 성장하는 것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이 규제다. 우리나라는 규제가 너무 많다. 지도 서비스를 하려면 국토부, 안기부 등 다양한 유관기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핀테크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장벽 때문에 혁신가들이 진입하기 매우 어렵다"며, "새로운 변화에 대해 지나친 규제보다는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국내 모바일 인터넷 시장 상황을 평가했다.

국내 모바일 인터넷 현황
국내 모바일 인터넷 현황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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