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상징? 이제 코카콜라 대신 애플과 구글
자본주의의 상징(capitalism icons)? 누가 뭐라 해도 코카콜라와 맥도날드를 들 수 있겠다. 이 두 브랜드가 러시아와 중국에 진출한 것은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무너뜨렸음을 알린 상징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그들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찾아온 도전자에게 자리를 내줄 수 밖에 없게 됐다.
21세기에 불어 닥친 스마트 열풍은 자본주의의 상징마저 애플과 구글로 바꿔버렸다. 글로벌 브랜드 평가기관 인터브랜드가 30일 발표한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2013(Best Global Brands 2013)'의 내용은 이처럼 충격적이다.
코카콜라의 신화가 무너지다
여러 글로벌 마케팅 연구소가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지만, 인터브랜드(www.interbrand.com)만큼 관계자와 소비자에게 그 공신력을 인정받는 곳은 드물다. 코카콜라가 우리 기억 속에 부동의 브랜드 가치 1위로 남아있는 이유도 바로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가치 평가 때문이다. 인터브랜드는 지난 13년 동안 코카콜라가 세계 제일의 브랜드라고 평가해왔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코카콜라는 세계 제일의 브랜드라고 할 수 없다. 인터브랜드는 2013년 평가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로 983억 1,600만 달러를 기록한 애플을 꼽았다. 구글은 932억 9,100만 달러를 기록해, 근소한 차로 2위를 차지했다. 작년과 비교해 브랜드 가치가 각각 28%, 34% 증가한 것.
인터브랜드는 애플의 제품과 철학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며, 아이폰5S와 아이폰5C의 놀라운 판매 기록(발매 3일만에 900만 대 판매)을 주목해야 한다고 1위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스타트렉(미국의 인기 SF 드라마/영화)에서 등장할 법한 구글글래스, 안드로이드와 지메일, 놀라운 광고 매출 등을 감안하면 구글이 기술 시대의 진정한 선도자(Leader)라고 2위 선정 이유를 전했다.
다른 IT 브랜드의 약진도 눈에 띈다. 기업 IT 업계의 선도자 IBM이 브랜드 가치 788억 800만 달러를 기록해 4위를 차지했고, PC시장의 지배자 마이크로소프트도 595억 4,600만 달러를 기록해 5위를 차지했다.
한국 기업도 당당히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삼성전자가 그 주역이다. 삼성전자는 396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세계 브랜드 순위 8위를 차지했다. 작년보다 한 단계 올라섰다. 인터브랜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분야의 선도자이며,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2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8위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인텔은 372억 5,700만 달러를 기록해 9위를 기록했다. 작년과 비교해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브랜드 가치가 하락했다. 인터브랜드는 PC 시장에서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인텔의 프로세서 슬로건)는 절대적이지만,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통할지는 미지수라고 9위 선정 이유를 전했다.
상위 10위권 브랜드 가운데 6개가 IT 기업이다. 21세기를 어떤 분야의 기업이 선도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통의 강호 코카콜라는 792억 1,300만 달러를 기록해 3위로 내려앉았고, 맥도날드는 419억 9,200만 달러를 기록해 7위에 그쳤다. 6위는 469억 4,700만 달러를 기록한 GE(제너럴 일렉트로닉스)가, 10위는 353억 4,600만 달러를 기록한 도요타가 차지했다.
인터브랜드는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한 기업으로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프라다를 꼽았으며, 이 가운데 가장 상승 폭이 큰 브랜드로 페이스북을 지목했다. 페이스북은 77억 3,200만 달러를 기록해 작년보다 브랜드 가치가 43% 상승했다. 상위 100위권 브랜드 가운데 IT 기업 또는 IT와 관련 있는 기업은 22개였다.
이번 조사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뭘까. 상징의 세대교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콜라와 빅맥이라는 유형의 상품이 애플과 구글의 각종 유무형 상품/서비스로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코카콜라를 마시는 모습이 자본주의를 대표했고, 빅맥지수로 나라별 물가를 평가했다. 하지만 이제 구글 검색과 지메일을 사용하는 모습이 정보화 사회를 대표하고, 아이폰의 가격으로 나라별 물가를 평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