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KES] 차선이탈경보장치를 아십니까?
날로 발전하는 IT 기술은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편리하게 바꾸고 있다. 자동차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내비게이션에 음성으로 도착지를 말하면 알아서 길을 찾아주고, 스마트폰 클릭 몇 번으로 수Km 떨어진 곳에서 자동차 시동을 건다.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사고가 났을 때 억울한 일을 미리 방지할 수 있고, 몇몇 고가 자동차에는 전투기처럼 앞 유리창에 정보를 표시해주는 HUD(Head Up Display) 시스템도 탑재하고 있다. 이뿐이랴. 최근 글로벌 기업 구글은 무인자동차 시스템을 도입해 지구 12바퀴에 해당하는 48만Km 무사고 운전에 성공했다.
국내에도 자동차에 접목할 수 있는 기술 하나로 전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견주고 있는 기업이 있다. '㈜피엘케이테크놀로지 PLK테크놀로지'는 지능형 영상인식 카메라 시스템을 자동차 산업에 융합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대표적인 기술은 '차선이탈경보장치(Lane Departure Warning System, 이하 LDWS)'와 '차량용 영상기록장치(Video Event Data Recorder)'다. PLK테크놀로지는 이번 '2012 전자정보통신산업대전'에 자사의 기술을 탑재한 '로드스코프 LX(Roadscope LX)'를 출품했다.
이에 PLK테크놀로지 경영본부 이지연 상무이사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PLK테크놀로지라는 사명이 상당히 독특하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한데.
2000년 국내에 벤처기업 붐이 일어났을 때,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사내벤처를 육성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 사내벤처는 현재 그룹 내 근무자가 사업 아이디어를 내면 회사에서 심사한 후 적합하다고 판단을 내렸을 때 지원을 해주는 제도였다. 당시 현대자동차와 현대정공에 다니고 있던 현 박광일 대표이사와 임상묵 부사장, 김진혁 부사장이 아이디어를 내서 사내벤처에 선정이 되었고, 이니셜을 따서 지금의 사명을 지었다. 이후 2003년 7월, 완전히 분사해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여담이지만 사내벤처로 육성된 회사 중에 PLK테크놀로지가 두 번째로 분사하였으며, 현재는 가장 오래 유지하고 있는 사내 벤처이기도 하다.
어떤 아이디어로 사내벤처로 선정되었고, 지금까지 사업을 유지해왔는지 궁금하다.
가장 먼저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한 시스템은 '차선이탈경보장치'이다. 이 기술을 계속 발전해 왔으며, 지금도 PLK테크놀로지의 가장 큰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자동차에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되는 영상을 분석하는 기술로서 도로에 그려진 차선을 분석해 만약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어갈 경우 경고음을 울리는 시스템이다. 단순해 보일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2000년 당시 이 시스템을 양산할 수 있는 곳이 전세계에 단 한군데도 없었다.
정확히 어떤 시스템인지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만약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주행 중 운전자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에 진입했을 경우, 차선이탈경보장치가 이를 감지해 경고음을 들려서 사고를 방지해준다. 우리 기술의 장점은 경쟁사보다 차선의 색깔을 읽고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사실 흰색과 노란색 차선을 인식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파란색 차선이나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콘크리트 도로의 차선 색깔까지 제대로 인식하는 시스템은 거의 없다. 또한, 그늘이 진 차선은 시스템이 검은색으로 오인해 인식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도 인식하고 제대로 작동한다.
이러한 졸음방지 시스템은 카메라 영상 분석기술보다 모션 감지 시스템(운전자의 눈을 감지해 오래 감고 있거나, 고개를 숙이는 등의 동작으로 인식하는 방식)으로 먼저 시작했었다. 하지만, 여러 단점 때문에 개발 자체가 폐기됐다. 야간에 어두운 곳에서 운전자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고, 선글라스 등을 착용했을 경우에도 오작동이 발생했다.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눈이 작아 제대로 인식되지 않기도 했다.
사내벤처에서 분사해 나왔을 때부터 바로 사업을 확장해온 것인가?
아니다. 처음 분사해 나왔을 때에도 기술을 개발하는 수준이었다. 이에 지금의 시스템을 개발하기 이전에 블랙박스를 먼저 선보였었다.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국내에 가장 먼저 블랙박스를 개발해 도입했다. 국내에 블랙박스가 도입되지 않았을 때 개발을 했고, 일본에 먼저 수출했다. 회사가 성장하는데 블랙박스 사업이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경기도에 영업하고 있는 택시가 3만 2,000대인데, 자사의 블랙박스를 2만 8,000대에 제공했다. 광주의 전체 택시에도 제공했다. 블랙박스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고객의 요구에 맞게 수정해 일본, 미국, 유럽 등에 지금도 수출하고 있다.
탈경보장치 이외에도 선행차량추돌경보(Forward Collision Warning, FCW), 하이빔 자동 조절(High Beam Assist, HBA), 앞차 출발 알림 기능(Beep&Watch) 등이 탑재되어 있다. 선행차량추돌기능은 전방 차량과 자차 사이의 상대속도와 거리를 인식해 앞차와 충돌 위험이 생길 정도로 가까워지면 경고음을 통해 알려주는 기능이다.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옆 사람과 대화하는 등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사고를 예상해준다.
자동 조절 기능은 야간 주행 시 도로에서 상향등을 켜고 운전할 때 전방 차량 또는 마주오는 차량의 불빛을 감지해 자동으로 하향등으로 바꾸어 주며, 차가 지나가면 다시 상향등으로 바꿔주는 기능이다. 앞차 출발 알림 기능은 앞차를 인식해 정지 신호 또는 정체 시에 앞차가 멈추어 있다가 출발하면 경고음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능이다.
코프를 하나의 단품으로 인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의 플랫폼 형태로 봐야 한다. 하드웨어의 성능이나 기능적인 측면보다 카메라로 유입되는 정보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알고리즘 즉,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인식률도 수십 번의 테스트를 통해 99%까지 올렸다. 사실 일반 연구소나 개발실에서도 50~60% 정도 인식률의 프로그램은 만들 수 있다. 핵심은 정확도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있다.
단순히 졸음운전을 예방한다거나 경고음을 들려준다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 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시스템들의 중요성이 체감적으로 크게 와 닿지가 않는데.
전, 한국도로공사에서 이런 발표를 했다. 고속도로에서 일어나는 원인을 모르는 사고의 대부분은 졸음운전에 의한 과실이라는 것이다. 이유 없이 중앙분리대나 가드레일에 충돌하고, 전복 사고 등이 일어나는 원인의 80%는 졸음운전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는 2015년까지 고속도로 교통사고를 50%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위한 방지책도 제공하고 있다. 졸음운전 쉼터를 마련하고, 고속도로 중간중간에 경적소리를 울리거나, 터널 내에 경찰 사이렌 소리를 울리게 하는 등의 사례가 있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바닥을 줄 모양으로 조금씩 파내서 지나갈 때 소리가 나게 하는 경우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것도 졸음 운전 방지책의 하나다.
경우, 유럽에서는 로드스코프와 같은 졸음운전 방지 시스템을 상용 차량(버스, 트럭, 택시 등)에 탑재하는 것이 법제화 검토 중에 있다. 미국 NCAP도 자동차의 안전 검사 항목에 LDWS와 FCWS를 포함시켰다. 특히, 상용차 중 화물을 운반하는 트럭은 운전자가 낮에 짐을 적재하고 밤에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야간에는 도로에 차가 적어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유류비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만큼 졸음운전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졸음운전 방지는 운전자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비책이다.
코프와 자사의 기술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설명하는 그의 눈빛에는 진심이 서려 있었다. 실제 사고는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법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 찾아올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졸음운전으로 벌어진 한 순간의 실수가 씻을 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오거나 살인자라는 누명을 씌울 수도 있다. 금전적인 손해를 떠나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에 경중을 논할 수는 없는 법이다. 무인자동차와 같은 거창한 기술도 좋지만, 당장 내 차량에 접목할 수 있는 IT 기술이 먼저 아닐까. 이번 2012 전자정보통신산업대전에서 PLK테크놀로지의 기술을 만나보도록 하자.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