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맥 사용자들은 좋겠네, OS X 한컴 한글 2014
한글과컴퓨터(한컴)의 문서작성 애플리케이션(앱) '한글 2014'가 윈도에 이어 OS X용으로도 출시됐다. 지난 2005년 OS X용 한글 2006을 출시한 후 8년 가까이 잊고 지냈으니, 국내 OS X 사용자들이 깜짝 놀랄 만도 하다.
"어라, OS X용으로 한글이 있었어요?"라고 반문할 사용자도 많을 거다. 있기는 있었다. 단지 실행할 수 없을 뿐이지. 2005년 맥이 IBM 파워PC를 버리고 인텔 코어2듀오 프로세서를 채택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들 알 터. 이때 소프트웨어 호환성도 끊겼다. OS X용 한글 2006은 IBM 파워PC용으로 설계된 앱이라 인텔 프로세서를 내장한 맥에서 그냥 실행할 수 없었다. 애플이 제공하는 전용 에뮬레이션 앱 '로제타'를 활용해야만 사용 가능했다.
그마저도 OS X 10.7 라이언에서 로제타가 삭제 당함에 따라 사용할 길이 영영 막혔다. 있으나 마나 한 앱이 된 셈. 국내 사용자들이 OS X용 한글이 없다고 인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때문에 한글문서(HWP)는 액티브X와 함께 국내에서 맥 사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꼽혔다. 관공서나 공기업과 거래하려면 한글문서를 읽고 편집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맥에 윈도를 설치하기 전까진 방법이 없었다. 좋든 싫든 국내 맥 사용자는 OS X과 윈도를 함께 사용해야 했다.
늦게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두 가지 걸림돌 중 하나가 오늘 사라졌다. 한글 2014가 19일 출시됨에 따라 맥 사용자도 이제 관공서, 공기업에서 제공하는 문서를 자유롭게 읽고 편집할 수 있게 됐다. 단지 읽고 편집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중, 고등, 대학교, 군대 시절을 거치며 손에 익숙해진 한글을 OS X에서도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다. (윈도용보다 기능이 좀 떨어지지만) MS오피스, 오픈오피스, 아이워크 등에 이어 한글까지 OS X용으로 등장했으니 이제 문서 작성 면에서 OS X이 윈도보다 뒤떨어질 게 없게 됐다는 뜻이다.
OS X용 한글 2014는 어때요?
솔직히 말하겠다. OS X용 한글 2014는 이름엔 '2014'를 달고 있지만, 사실 윈도용 한글 2010에 더 가깝다. 윈도용 한글 2014의 주요 기능인 문서 SNS 공유, 문서 내에 동영상 삽입,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변환 기능 등이 모두 생략돼 있다.
뭐 앞에서 설명한 3가지 기능은 문서를 작성할 때 자주 사용하지 않으니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검토하기'가 없는 것은 치명적이다. 검토하기는 문서가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이다. 기업 뿐만 아니라 언론사, 출판사 등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비슷한 가격을 내고 구매했는데, 한쪽은 검토하기를 쓸 수 있고 다른 쪽은 쓸 없다면, 쓸 수 없는 쪽에서 어떤 불평 불만이 터져 나올까. 한컴이 하루 속히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해야 할 부분이다.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OS X용 한글 2014가 나쁜 앱이란 것은 아니다. 오히려 OS X용 문서작성 앱 가운데 가장 뛰어난 앱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메뉴가 영어로 되어 있어 시작부터 애로사항이 가득한 OS X용 'MS 오피스 2011', 묘하게 기능이 부실한 OS X용 '오픈오피스(업데이트를 하도 안해서 아직도 아파치재단 대신 오라클 로고가 붙어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폰트만 추가하면 서식이 무참하게 깨지는 '페이지즈' 등 사실 경쟁자가 함량미달이라 독보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한글 2014는 다양한 서식, 손쉬운 표 그리기 기능 등 문서작성에 도움 되는 다양한 기능을 품고 있다. 맞춤법 검사 기능도 건재하다. 또, 윈도용 한글에서 제작한 문서도 정상적으로 읽을 수 있다. 일단 윈도용 한글 2010, 2014와 제대로 호환된다. 글씨 크기, 색깔, 이미지 위치 등 모든 문서 서식이 정상적으로 나타난다. 한글 2007에서 제작한 문서도 대부분 정상적으로 표현한다. 단지 차트가 조금 어긋날 뿐이다. 크게 어긋나지 않으니 직접 교정해주면 된다.
당연히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정상 지원한다. 글씨, 차트, 표가 한층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조금 뜬금없는 기능이지만 CC 라이선스도 문서에 표시할 수 있다. 작성한 문서는 HWP, DOCX, PDF 등으로 저장할 수 있다.
향후 한컴의 전략은?
OS X용 한컴 2014를 출시함에 따라 한컴은 윈도, 리눅스, OS X, iOS, 안드로이드 등 대부분의 운영체제에 한글을 보급하게 됐다. 이제 남은 영역은 클라우드다. 얼마 전 한컴은 '싱크프리 원드라이브'라는 개인용 데이터 저장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러한 저장공간을 기반으로 한글을 클라우드에 올려 웹앱 형태(SaaS)로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웹페이지에서 바로 한글문서(HWP)를 읽거나, 제작하거나, 편집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준비가 완료되면 MS 오피스가 '오피스365'로 태어난 것처럼, 한글도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로 전환을 꾀할 전망이다. 패키지 판매에서 벗어나 월정액 형태로 SW를 제공하는 대신, 윈도, 리눅스, OS X, iOS, 안드로이드 등 특정 운영체제용 한글과 웹 브라우저용 한글까지 함께 제공받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지난 9월 SK텔레콤과 체결한 클라우드 사업 공동개발 MOU는 이러한 행보를 위한 초석이다. 국내시장과 세계시장에서 한컴이 MS 오피스365, 애플 '아이워크 포 아이클라우드(iWork for iCloud)'와 겨뤄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