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볼드 9700, 한국 스마트폰 시장 ‘노크’

김영우 pengo@itdonga.com

‘오바마폰’의 최신 버전이 한국에 상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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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휴대폰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그는 캐나다 RIM(Research In Motion) 사의 스마트폰인 블랙베리(BlackBerry)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시장에 블랙베리 외에도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옴니아 등의 다양한 스마트폰이 나와있지만, 각 폰 들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아이폰은 방대한 엔터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이 강점이고 안드로이드폰은 개방형 플랫폼의 특성을 살린 다양성, 옴니아는 우수한 하드웨어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블랙베리는 업무용에 최적화된 비즈니스맨들의 스마트폰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일 오바마 대통령이 블랙베리를 애용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이런 블랙베리의 최신 모델이 국내에 발표되었다. 2010년 4월 21일, RIM사와 SK텔레콤은 블랙베리 볼드(BlackBerry Bold) 9700 스마트폰 및 블랙베리 전용 애플리케이션 제공 사이트인 블랙베리 앱 월드(BlackBerry App world)의 국내 런칭을 발표하는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는 현재 시점에서 발표된 이 신제품은 과연 어느 정도의 상품성을 갖추고 있을까?

변함 없는 블랙베리의 핵심, 슬림한 바디와 쿼티 키보드

이번에 소개된 블랙베리 볼드 9700을 비롯한 블랙베리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1.4cm 남짓의 슬림한 몸체에 쿼티(Qwerty) 키보드를 갖췄다는 점이다. 덕분에 휴대성과 타이핑의 용이성을 중시하는 비즈니스맨이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회면은 2.44인치로 작은 편이지만 해상도는 480x360으로 상대적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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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블랙베리 9700은 여타의 스마트폰들과 달리 터치 스크린은 갖추고 있지 않다. 대신 각종 선택창과 커서를 광센서 방식의 옵티컬 트랙패드로 조작하기 때문에(기존의 블랙베리 9000은 트랙볼 방식) 타이핑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작업을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앱 월드 본격가동, 한국 시장 위한 콘텐츠도 보강해

통신망은 3G 및 Wi-Fi망을 지원하며, GPS 및 블루투스도 내장했다. 웹 서핑이나 이메일 등의 기본적인 작업 외에 트위터,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 비고(Viigo), 페이스북, 구글 맵 등의 이용이 가능하며, 한국 사용자들을 위한 연합뉴스, 지하철 노선도, 영한사전, SK텔레콤 T메뉴 등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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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애플리케이션들은 블랙베리 전용의 애플리케이션 제공 사이트인 블랙베리 앱 월드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다만, 현재 수백 개 정도의 애플리케이션만 준비되어 있고, 그 중 일부만 한글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수만 개를 넘는 애플리케이션을 자랑하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 비하면 양적으로 다소 부족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블랙베리 볼드 9700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기업 업무를 위한 연동기능을 지원하는 ‘블랙베리 엔터프라이즈 서버 익스프레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를 이용하면 블랙베리를 사용하는 사원들끼리 이메일, 달력, 주소록, 각종 파일 등을 동기화해 공유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블랙베리 볼드 9700은 블랙베리 OS 5.0을 운영체제로 사용한다. 그 외에 300만 화소 카메라, 3.5mm 표준 헤드셋 포트 및 256MB의 내장 메모리를 갖췄고, 최대 32GB의 외장 메모리(마이크로 SD카드)를 꽂을 수 있다. 배터리는 1500mAh 용량이며, 탈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완전히 충전하면 연속 통화 시 최대 6시간, 대기 시 최대 21일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고 제조사 측은 밝혔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 블랙베리 볼드 9700을 실제로 만져보니
행사장 한쪽에서는 이날 발표된 블랙베리 볼드 9700의 샘플 제품이 전시되어 시연이 가능했다. 실제로 10여 분 정도 제품을 체험해 봤는데, 화면이 다소 작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해상도가 높은 편이라 문자나 이미지 표시를 인식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옵티컬 방식의 트랙 포인트는 감도가 우수한 편이라 조작이 편했고, 한 손으로도 타이핑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작업을 하는데 무리가 없어서 터치 스크린의 부재를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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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쿼티 키보드의 타이핑 감각이다. 작은 크기에 비해 우수한 키 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타사의 스마트폰들에 비해 확실히 우세한 점이다. 이메일이나 문서를 작성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할 스마트폰을 원한다면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제품의 전반적인 컨셉이 기업용 쪽으로 강조되다 보니 개인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다소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날 발표에서 개인 사용자들에게 유용한 기능이라고 소개된 것은 사진 공유나 파일 공유 등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제품의 사양표를 살펴봐도 MP3나 동영상 구동, 그리고 카메라 등과 같이 타사 제품에도 이미 구현되고 있는 부분 외엔 그다지 눈에 띄는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없다는 점도 다소 아쉽다.

또한,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도 약점이다. 블랙베리는 미국에서만 가입자가 4천만 명이 넘을 정도로 해외에선 성공한 스마트폰이지만, 국내에선 작년에 블랙베리 볼드 9000을 발매한 이래 현재까지 불과 3만 명 정도의 가입자를 확보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RIM과 SK텔레콤은 이번에 발표한 블랙베리 볼드 9700에 대한 기대가 큰 듯했다. 일단 제품 자체의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인데다가 최근 스마트폰 시장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일 듯하다. 이날 발표에서 RIM이 현재 한국 지사의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SK텔레콤 측에서 차후 개인 사용자들을 위한 블랙베리의 발매도 준비 중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기대에 대한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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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4월 21일부터 블랙베리 볼드 9700의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하며, 5월부터 공식 개통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차츰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블랙베리 볼드 9700이 얼마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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