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모토로라" 떠나는 그의 흔적을 쫓다

강일용 zero@itdonga.com

지난 7월 철수한 HTC에 이어 모로로라마저 백기를 들고 한국 시장을 떠난다. 다른 외국 스마트폰 제조사도 활동을 중단했다. 남은 회사는 애플뿐이다.

스타텍, 레이저 등 쟁쟁한 휴대폰을 여럿 제작했던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한국 지사를 정리하고 내년 2월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애플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와 경쟁에서 밀려 시장에서 퇴출된 것이다. 특히 '간'만 보고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은 다른 외국 제조사와 달리 모토로라는 지난 1985년 법인을 열고 독자적인 제품을 설계하고자 R&D 센터를 설립했으며, 직영 A/S 센터를 운영하는 등 한국화된 기업이라 더욱 충격이 크다.

'아… 모토로라' 떠나는 그의 흔적을 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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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토로라 코리아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약 400명이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이 가운데 R&D 센터에 근무중인 인원 30명만 외국 법인으로 보내 고용을 승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370명은 졸지에 직장을 잃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이번 모토로라 코리아 철수는 직원들조차 모르도록 은밀하게 진행됐다. 모토로라 코리아 관계자는 "철수한다는 사실조차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라며, "철수 소식을 접한 이후 직원 대다수가 패닉 상태"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와 언론들은 이번 철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작년 모토로라 코리아는 영업이익 25억 원, 순이익 59억 원을 기록했다. 2010년 대비 영업이익이 67%, 순이익이 37% 감소했지만 최소한 적자를 내는 조직은 아니었다. 얼마든지 재기할 가능성이 있었다.

때문에 얼마 전 철수한 야후 코리아처럼 회사와 직원 양측 모두 손해만 볼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야후 코리아도 모토로라 코리아처럼 나름 이익을 내는 견실한 기업이었지만, 본사의 결정에 따라 국내시장에서 갑작스레 철수했다. 그러나 철수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커 미국 본사에 이익은 커녕부담만 줬고, 직원들은 직장을 잃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홈 사업부와 아이덴(iDEN, 근거리 무선망 무전기) 영업 조직 그리고 A/S 망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홈 사업부는 유명무실한 상태고, 아이덴 영업 조직은 모토로라 모빌리티와 관계없는 모토로라 솔루션스 소속이다.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철수함에 따라 국내에 외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소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코리아(구 소니에릭슨 코리아, 이하 SMC코리아), RIM(블랙베리), ZTE, 노키아, 애플만 남게 됐다. 얼핏 보면 많이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러나 SMC코리아와 RIM은 1년 이상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SMC코리아는 소니코리아와 합병한 후 스마트폰 관련 부서의 활동이 정지된 상태고, RIM은 일반 소비자 시장 대신 본래의 강점인 B2B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ZTE는 자급제용 저가 스마트폰을 하나 출시한 것이 전부다. 노키아는 창원시에 생산 공장만 두고 있고, 스마트폰 관련 업무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제대로 활동하는 회사는 애플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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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로라 코리아의 스마트폰 사업을 되짚다

비록 철수를 결정했지만, 모토로라 코리아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분명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대표적인 제품을 되짚어 본다.

모토로이 (Motoroi): 2010년 2월, 국내에 '최초'로 출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아이폰3Gs와 마찬가지로 기념비적 스마트폰이다. 3.7인치 크기의 화면을 내장했다. 미국에 출시된 스마트폰 '드로이드'의 형제라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 중국에 출시된 스마트폰 'XT720'을 기반으로 DMB를 추가한 제품이다. 멜론 무료 티켓을 함께 제공했다.

모토쿼티 (Motorqwerty): 2010년 7월 출시된 쿼티(QWERTY) 키보드 내장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모토로이와 성능상 큰 차이는 없지만, 국제 모델을 그대로 출시한 제품이라 DMB는 없다. 유럽 모델인 '마일스톤(Milestone)'을 기반으로 사소한 점 몇 가지만 변경했다. 해외보다 워낙 늦게 출시한 탓에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다.

모토글램 (Motorglam): 2010년 8월 출시된 스마트폰. 모토로라 코리아 R&D 센터 주도로 개발한 국내 특화 폰이다. 국내 사용자들을 위한 다양한 전용 기능(DMB, DLNA) 및 애플리케이션(네이버, 다음, 미투데이 등)을 탑재했다. 출고가가 70만 원대에 불과해 저렴한 스마트폰을 찾는 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2.2(프로요) 업데이트 여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디파이 (Defy): 2010년 11월 출시한 방수 스마트폰.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방수방진 기능을 채택해 내구도가 뛰어났다. 다만 별다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오히려 “괜찮아 디파이니까”라는 광고문구가 더 화제였다.

아트릭스 (Artrix): 갤럭시S2, 옵티머스2X 등과 경쟁하고자 모토로라가 개발한 글로벌 스마트폰. 랩독(LapDock)이라는 전용 액세서리를 함께 발매했다. 본체와 랩독을 결합하면 마치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국내에는 SK텔레콤과 KT로 동시 출시했다. 초기에는 갤럭시S2와 누가 더 많이 팔리나 겨뤘으나, 결국 뒷심이 부족했다.

(Xoom):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3.0(허니컴)을 세계최초로 탑재한 태블릿PC. 국내에는 2011년 4월 출시했다. 아이패드2, 갤럭시탭 10.1에 밀려 존재감이 미약했다. 초기에는 동영상 재생능력도 뒤떨어지고 반응 속도도 느렸으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4.0(아이스크림샌드위치), 4.1(젤리빈)로 잇달아 업데이트 되면서 깜짝 놀랄 정도로 개선됐다.

레이저 (RAZR):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얇은 휴대폰 '레이저'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모토로라가 작년 10월 야심 차게 출시한 스마트폰.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구글에 인수된 후 처음 발표한 제품이다. 명성처럼 매우 얇았고, AM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화면도 화사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갤럭시노트', '아이폰4S' 등과 경쟁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모토로라 코리아가 국내에 출시한 마지막 스마트폰이다. 배터리를 2배 이상 늘리는 등 여러 파생 모델이 있지만 국내에 출시하지는 않았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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