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독특한 외형에는 이유가 있다, 닥터마우스 아리엘

이상우 lswoo@itdonga.com

컴퓨터를 사용할 때 키보드와 마우스는 우리의 손발과 같은 존재다. 우리는 이를 이용해 화면에서 무엇인가를 선택하거나 옮길 수 있으며, 디지털 세상(예를 들면 인터넷) 이곳저곳을 넘나들 수 있다.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런데 이들이 가져온 질병이 있다. 수근관증후군, 일명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수근관(손목터널)이란 뼈와 인대로 이뤄진 작은 통로를 말하는데, 이 통로에 여러 개의 힘줄과 신경이 있다. 손목을 장시간 반복적으로 압박하거나 무리하게 사용하면 이 통로가 좁아지면서 신경이 눌리게 된다. 피아노 연주자나 이발사 등의 직업에서 생길 가능성이 높으며, 키보드와 마우스를 장시간 사용하는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손목의 구조
손목의 구조

<손목의 구조, 출처: 신동아>

그래서인지 최근 PC 주변기기 중에는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기구들이 많이 등장했다. 손목 패드가 대표적이다. 손목 패드는 스펀지나 젤 등 부드러운 소재로 만든 손목 받침대다. 이를 마우스나 키보드를 사용하는 손 아래 받치면(혹은 일체형 마우스 패드도 있다) 손목에 가해지는 압박이 줄어 손목터널증후군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손목 패드
손목 패드

지난해 초에는 공중부양 콘셉트의 마우스가 소개되기도 했다. 이름처럼 공중에 떠 있는 마우스로, 손목터널증후군 예방이 목적이다. 제법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지만,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것을 보면 생각보다 이를 구현하는 것이 어려운 듯하다.

조금 더 현실적인 아이디어 제품도 있다. 일명 '버티컬 마우스'라 불리는 제품이다. 일반 마우스와 달리 수직으로 세워 사용하는 마우스다. 일반 마우스 사용 시 팔의 뼈와 관절이 뒤틀린다는 점에 착안해, 팔을 뒤틀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버티컬 마우스 제품인 '닥터마우스 아리엘'이다.

닥터마우스 아리엘
닥터마우스 아리엘

우선 외형을 살펴보면 일반 마우스를 75도 정도 기울인 모양이다. 마우스 버튼과 스크롤 휠은 오른쪽(사용자 기준) 옆면에, 앞으로/뒤로 가기 버튼은 왼쪽 옆면에 있다. 전체적인 크기는 일반 마우스보다 조금 크지만, 마우스 위에 손을 올려놓는 구조라 손에 꼭 잡힌다(일반 마우스는 손으로 마우스를 감싸는 구조).

닥터마우스 아리엘
닥터마우스 아리엘

이 형태 덕분에 손목이 바닥과 떨어진다. 마우스를 장시간 사용해도 손목이 저리지 않으며 팔과 어깨에 무리가 적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이다. 약 2주 정도 사용해보니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듯하다. 손목의 뻐근함이 줄어든 느낌이다.

닥터마우스 아리엘
닥터마우스 아리엘

처음 사용 시에는 잡는 방법이나 움직임이 어색하다.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이동이다. 마우스 커서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기 어려웠다. 손목 방향을 일반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과 같이하고 마우스를 좌우로 움직였더니 커서가 대각선으로 움직인다(팔과 엄지손가락이 같은 방향). 마우스 커서를 제대로 움직이려면 일반 마우스를 잡는 것보다 조금 더 왼쪽으로 기울여야 한다(엄지 손가락이 조금 더 몸으로 향하도록). 사실 이 자세가 손을 편안하게 놓았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자세이리라.

닥터마우스 아리엘
닥터마우스 아리엘

제품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움직임이 편해졌다. 일반 마우스는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 그리고 손바닥으로 마우스를 고정한 뒤 움직이지만, 아리엘 마우스는 손을 올려놓은 그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특히 장시간 사용해도 손바닥과 손목이 연결되는 부분의 뻐근함이 줄어들었다. 대신 손목이 바닥에서 떨어져 있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팔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가는 느낌이다.

닥터마우스 아리엘
닥터마우스 아리엘

일반 사무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만 FPS게임과 포토샵 등 전문 작업에 사용하기에는 애매하다. 우선 FPS게임 빠른 마우스 이동과 함께 정확한 위치에서 마우스를 멈출 수 있는 정교한 조작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빠른 이동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지만, 정교한 조작에서는 약간 모자라다. 사실 일반 마우스는 손목을 바닥에 대고 고정하기 때문에 미세하고 정교한 조작도 가능하지만, 아리엘의 경우 손목이 바닥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것이 비교적 어렵다. 포토샵 등의 그래픽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우스 버튼을 연속으로 클릭할 때도 불리하다. 일반 마우스는 클릭할 때 힘을 바닥 방향으로 주지만, 아리엘은 엄지손가락 방향으로 힘을 준다. 이 때문에 클릭을 하려면 오른손 엄지손가락에도 함께 힘이 들어간다.

슈팅 게임
슈팅 게임

<정확한 조준이 필요한 FPS 게임에서는 불리하다, 사진은 월드 오브 탱크>

반면 MMORPG 게임에서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FPS처럼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이 거의 필요 없으며, 장시간 진행하는 게임의 특성상 손목이 편한 쪽이 낫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리엘의 독특한 외형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마우스로서 기능/성능적인 부분은 어떤지 살펴보자. 아리엘은 6개의 버튼을 갖췄다(스크롤 휠 포함). 좌우 클릭버튼 외에도 앞/뒤 버튼이 있어 웹 서핑 시 편리하다. 가운데에는 DPI 변경 버튼도 있다. DPI는 마우스 감도를 의미하는데, 이 수치가 높으면 마우스를 조금만 움직여도 마우스 커서가 더 많이 움직인다. DPI는 800/1,200/1,600/2,400 등 4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현재 DPI 수준은 왼쪽 옆면에 있는 LED 표시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표시등의 개수로 나타내지만, 이 제품은 표시등이 깜빡이는 속도로 나타낸다.

닥터마우스 아리엘
닥터마우스 아리엘

제품 하단은 테프론 테이프로 처리했다. 게이밍 마우스와 비교하면 조금 거친 느낌이다. 하지만 일반 사무용으로 사용할 작정이라면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정도다.

건전지(AAA 2개)와 수신기를 포함한 무선마우스의 무게는 약 110g이다. 제품 무게는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빠르고 경쾌한 움직임을 원하는 사용자는 가벼운 것을, 무직하고 정확한 움직임을 원하는 사용자는 무거운 것을 좋아한다. 이 제품은 사실 필자에게는 너무 가볍다. 건전지를 포함한 무게가 110g이니 유선 아리엘 마우스는 더 가벼우리라 생각한다.

닥터마우스 아리엘
닥터마우스 아리엘

제품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하다. 2014년 10월 중순 기준으로 유선 모델은 1만 9,900원, 무선 모델은 2만 9,900원이다. 일반적인 보급형 마우스와 비슷한 수준. 2주간 제품을 사용해보니 확실히 팔이나 손목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편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사용자가 편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닥터마우스 아리엘
닥터마우스 아리엘

글/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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