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스마트폰의 등장. 그리고 이어진 스마트폰 시대.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이며 시작된 스마트폰 시대는 이동통신 및 ICT 기술의 발달과 함께 새로운 모바일 시대를 열었다. 특히 앱스토어를 통해 개발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앱생태계 구축과 모바일 운영체제와 모바일 기기를 아우르는 플랫폼 전략은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그래서 우리는 스마트 혁명, 모바일 혁명이라고 일컫는다. 이 같은 변화는 기존 ICT 산업뿐만 아니라, 유통, 제조 등 수많은 산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핀테크(금융+ICT), 스마트카(자동차+ICT), 웨어러블, IoT, 빅데이터…. 어쩌면, 우리는 역사상 가장 변화가 빠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잠시 시계를 5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9년 국내에 아이폰3Gs가 처음 출시했다. 당시 20~30대를 필두로 밤새 줄을 서서 제품 출시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졌고,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초창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감압식과 정전식 터치 방식이 격돌했고, 배터리 착탈 유무로 경쟁했다. 지금 생각하면,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이라고 경쟁했나 싶지만 말이다. 당시 애플 아이폰을 보며 놀랐던 것은 앱스토어였다. 개발자과 소비자가 연결되는 플랫폼 구조의 앱 생태계의 파급력은 예상보다 너무 컸다.
그리고 시선은 '콘텐츠'로 모아졌다. 고품질의, 경쟁력을 갖춘 게임과 앱의 중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 당시 유행처럼 퍼진 말이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혼자서 또는 적은 인원으로도 앱이나 콘텐츠, 서비스 등을 개발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지난 몇 년 간 수많은 개발자, 창업자 등이 도전에 나섰지만, 나름의 목표나 성과를 거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실패'를 떠안고 일선에서 물러나 재기를 노리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지난 2015년 1월 13일, 건국대 경영관에서 황병선 교수를 만났다. 그는 과거 삼성전자, LG CNS에서 게임, IPTV, 안드로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LG전자에서는 게임전략, 전사 서비스 플랫폼 전략 등을 거쳐 직접 소셜, 클라우스 서비스 개발에 참여했다. 현재 (유)PAG&파트너스 대표 파트너, 퓨처워커들 블로거, KAIST 소프트웨어 대학원 대우교수, (주)플랫폼연구소 대표이사, IT서비스플랫폼연구소 부소장, PAG/플랫폼전문가그룹 대표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아이디어 하나로 덤볐던 젊은 시절, 실패를 맛보다
건국대 경영관에서 나와 근처 카페에 앉자마자, 황 교수가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털어놨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얼마 전까지 자주 만났는데, 이렇게 인터뷰로 다른 장소에서 만나니 기분이 색다르다. 황 교수님의 얘기를 좀 듣고 싶다. 요즘 다양한 것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웃음).
황 교수: 하하. 음… 먼저 이 말부터 하고 싶다. 내가 살아 왔던, 젊은 시절의 얘기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가 25살 때다. 학교 후배 3명과 함께 시작했었다. 그때 당시 만들었던 소프트웨어 개발사만 6개 정도된다. 이제는 남아있는 것이 없지만(웃음). 처음 시작했던 사업은 원격 교육이었다. 최초의 원격교육 시스템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2000년에는 동영상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셀프TV.com'도 만들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유투브 서비스다. 2002년에는 휴대폰용 '개인금융관리PFM)' 서비스도 개발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핀테크다(웃음).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당시에 PDA라는 기기가 있었다. 스마트폰의 시초와 같은 모바일 기기다.
(기억한다는 기자의 맞장구에) PDA와 PC를 유무선으로 연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였다. 그런데, 너무 빨랐다. 지금도 아이디어 하나는 좋았다고 자부한다. 그때의 그 아이디어들이 시간이 흘러 지금 이렇게 활성화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10년 정도만 늦춰서 개발했으면 됐을텐데, 그런 아쉬움이 있다(웃음). 사실 아이디어는 좋았을지언정, 다른 모든 것이 미숙했다. 그래서 실패한 것, 아니 실패했다.
IT동아: 언젠가 한번 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의 사업 실패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황 교수: 지갑 속에 있는 신용카드를 처음 만든 것이 2010년이다. 그 전에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었다. 2003년에 사업 실패로 인한 빚 때문에 개인회생과 파산 절차를 거쳐 면책 단계까지 모든 것을 겪었다. 이걸 정리하는데만 7년이 넘게 걸렸다. 지금에야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정말 많이 힘들었다. 소위 말하는 '빨간딱지'가 붙어 있는 그 광경은….
아내, 가족에게도 피해가 갔었다. 아내도 나 때문에 개인회생 절차를 밟아야만 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나만이 아니라 가족에게 피해를 줘야했던 그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전화오는 것 하나도 무서웠으니까. 언제 전화가 걸려올지 모르고, 걸려오는 전화도 독촉 전화인 것 같아 피하게 되는. 참…. 직원들 월급을 주려고 카드 16새를 돌렸던 경험도 있다. 그 때는 버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면 '그 땐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몰랐을까'라는 후회가 몰려온다.
실패,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IT동아: 공감한다. 아무리 실패는 성공을 위한 과정, 단계, 발걸음이라고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법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정부에서도 재취업, 재창업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결국 피할 수 없었던 흐름에 대한 보상책은 아닐까 생각한다.
황 교수: 지금은 소중한 경험으로 생각하는 젊은 시절의 자산이다. 이후에 다시 노력하는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현재 몸을 담고 있는 'PAG&파트너스'와 다른 연구 모임 등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여러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컨설턴트, 전문가등과 모임을 가지면서 ICT 산업의 트렌드와 흐름 등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를 나누곤 했다. 이 모임이 자연스럽게 발전해 'PAG&파트너스 엔젤클럽'으로 이야기가 모아졌다(엔젤클럽: 자금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에 자본을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모임).
지금에서야 엔젤클럽이라고 말하지만, 초창기에는 소규모 동호회 같은 모임이었다. 주제를 정하고 토론을 하는 정기 모임을 가지다가 2012년도에 처음 엔젤클럽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현재 운영진을 포함한 네트워크 규모가 총 50명 정도인데, 이중 20명 정도가 모여서 엔젤클럽을 만들었다. 일종의 '투자 조합'이라고 이해해도 좋다.
IT동아: PAG&파트너스 엔젤클럽, 투자조합인건가. 약간 이해하기 어렵다.
황 교수: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약 11개 업체에 투자를 시작했다. 우여곡절 많은 일이 있었다(웃음). 가장 마지막에 투자를 결정한 업체가 '레진코믹스(LEZHIN COMICS)'다. 웹툰은 무료라는 인식을 깨고 다음편을 기다리지 않고 보기 위해 선결제하는 사업 모델로 시작해, 현재 젊은 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서비스 첫달에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이후 매달 20~40%씩 성장했다. 지금은 억대 연봉의 만화가를 배출하는 모바일 기반의 만화 포탈 앱이라고 소개한다(웃음). 여담이지만, 당시 KTH에서 레진코믹스로 옮긴 권정혁 부사장도 PAG&파트너스를 통해 레진코믹스에 투자를 시작하면서 합류하게 된 케이스다.
동호회부터 시작해 자연스럽게 PAG&파트너스 엔젤클럽을 만들게됐다. 이후 창업 교육과 스타트업 및 중견 기업을 위한 전략 컨설팅도 담당하게 되면서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정리하자면 PAG 동호회, 운영진 모임, 엔젤클럽 모임, 그리고 운영을 담당하는 유한회사 등이 있다. 요즘은 이 모임들을 정리하는 작업 중이다. 내부에서도 너무 복잡하다는 의견이 너무 많더라(웃음).
IT동아: …정말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금도 살짝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걱정이다(웃음).
황 교수: 하하. 이제 3개로 정리하려고 한다. PAG&파트너스 엔젤클럽은 빅뱅 엔젤클럽으로 이름을 바꾸고 투자를 담당한다. 그리고 PAG&파트너스 유한회사는 컨설팅을 담당하며, 이전부어 있었던 동호회 모임과 운영진 모임 등은 PAG 전문가 동호회로 묶고 있다(웃음).
창업자를 위한 무료 강의, '아카데미X'
IT동아: 앞으로 황 교수님이 주로 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최근에는 대학생이나 예비 창업자, 재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세미나나 오프라인 네트워크 모임 등에 강연을 나가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황 교수: 현재 '아카데미X'라는 이름으로 창업지원 전문 컨소시엄을 준비 중이다. 오는 1월 말 설립할 예정이다. ICT 기술을 중심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전문 지원 플랫폼 회사다. 좀더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스타트업을 위한 전문 교육 기관이라고 생각해달라. 창업에 필요한 교육과 마케팅, 향후 컨설턴트 등을 모두 지원할 예정이다.
작년에 PAG&파트너스에서 활동하며, 경기콘텐츠진흥원과 '문화창업플래너'라는 창업 컨설컨트 교육을 진행했다. 이때 만든 교육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약 10명의 교수가 모였다. 목표는 하나다. 오프라인 위주의 창업 교육을 탈피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창업 교육 지원 프로그램은 단기 위주로 진행했다. 하지만, 이건 정말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게 되더라. 남는 것도 크게 없고, 얻을 것도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IT동아: 맞다. 창업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아이디어 대회 등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같은 아이디어와 포트폴리오로 여러 대회에서 출범해 상금만 타가는 사람도 있더라.
황 교수: 아카데미X는 오프라인을 벗어나 기본 교육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동영상 강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후에 오프라인으로 확대한다. 온/오프라인을 더한 프로그램, O2O 연계 창업지원 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일단 대상은 서울 지역에 있는 기업형 엑셀레이터를 목표로 한다. 내년에는 지방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투자와 교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교육과 컨설턴트, 투자를 모두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하는 것이다.
IT동아: 예비 창업자를 위해 동영상 강의를 만들고 이를 온라인으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제공한다는 것인지 듣고 싶다.
황 교수: 예비 창업자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을 '무료'로 알릴 예정이다. 비즈니스 모델, 빅데이터, IoT 상품 기획 등의 주제에 따라 전문 교수와 ICT 관련 산업 전문가가 나선다. 모든 강의는 온라인을 통해 동영상으로 제공할 것이다. 강의는 전문 기업형 엑셀레이터와 함께 협력해 품질을 높이고, 인증 단계도 준비할 예정이다. 현재 파트너사인 로아 컨설팅, 벤처스퀘어와 회계/특허/법무법인/세무법인 등을 담당하는 법조계 조문 DNL컴퍼니도 합류했다. 종합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할 예정이다.
IT동아: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품질 콘텐츠'여야 하지 않을까.
황 교수: 맞는 말이다. 모든 기본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할 것이다. 이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방에 있는 대학생이나 예비 창업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공부하길 원한다. 결국 모든 것은 우리나라 스타트업 산업의 생태계 발전으로 이러지지 않을까. 작은 바람이다(웃음). 사실, 투자다. 온라인을 통한 무료 콘텐츠 강의를 통해 공부하고, 결국 오프라인 워크샵이나 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을 찾고 싶다.
앞서 언급했지만, 지금의 창업 교육은 3시간 정도의 이벤트성 진행 이후 그대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다 장기적으로, 보다 전문적으로, 함께할 인재를 찾고 싶다. 물론, 모든 예비 창업자에게 이같은 교육 과정을 강요할 생각도 없다. 상위 1%는 교육을 받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는 인재들이다. 이 1%를 제외한, 99%의 예비 창업자와 함께할 것이다. 개인적인 욕심이다(웃음).
이제는 창업에도 준비가 필요한 시대
황 교수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끝났다. 인터뷰를 끝낸 뒤 "최근 창업했다가 실패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실패자라고 낙인 찍힌 그들을 볼 때면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막힌 듯 답답하다"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아카데미X를 준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실패를 막을 수는 없다.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미리 준비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좋은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에 맞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다. 창업을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투자를 받는, 현실적인 문제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기본적인 창업 교육을 효율적으로, 그리고 맞춤형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
황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디어 1개로 창업하는 시대는 끝났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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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