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 써보세요! HTC 버터플라이
"무슨 스마트폰이 사람을 이렇게 귀찮게하나"
HTC 버터플라이(X920D, 이하 버터플라이)를 사용한 처음 3일간 이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다 보니 사용 전에 해줘야 하는 작업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
하지만 기기가 손에 익으니 좋은 점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이나 제품이나 역시 첫인상으로만 판단하면 안 되는 건가 보다. 풀HD 디스플레이, 비츠 오디오, 훌륭한 기본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등…일주일간 써보니 버터플라이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스마트폰이었다.
이 제품에 붙은 꼬리표는 '세계 최초 풀HD 스마트폰'이다. 그렇다고 화면만 좋다는 것도 아니다. 5인치 풀HD LCD 디스플레이 외에도 쿼드 코어 프로세서 및 메모리(RAM) 2GB를 탑재했다. 전반적으로 수준급의 사양이다. 국내 출시하지 않은 제품임에도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질 만 하다.
국내에서 버터플라이를 사용하려면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에서 구매해 이동통신사에 직접 가입해야 한다(블랙리스트 제도, 참고 기사 http://it.donga.com/8963/). '몇 년 약정으로 가입하면 기기 할부금에서 얼마를 할인받는' 식의 일반적인 휴대폰 개통 방식은 택할 수 없으니 참고할 것. 한 번에 기기 가격을 모두 주고 구매해서 자기가 원하는 이동통신사 요금제에 가입해 사용하면 된다. 필자는 버터플라이를 소위 '실사용'(실제 사용하는 용도)으로 일주일간 매일 들고 다니며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바를 가감 없이 적어 본다.
반질반질한 느낌의 디자인
버터플라이의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매끈하고 반질반질하다. 처음 봤을 때 깨끗한 물속의 반짝거리는 조약돌을 보는 느낌이었다. 제품의 앞뒤가 유광이고 전체적인 디자인이 부드러운 곡선 형태이기 때문이리라. 아무래도 유광이다 보니 지문이 많이 묻었으나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평소 직육면체 반듯한 아이폰을 사용해서 였을까. 5인치의 비교적 큰 크기에도 제품을 한 손에 잡았을 때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립감이 꽤 좋다.
제품의 색상은 설명서에 '화이트'로 표시돼 있는데, 사실 뒷면만 흰색이고 앞면은 검은색이다. 블랙 모델은 앞, 뒷면이 모두 검은색이다. 베젤이 검은색이라 꺼진 화면이 깔끔한 느낌이다. 제품을 뒤집으면 도장처럼 빨갛게 찍힌 '비츠 오디오' 마크가 먼저 눈에 띈다. 비츠 오디오에 대해선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화이트 모델은 맨 위 포인트 메탈 부분이 은색이라는 점이다. 개인적 취향이긴 하지만 블랙 모델처럼 검은색이면 더 세련돼 보이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손이 많이 간다
유심 넣는 곳이 대체 어디야
버터플라이를 개통하기 전 마이크로 유심을 구매하기 위해 KT고객센터에 갔다. 유심을 받아 기기에 꽂으려는데 도통 어디에 꽂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작은 구멍에 핀을 꽂으면 유심 트레이가 나오는 방식'이 분명한데… 섣불리 아무 구멍에나 핀을 꽂았다가는 마이크나 스피커가 고장 날 수도 있어 신중을 기해야 했다. 결국, 상담원과 머리를 맞대고 한참을 찾은 끝에야 마이크로SD 메모리 옆 칸의 유심 트레이를 찾을 수 있었다. 국내 휴대폰 중 이런 식으로 유심 트레이를 배치한 것은 없었으므로 꽤 신선했다.
맥 주소를 등록하자
버터플라이로 이동통신사의 무료 제공 와이파이 서비스(T 와이파이나 올레 와이파이, U+ 와이파이 등)를 이용하려면 기기의 맥(MAC) 주소(네트워크 내에 접속한 기기들을 식별하기 위한 고유 번호)를 고객센터를 거쳐 등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와이파이 접속 시 '정액권을 구매하라'는 내용의 화면밖에 볼 수 없다. 필자도 고객센터에 전화해 기기의 맥 주소를 등록했다. 지하철, 공공장소 등에서 와이파이를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국내 미출시폰이기 때문에 맥 주소를 등록한다해도 보안이 걸린 올레 와이파이(자물쇠 모양)는 사용할 수 없다. 필자는 지하철에서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으면 자물쇠가 달린 올레 와이파이에 접속해 사용해오던 터라 이 부분은 상당히 불만스러웠다. 평소 가지고 있던 두 가지 선택권 중 하나를 강제로 뺏긴 기분이 들었다.
온통 영어에다 한글 키보드도 없다
버터플라이는 한국어를 기본 언어로 제공하지 않는다. 인터넷 페이지나 앱 등의 한글은 잘 표시하지만, 스마트폰 내의 메뉴와 설정 등은 전부 영어다. 따라서 'Morelocale2'같은 앱을 설치해 제품을 한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메뉴 이름, 설명 등을 아주 자연스럽게 한글화해주므로 마치 원래부터 한국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면 이 과정은 필요 없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한글화된 버터플라이를 보다 보니 당연히 한글을 적을 수 있을 것이라 착각했는데 사실 한글 키보드가 탑재돼 있지 않았다.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앱도,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없으니 뭘 해야 할지 머뭇대는 손가락이 쑥스러워졌다. 새삼 한글의 중요성을 느끼며 부랴부랴 한글 키보드 앱을 설치했다. 안드로이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양한 종류의 한글 키보드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설치하면 된다.
그리고 국내에서 제조된 대부분의 스마트폰들이 지원하는 폰트 변경 기능이 버터플라이에는 없다. 폰트를 바꾸려면 '루팅'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필자처럼 내킬 때마다 스마트폰의 폰트를 바꾸던 사람이라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설정에서 간단히 폰트를 바꿀 수 있는 국산 스마트폰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필자는 귀찮음 때문에 그냥 사용했다.
돼지코를 끼우거나 다른 충전기를 빌려 충전해야 한다
제품에 충전기가 들어있지만 아쉽게도 110볼트 전용 충전기다. 소위 '돼지코'라 불리는 콘센트 변환 젠더를 장착해 사용하든가 다른 기기의 5핀 충전기를 빌려 사용해야 한다. 필자는 후자를 택했다.
장점
풀HD 디스플레이
버터플라이의 해상도는 풀HD 수준(1,920 x 1,080)이다. 덕분에 풀HD 콘텐츠를 볼 때 그 진가가 확실히 드러난다. 다만, 아직 스마트폰용 다양한 풀HD콘텐츠가 나와있지 않은 점은 아쉽다. 화면이 풀 HD급이라도 콘텐츠가 SD나 HD급이라면 화질 향상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재다능한 카메라
버터플라이를 사용하면서 가장 만족했던 부분은 카메라다. 뒷면 카메라는 800만 화소, 앞면 카메라는 210만 화소로 다른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이다. 카메라를 구동할 때나 사진이 저장될 때의 속도가 무척 빨라서 사진 찍기 좋았다. 이미지 처리 속도가 느리면 한 장을 찍고 다음 사진을 찍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버터플라이는 금방금방 다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다양한 필터 효과도 마음에 들었다. 평소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푸딩 카메라, FX CAMERA 등의 카메라 앱을 내려받아 사용했었는데 버터플라이는 기본 카메라 앱으로도 충분했다. 빈티지 카메라 필터, 중후한 느낌의 필터, 빛바랜 효과 필터, 비네팅 효과(주변부를 어둡게 하는 효과) 필터 등을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필터 효과가 많았다. 평범한 장면도 필터를 적용해 찍으면 그럴싸한 사진으로 탈바꿈했다. 재빨리 찍어야 해 필터를 적용하지 않았어도 촬영 후 편집할 때 필터를 골라 적용할 수도 있어 편리했다.
이외에도 파노라마 기능이나 그룹 사진 기능도(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해 모든 사람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능) 갖췄다. 평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비츠 오디오 탑재
버터플라이 뒷면엔 '비츠 오디오(Beats Audio)' 마크가 있다. HTC는 '비츠 일렉트로닉스(Beats Electronics)'를 인수하면서 자사 제품에 비츠 오디오 기능을 탑재하는 일이 많아졌다. 버터플라이 역시 그러하다.
평소 출퇴근 시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다. 버터플라이로 비츠 오디오 기능을 활성화하고 음악을 들을 때면 음악의 저음 부분이 '쿵 쿵'하고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다만, 전반적인 표현력이 향상된 탓인지 잡음도 약간 더 커지는 느낌이다). 제조사 관계자는 "이어폰보다 스피커로 소리를 들을 때 더 제대로 비츠 오디오의 장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스피커로 울린 알람에 살짝 공간감까지 느꼈던 건 내 착각일까? 아무튼 비츠 오디오 탑재가 경쟁력 있는 장점임은 분명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기본 구성품인 이어폰의 성능이다. 애플의 이어팟이나 LG전자의 쿼드비트 이어폰처럼 휴대폰 제조사가 번들 이어폰에도 신경을 쓰는 시점에 버터플라이의 이어폰 성능과 디자인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기껏 심어놓은 비츠 오디오의 효과를 오히려 반감시키는 느낌마저 들었다. HTC의 기본 이어폰이 아니라 LG전자의 쿼드비트 이어폰을 꽂았을 때 훨씬 음악이 입체적으로 들렸다. 착용감도 별로라 오래 끼고 있으면 귀가 아팠다.
편리한 날씨 확인
필자는 매일 출근하기 전 반드시 날씨를 확인한다. 옷을 두껍게 입어야 할지, 우산을 챙겨야 할지 등을 미리 확인해야 나중에 후회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버터플라이로 날씨를 확인하는 것은 무척 편하다. 일단 첫 화면만 봐도 지금 날씨를 대략 알 수 있다. 해나 구름 등의 애니메이션과 온도 표시를 알기 쉽게 표시해준다. 이를 누르면 날씨 앱이 실행되는데 지금 날씨, 매시간 날씨(그래프로 표현), 4일 치 날씨 등을 알 수 있다.
특히 기온을 한 시간 단위의 그래프로 표현해 기온의 흐름을 단순히 숫자로 보는 것보다 감을 잡기 쉬웠다. 한눈에 ‘오늘 오후엔 더 추워지겠구나,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버터플라이는 매력이 많았다. 설명서를 알기 쉽게 동영상으로 넣어 놓은 점, 세계 시간을 예쁜 지구본을 돌려 확인하게 한 점, PC에 연결했을 때 자동으로 매니저 프로그램을 설치해주는 점 등. 세세한 부분까지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은 것의 차이’가 진짜 차이라고 하지 않던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신경 써놓은 것을 보고 ‘프리미엄’이란 이름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단점
나를 화나게 한 터치감
사용 중 아쉬운 단점이 몇 가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중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터치감'이었다. 쿼티 키보드를 누를 때 내가 누른 글자의 옆 글자가 눌러지는 것까진 '내가 잘못 눌렀겠거니'하고 이해한다 쳐도, 위로 페이지를 올렸는데 스크롤 되지 않고 항목이 눌러지는 것은 가끔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예를 들어, 인터넷 페이지를 스크롤 하는데 이미지가 눌러져 확대된다거나, 종종 의도치 않은 검색 항목이 눌러지기도 했다. 터치해야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보니 터치감이 좋지 않은 것은 꽤 중대한 단점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무의식중에 손가락에 힘을 빼고 스치듯이 화면을 스크롤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후엔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았다. 내가 버터플라이에 맞춰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성격이 불같은 사용자가 처음 버터플라이를 사용할 때는 적잖은 스트레스를 느끼리라.
LTE로 사용할 수 없다
버터플라이는 국내에서 LTE로 개통해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유심 기변(유심을 바꿔 끼워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기기를 개통한 필자는 LTE 요금제를 사용 중임에도 3G로 데이터를 쓸 수밖에 없었다. 비싼 LTE 요금제를 쓰면서 데이터 속도는 3G 수준이니 뭔가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혹시 버터플라이를 국내에서 개통해 사용할 생각이라면 LTE가 지원되지 않는 점을 명심하자.
손난로가 따로 없네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다 보면 버터플라이를 들고 있는 손이 뜨끈해진다. 기기에 꽤 발열이 있는 편이다. 겨울에는 손이 시리지 않아 좋겠지만, 손에 땀이 많은 사용자라면 불편할 듯 싶다. 일반 웹 검색 시에는 발열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재시작하면 왜 무음이 풀리지?
소리, 진동, 무음 등으로 이뤄진 버터플라이의 '소리' 설정 부분이 불안정했다. 제품을 재시작하면 무음으로 설정이 진동으로 바뀌었다. 알람이 울렸을 때 진동 설정이 소리로 바뀌었다. 가끔은 이어폰을 꽂았는데도 '카톡!' 하는 메시지 알림음이 스피커로 날 때도 있었다. 이외에도 분명 진동, 무음으로 해두었는데도 알림음 소리가 나서 종종 난감할 때가 있었다. 이 부분은 시스템 오류가 있는 것 같으므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해 보인다.
"사용자가 '스마트'해야 스마트폰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버터플라이는 이 말에 꼭 어울리는 제품이다.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이것저것 손대야 하는 것이 많았다. 만약 버터플라이를 부모님께 '효도폰'으로 드리거나, IT에 관심이 없는 친구에게 추천하려 한다면 이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해준 사람이 되레 싫은 소리를 듣거나 이것저것 챙겨주느라 귀찮아질 수가 있다. 반대로 많이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스마트폰이니 충분히 생각해본 후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
이 리뷰는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 '익스펜시스 코리아(http://www.expansys.co.kr/)'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