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HD를 둘러싼 '말말말'

김영우 pengo@itdonga.com

최근 SSHD 관련 기사가 나간 이후 이에 관한 문의를 많이 받았습니다. SSHD가 아직 대중화된 저장 매체가 아니고, HDD와 SSD의 특성을 동시에 갖추다 보니 그만큼 궁금하신 점도 많은 것 같네요. 그리고 그 문의 중엔 몇 가지 오해도 있는 것 같아서 이에 대해서 따로 말씀드릴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 이에 관한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1. SSHD는 씨게이트가 처음 만들었나요? 다른 데선 안 나오나요?

우선 SSHD(Solid State Hybrid Drives)라는 용어는 씨게이트가 처음 사용한 게 맞습니다. 다만, 이렇게 HDD의 플래터와 SSD의 플래시메모리가 결합된 저장 매체가 처음 등장한 것이 2007년인데, 첫 제품은 씨게이트보다 삼성전자에서 좀 더 빨리 나왔죠. 그 당시엔 HHD(Hybrid Hard Disk)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SSHD
SSHD

다만 당시의 1세대 제품은 성능이나 호환성이 다소 좋지 않아서 그다지 팔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삼성에선 개발을 중단했습니다만, 씨게이트는 계속 개량을 거쳐서 최근에야 쓸만한 물건을 내놓게 된 것이죠. WD(웨스턴디지털)에서 듀얼드라이브라는 또 다른 형식의 혼합형 매체를 팔고 있습니다만, 이는 SSHD와는 원리가 전혀 다릅니다. 현재 시점에서 SSHD는 씨게이트에서만 팔고 있다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네요.

2. SSHD가 기존 HDD보다 속도가 빠른 이유는 뭐죠? SSD와 비교하면요?

SSHD는 SSD와 HDD의 특성을 혼합한 것으로, 내부적으로 SSD와 HDD 부분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데이터는 속도가 느린 대신 용량이 큰 HDD 부분에 저장하지요. 하지만 자주 쓰는 데이터는 용량은 적지만 속도가 빠른 SSD 부분에 따로 저장, 해당 작업을 다시 하면 HDD가 아닌 SSD에서 읽어 들여 속도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처음으로 운영체제 부팅을 시도하거나, 이전에 쓴 적이 없는 파일이나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는 사실 HDD와 크게 다름 없는 속도를 냅니다. 하지만 사용 횟수가 거듭되면 SSD를 능가할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근접하는 속도를 내기도 하는 건 장점이라 할 수 있죠. 이런 지식 없이 무작정 SSD 만큼 빠를 것이라 기대하고 SSHD를 산다면 의외로 느리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

3. SSHD를 쓰려면 특별한 설정이나 소프트웨어 설치가 필요한가요?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2007년 즈음에 나온 1세대 SSHD는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등, 사용법이나 호환성 면에서 다소 난해한 점이 있었고 그에 비해 성능도 제대로 안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SSHD는 모든 작업을 내장된 펌웨어에서 알아서 하기 때문에 사용법이나 설치법, 시스템 호환성 등은 일반 HDD나 SSD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4. SSHD 보다는 차라리 SSD와 HDD를 따로 다는 게 더 낫지 않나요?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용량과 속도를 모두 추구한다면 SSD+HDD를 별도로 다는 것이 좋긴 합니다. 다만 이 경우, 이를테면 120GB SSD(10만원)와 1TB HDD(6만원)를 따로 사서 함께 단다면 16만원 정도가 듭니다. 반면, 1TB 용량의 SSHD는 10만원 정도 가격에 팔리죠. 노트북처럼 2개의 저장장치를 동시에 달기 어려운 환경, 혹은 금전적 여유가 없는 상태라면 SSHD도 괜찮은 선택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장착 공간이 충분하고 지갑 사정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 오로지 성능만 추구하는 사용자라면 500GB 이상의 고용량 SSD를 달거나 SSD+SSHD 구성을 하는 것이 가장 나을 수도 있지만요.

SSHD
SSHD

참고로 WD 듀얼드라이브가 별도의 SSD와 HDD를 하나의 드라이브로 만든 저장장치인데, 이건 SSD와 HDD를 따로 사는 것보다 가격이 한층 비싸서(HDD 1TB + SSD 120GB 구성 제품이 29만원) 그다지 많이 팔리고 있진 않습니다.

5. SSHD에 내장된 SSD의 용량은 너무 적은 거 아닌가요?

앞서 소개한 것처럼 SSHD에 달린 SSD 부분은 자주 쓰는 데이터만 저장하는 보조저장공간의 역할을 합니다. 주 저장공간이 아니라는 의미죠. 때문에 용량이 적습니다. 사실, 초기 SSHD에는 불과 128~256MB의 SSD가 달려있었는데, 이에 비하면 최근 SSHD에는 40배 이상 커진 SSD가 달려있으니 많이 발전한 것입니다. 향후 좀 더 커진 SSD를 탑재해 성능을 더 업그레이드시킨 SSHD 제품이 등장할거라 기대합니다.

6. 일반 HDD 달린 PC에서도 USB메모리만 꽂으면 SSHD와 비슷한 기능이 가능하다는 데요?

실제로 윈도 비스타나 윈도7 이상의 운영체제에선 PC에 달린 USB 메모리를 캐시 전용으로 활용해 부팅이나 응용 프로그램 실행 속도를 높이는 '레디 부스트(ReadyBoost)'라는 기능을 지원합니다. 원리는 SSHD와 나름 유사합니다. 다만, SSHD와 원리만 비슷할 뿐이지 레디 부스트의 실제 성능 향상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SSHD
SSHD

레디 부스트의 효과가 그다지 좋지 못한 이유는 일단 USB라는 인터페이스의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은 데다 시중에 팔리는 USB 메모리의 성능이 균일하지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USB 메모리가 있다면 PC에 꽂은 후 레디 부스트의 효과를 시험해 보세요. 탐색기나 ‘내 컴퓨터’ 메뉴에서 해당 USB 메모리에 해당하는 드라이브를 오른쪽 클릭해 '속성'에 들어가 보면 레디 부스트를 활성화 할 수 있습니다. SSHD 수준의 성능 향상을 기대하셨다면 많이 실망하실 거에요.

7. SSHD는 SSD가 HDD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잠시 팔리다가 사라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HDD가 SSD에 밀려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은 몇 년 전부터 계속 있어왔습니다만, 현실적으로는 앞으로도 제법 오랬동안 HDD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저장장치에서 속도 만큼이나 중요한 게 용량이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IT 시장이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등장한 것이 SSHD입니다. 사실 이는 SSD 보다는 HDD를 대체하기 위해 나온 제품이라고 생각해야합니다. 앞으로도 한동안 SSD와 HDD는 공존해야 하는 상황인데, 기존 방식으로 HDD의 성능을 더 이상 높일 수 없다면 이를 근본적으로 개량한 제품(SSHD)이 요구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죠. 과도기적인 제품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이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며 내릴 판단입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CD와 OLED의 관계와 좀 유사해 보이기도 하네요. 이론적으론 OLED(SSD)가 LCD(HDD)보다 진보된 방식이지만, 실제로는 IPS 방식의 발전된 LCD(SSHD)가 OLED보다 화질이 더 좋아보여서 더 선호한다는 소비자도 제법 많거든요.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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