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PC, 그리고 다시 노트북
스마트 혁명.
와이파이, LTE 등과 같은 무선통신의 발달, 스마트 기기(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보급, 대용량 데이터를 기기에 저장하지 않아도 되는 클라우드 시스템 등이 가져온 변화를 일컫는다. 어떤 점이 변화했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하나씩 꼬집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은 스마트 혁명에 대해서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는 시기는 지났다. 이미 이 변화의 물결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실생활 속에 녹아 들었다.
스마트 혁명을 이룬 요소 중 스마트 기기는 사용자가 직접 손에 들고 눈으로 보는 즉, 실제 사용하기에 전세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제품이다. 2013년 5월 기준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약 5,300만 명. 이 중 스마트폰 가입자는 3,500만 명이다. 스마트폰을 국내에 선보인 지 3년 만에 약 65%의 사용자 사용 중이다.
스마트 기기와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실과 바늘처럼 함께 항상 따라오는 것이 있다. 데스크탑, 노트북 등 PC 시장에 대한 전망이다. 일단, 가장 최근 자료를 살펴보자. 지난 7월 11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분기 전세계 PC 출하량은 전년동기 대비 10.9% 줄어든 7,600만 대다(2012년 2분기 8,532만 대). 이는 지난해 1분기 1.9% 성장한 것을 마지막으로 5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 IDC도 비슷한 자료를 내놨다. 지난 2013년 4월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PC 출하량은 전년동기 대비 14% 줄어든 7,630만 대다.
실제 PC 시장은 감소하고 있다. 내년에는 태블릿PC 출하량이 노트북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나친 확대 해석은 금물이다. 스마트 기기가 많아진다고,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은 사라질 제품일까? 스마트 기기가 기존 PC의 자리를 그대로 차지할까? 글쎄다. 노트북은 노트북 그 나름의 영역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노트북과 태블릿PC, 같은 제품?
기자는 노트북(맥북에어, 레노버 씽크패드)과 태블릿PC(아이패드, 아이패드미니)를 사용한다. 간혹 이런 질문을 받는다. 왜 두 제품을 다 사용하느냐는 것. 이유? 간단하다. 용도에 따라 각각 사용하기 편리한 점과 불편한 점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노트북은 노트북이 필요할 때 사용하고, 태블릿PC는 태블릿PC가 필요할 때 사용한다. 두 제품 중 한가지만 선택하라니.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인가. 두 제품은 엄연히 다른 제품이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명백히 다르지 않은가. 태블릿PC 나름의 장점이 있듯, 노트북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두 제품은 무게와 크기 등 외형 디자인부터 다르다.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답게 태블릿PC가 노트북보다 작고 가볍다. 무슨 당연한 소리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 크기가 큰 차이점을 만들어낸다. 이른바 (스마트폰에서 유독 강조하는) 사용자경험이 달라진다.
노트북은 입력도구로 키보드와 터치패드를 사용한다. 경우에 따라 마우스를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태블릿PC는 터치다. 키보드가 있긴 하지만 화면을 두드리는 가상 키패드다. '타이핑'은 물리적인 키보드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애국가를 노트북과 태블릿PC으로 입력해보자. 누가 빠르겠는가. 이는 곧 문서 작성의 효율과 연결된다. 대학생이 과제를 하거나 직장인이 업무 보고서를 작성할 때 여전히 노트북은 필요하다.
물론, 태블릿PC도 블루투스, USB 등으로 키보드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전용 도킹 스테이션에 키보드가 달려있는 경우도 있다. 다만, 크기가 작다.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또한, 태블릿PC용 문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노트북용 문서 프로그램과 비교해 작업 효율성이나 기능 등이 빈약하다. 별도로 키보드를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사용 용도도 다르다. 노트북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생산하는 도구다. 문서나 이미지, 동영상, 음악 등의 콘텐츠를 만들고 작업한다. 반대로 태블릿PC는 아직까지 생산보다 소비하는 도구에 가깝다. 전자책이나 사진, 동영상, 음악 등을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기기에 가깝다. 그리고 이러한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측면은 노트북으로도 즐길 수 있다.
익숙함과 범용성, 확장성도 생각해야 한다. PC의 사용자경험을 그대로 가져온 노트북은 별도로 사용방법을 숙지할 필요가 없다. 익숙하다. 그 느낌 누구나 안다. USB 포트, D-SUB, HDMI, 유선랜(RJ-45), 메모리카드 슬롯 등을 이용해 주변기기 연결도 자유롭다.
화면 크기도 무시 못한다. 과장된 비유지만, 영화관을 가는 이유가 무언가. 영화관이 선사하는 큰 화면, 웅장한 사운드 등의 경험은 TV에 비할 것이 아니다. 20인치 TV와 40인치 TV의 차이도 명확하다. 노트북과 태블릿PC도 마찬가지. 화면이 클수록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이 많아지고, 그 정보량을 바탕으로 사용자경험이 달라진다. 같은 프로그램, 앱이라도 사용하는 방법이나 기능은 다른 이유다.
모바일 시대, 변화하는 노트북
모바일 시대를 맞이해 노트북도 변화하고 있다. 두께는 얇아지고, 무게는 가벼워졌다. 이는 내부 프로세서의 소비전력을 줄였기 때문이다. 소비전력 절감은 외부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용시간도 늘어났다. 과거 2~3시간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했던 노트북은 어느새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을 정도.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비중을 늘린 울트라북이 좋은 예다. 애플은 신형 맥북에어를 선보이며 '태양보다 먼저 지지 않는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했다.
지난 2013년 4분기 마이크로소프트가 터치 방식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강화한 윈도8을 출시한 뒤로 터치 노트북도 속속 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2013년 1분기 터치 노트북의 전세계 출하량은 457만 대로 2012년 4분기 301만 대에 비해 51.8% 성장했다. 올해 레노버, 에이서, 에이수스 등은 터치 노트북 출하 비중을 2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노트북 형태에 터치 방식만 도입했던 디자인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화면을 키보드에서 떼거나 360도 회전해 태블릿PC처럼 사용하는 2-in-1 제품군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 LG전자는 키보드가 화면 아래 숨어 있다가 버튼을 누르면 나타나는 LG 탭북을 선보이며 “탭했다, 북했다”라는 유행어도 만들었다.
그리고 최근 인텔은 이전보다 소비전력을 더욱 절감한 4세대 코어 프로세서(하스웰)를 선보였으며, 국내도 이를 탑재한 노트북 및 울트라북, 2-in-1 등이 본격적으로 출시했다. 삼성전자 아티브북9 플러스, 소니의 바이오 프로/듀오 시리즈, 기가바이트 에어포스 U24T, LG전자 엑스노트 Z930, HP 엔비14, 레노버 씽크패드 X240S 등이다.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얼마 전, 아직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후배가 주변에서 다들 구매했다는 이유로 태블릿PC를 구매했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선물해주려고 만났더니 이제 필요 없단다. 취업 준비하는데 도움 될까 싶어 태블릿PC를 구매했는데, 언젠가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이나 웹툰 보는 용도로 허비하게 되더라는 것. 학교 강의에 들어가 필기 용도로도 사용해봤지만, 노트북으로 타이핑하는게 더 빨랐단다.
포토샵으로 이미지를, 프리미어로 동영상을 작업하려고 하는데 태블릿PC를 구매했다? 만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대로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저장한 동영상을 보거나, 전자책을 읽을 용도로 노트북을 구매했다면. 이 역시 마찬가지다. 사용자가 어떤 용도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노트북은 태블릿PC를, 태블릿PC는 노트북을 대체할 수 없다. 두 제품은 엄연히 ' 다른 제품 '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