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안드로이드 대항마 개발하는 '아이러니'

윤리연 yoolii@itdonga.com

2013년 현재,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 리서치앤모션의 블랙베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 등 다양한 모바일 운영체제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블랙베리는 하향세가 뚜렷하며, 윈도폰 역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안드로이드와 iOS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는 2012년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75%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IDC 조사)하고 있을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주자다.

이 와중에 지난 4일, 삼성전자는 2013년 상반기 내로 '타이젠(Tizen)'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미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높은 주가를 올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굳이 생소한 운영체제를 내세워 새로운 시장개척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타이젠에 느껴지는 삼성전자와 인텔의 절치부심

타이젠이란 다양한 업체와 개발자가 이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open source)를 지향하는 모바일 운영체제다. 스마트폰부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다양한 기기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유사하다.

기기의 종류에 상관없이 동일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며, 차세대 웹 기반 언어인 'HTML5' 제반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또한 가장 널리 사용하는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웹페이지를 제작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jQuery'나 'jQuery Mobile'을 활용해 다양한 기기에서 작동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마디로 어떤 기기에서든 앱을 이상 없이 실행할 수 있는 높은 범용성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타이젠의 개발에는 국내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을 비롯해 영국 이동통신사인 오렌지(ORANGE)와 보다폰(Vodafone), 일본의 NTT도코모, 파나소닉, NEC, 미국의 스프린트(Sprint), 중국의 화웨이 등 세계 각국의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참여했다.

사실, 타이젠의 개발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인텔은 이미 자체적인 모바일 운영체제를 개발한 바 있는 회사들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바다' 운영체제를 공식 발표했으며, 2011년 이를 적용한 '웨이브2', '웨이브3' 등 바다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하지만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인텔 역시 핀란드의 노키아와 함께 '미고(MeeGo)'라는 모바일 운영체제를 개발해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시장에 미친 영향력은 미미했고, 노키아는 2011년 이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을 포기했다.

삼성전자, 타이젠 개발로 '탈 구글' 대비하나

미국의 IT매체 엔가젯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인수한 모토로라와 함께 '엑스(X)폰'이라는 차세대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에게 위협적인 소식이다. 구글이 엑스폰으로 하드웨어 시장에 미치는 자사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른 하드웨어 제조사들을 견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구글이 모토로라의 제품 경쟁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자사의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모토로라에 파견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있는 오픈소스라지만, 구글이 특정 제조사를 감싸고 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운영체제의 관리 주체가 자사가 아닌 점도 삼성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개발은 구글 혼자서 한다. 제작사들은 이를 받아다 쓰는 처지다. 사소한 버그는 직접 고쳐도 중대한 문제는 구글의 자문을 받아 해결해야 한다. 자연스레 구글의 입김이 세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상황만 봐도 현재 구글이 하드웨어 제조사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구글의 선택에 안드로이드 제조사의 희비가 엇갈린다.

업계를 선도하는 애플의 전략을 보며 배운 점도 있을 것이다. 모바일 시장의 후발주자였던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변화를 선도했다. 2007년 처음 등장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은 모바일 시장을 통째로 흔들었고, 모바일 시장의 흐름을 일반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자사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운영체제가 아이폰의 성공을 도왔다. 애플은 수많은 애호가를 거느리며 모바일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만 생산하고, 소프트웨어는 구글에 의존했다. 때문에 운영체제 업데이트가 늦어지고, 예기치 않은 버그가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의 선두주자라지만, 직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는 한 계속 발생할 문제다.

삼성전자는 이런 불안요소들을 없애고 싶었을 것이다. 이것이 삼성전자가 타이젠 개발에 착수한 이유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자체 개발 운영체제가 절실하다.

타이젠의 성공여부

타이젠은 다양한 기기에 적용할 수 있고, 오픈소스라는 점이 안드로이드와 유사하다. 하지만 개발의 주체가 특정 업체가 아닌 여러 이동통신사 및 하드웨어 업체라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이들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폭 넓게 적용 될 수 있으며, 적용되는 분야 역시 한층 다양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나 인텔과 같이 하드웨어 쪽에 주력하던 업체들도 소프트웨어 시장에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다.

타이젠의 성공여부를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지만, 참여하는 업체들의 규모가 상당하고 이들이 타이젠에 가지는 기대 역시 크기 때문에 바다나 미고 보다는 한층 인상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어떤 운영체제든 이를 선택하는 주체는 소비자다. 타이젠에 참가한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만한 매력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내 놓을 수 있을 지가 성공의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타이젠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말기의 성능, 형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글 / IT동아 윤리연(yoolii@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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