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이면 사라지는 '반짝' 요금제... 통신사는 생색, 소비자는 혼란
이동통신 3사가 종종 출시하는 프로모션 요금제 및 서비스.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새롭게 제공하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인 혜택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짧은 기간 동안 서비스를 자주 출시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기변 할인 혜택',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2배가 돼! 페스티벌' 등이 그 예다.
지난 1분기 이동통신 3사 영업정지 때를 떠올려보자. SK텔레콤은 영업정지 기간인 1월 31일부터 단말기 사용 기간이 18개월 이상인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조금 27만 원을 지원하는 '착한 기변' 제도를 운영했다. KT는 영업정지 기간인 2월 22일부터 3월 31일까지 '통큰 기변'을 선보였다. 물론 기존과는 달리 장기 가입자를 위한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KT는 영업정지 기간이 끝나자 통큰 기변 혜택을 중단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영업정지 때만 위기를 모면하고자 서비스를 내놓았던 것이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착한 기변을 1회성 프로모션이 아닌 지속적인 혜택으로 정착시켰지만, 실제로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기 고객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SK텔레콤은 2년 이상 장기 고객들을 대상으로 기본 제공 데이터양 100%(또는 음성 20%) 무료 리필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2G 고객들은 피처폰(일반 휴대폰)을 이용하기 때문에 데이터 리필 서비스가 무용지물이다. 3G 고객 상당수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인 '올인원 54 요금제' 이상을 사용하고 있어 데이터 리필이 필요 없다. 한편 LTE 서비스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아직까지는 2년 이상 장기 고객이 매우 적다. 따라서 1,200만 장기 고객 중 데이터 리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는 셈이다.
LG유플러스는 영업정지 기간 동안 빼앗긴 가입자를 되찾기 위해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1월 말 출시했다. 이는 말 그대로 LTE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로, 3개월 간 한시적으로 가입 가능한 서비스였다. 뒤이어 SK텔레콤과 KT도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으며, SK텔레콤의 경우 5월 31일까지 1개월을 더 연장했다. (관련 기사: 이동통신 3사 'LTE 무제한' 개시, 그 허와 실 http://it.donga.com/12874/)
하지만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가격대가 10만 원 내외에 이르다 보니, 이것이 이동통신 3사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게다가 실제로 이 요금제를 이용할 만한 고객도 드물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2년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 자료에 따르면, 3G의 경우 2012년 4분기 상위 10% 이용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2%로 조사됐다. 상위 1% 소비자 비중은 23.7%에 달해, 소수의 헤비 유저가 데이터 트래픽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업계에 따르면 LTE 가입자의 데이터 평균 사용량은 한 달에 약 2GB 정도로, 'LTE 52' 요금제를 사용하면 충분한 정도다. 즉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가 1~10%에 불과한 만큼, 일반 소비자에게 돌아갈 만한 혜택은 얼마 되지 않는 셈이다.
여름이 오자 'LTE-A' 전쟁이 시작됐고, 상대적으로 LTE-A 상용화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KT는 '2배가 돼! 페스티벌'을 실시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2배가 돼! 페스티벌은 KT가 데이터, 멤버십, 콘텐츠, 미디어, CS 등 전 분야에서 2배 더 큰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음성 무제한 요금제 고객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양을 2배 제공한다. 2년 이상 가입자에게는 올레클럽 등급과 휴대폰 사용 기간에 따라 기존보다 최대 2배(10만 개까지)의 별을 제공한다. 지니팩(음악)과 올레TV나우팩(영상)을 1달 요금으로 2달 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프로모션은 KT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LTE-A 상용화에 맞불을 놓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6월 26일 LTE- A를 상용화한다고 밝혔으며, 같은 날 LG유플러스는 LTE-A를 7월 초 상용화한다고 선언했다. KT는 900MHz 주파수의 전파 간섭 문제로 연말에 LTE-A를 상용화할 수 있다. 이에 KT는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경쟁사의 2배 속도에 2배 용량으로 맞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배가 돼! 페스티벌은 7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만 진행할 예정이다.
돌이켜보면, 약 5개월 동안 '반짝' 요금제가 3건이나 등장한 셈이다. 물론 소비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혜택을 주고자 하는 이동통신 3사의 취지 자체를 매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고객을 유치하고자 일시적인 요금제를 자꾸 출시하다 보면 소비자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요금제는 영업정지나 LTE-A 상용화 지연 등 자사가 곤란할 때 등장하는 것 같다. 속 보인다'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실질적인 혜택이 미미한 경우도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동통신 3사가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생색내기식 단발성 요금제보다는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한다. 게다가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언가의 혜택을 더 얹어주는 것보다는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서비스를 2배 또는 무제한으로 제공한다고 하면 좋은 것 같지만, 어차피 사람마다 기본적인 사용량은 정해져 있다. 한 끼에 1인분만 먹는 사람에게 2인분의 식사 또는 무한 리필 혜택을 주겠다고 하기보다는, 한 끼 식사를 반값으로 할인해주겠다는 제안이 좀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