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환경에 따라 다양한 로봇의 세계

[IT동아 강형석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의 관심이 현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AI가 현실 공간에서 사물·사람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있다.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던 로봇이 주변 상황을 파악해 스스로 행동을 고르게 되면, 작업 효율과 생산성도 함께 오르리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은 2026년 글로벌 로봇산업의 주요 흐름으로 'AI와 자율성'을 꼽았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분석형 AI, 글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AI, 목표를 받으면 스스로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에이전틱 AI가 로봇의 자율성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작업까지 맡기는 방향으로 발전 중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피지컬 AI가 낳은 결과물이 전부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이족보행 로봇(휴머노이드)은 아니다. 현장에는 형태도 쓰임새도 제각각인 로봇이 이미 움직이고 있다. 공장에서는 바퀴 달린 로봇이 무거운 짐을 옮기고, 험난한 지형은 네 발 로봇이 누빈다. 바닷속에는 부력과 추진기를 갖춘 탐사 로봇이, 좁은 틈새에는 뱀을 닮은 로봇이 들어간다. 일상과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로봇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기준으로 나눌까?
로봇이 ‘무엇을 하느냐’의 관점에서 본다면?
로봇은 형태와 기능, 역할 등 쓰임새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뉜다. IFR이 매년 발간하는 '세계 로봇 보고서(World Robotics Report)'도 로봇을 산업용(Industrial)과 서비스용(Service) 두 분야로 구분해 통계를 집계한다.

산업용 로봇은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한 제조 공장 자동화 과정에서 태어났다. 자동차 차체를 용접하거나 스마트폰의 정밀 부품을 조립하는 로봇이 여기에 속한다. 대개 사람과 완전히 분리된 안전 펜스 안에서 정해진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힘이 세고 속도가 빠르며 오차가 마이크로미터(1mm의 1000분의 1) 단위에 그칠 만큼 정밀하지만, 사람과 물리적으로 교감하거나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유연성은 부족한 편이다.
이 경계를 허물기 위해 등장한 것이 협동로봇(Cobot)이다. 협동로봇은 작업자 곁에서 보조자 역할을 맡는다. 관절마다 힘과 회전력을 재는 센서를 달아, 사람과 부딪히는 순간의 충격을 감지하면 곧바로 멈추도록 설계했다. 거대한 산업용 기계가 사람을 배제한 자동화의 상징이었다면, 협동로봇은 사람의 손재주와 기계의 지치지 않는 힘을 결합한 공존형 생산 도구로 자리 잡는 추세다.

서비스 로봇은 병원, 식당, 호텔 등에서 쓰이는 일반 서비스 로봇과 물류, 국방, 농업, 탐사 현장에 투입되는 특수 목적 로봇으로 세분된다. 일반 서비스 로봇의 사례로는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쓰이는 자율이동로봇(AMR, 센서로 주변을 인식해 스스로 길을 찾는 로봇)이 있다. 수천 개의 선반을 통째로 들어 작업자 앞까지 가져다주면서 물류 작업의 방식을 바꿔 놓았다.
특수 목적 로봇으로는 깊은 바다의 해저 케이블을 점검하는 수중 원격조종 로봇(ROV, 사람이 멀리서 조종하는 무인 잠수정)과 방사능 오염 구역을 정찰하는 탐사 로봇이 있다. 대부분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에서 활약한다.
로봇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의 관점에서 본다면?
로봇의 기능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한다면, 형태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좌우한다. 이동 방식과 외형 구조에 따라 로봇은 ▲차륜형 ▲사족보행 ▲이족보행(휴머노이드) ▲관절 매니퓰레이터 등으로 나뉜다.

가장 널리 쓰이면서 에너지 효율도 높은 쪽은 차륜형(Wheeled)이다. 평평하게 포장된 바닥에서는 바퀴를 굴리는 편이 적은 에너지로 빠르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동 경로를 스스로 기억하고 장애물을 피해 최적의 길을 찾는 차륜형 AMR은 창고와 병원 복도, 식당 홀을 누비며 주류로 자리 잡았다. 반면 높은 문턱이나 계단, 거친 야외 지형 앞에서는 바퀴의 한계가 드러난다.
지형의 제약을 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사족보행(Quadrupedal) 로봇이다. 동물의 몸 움직임 원리를 본떠 다양한 환경에 자연스럽게 대응하도록 만들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 스위스 애니보틱스의 애니멀(ANYmal) 같은 로봇개가 대표적이다. 네 다리를 번갈아 움직여 바퀴가 지나갈 수 없는 자갈밭, 계단, 진흙탕을 오간다.
험지에 강한 이유는 두 가지다. 네 다리 중 최소 세 다리가 지면을 받쳐 무게중심을 유지하는 정적 안정성(가만히 서 있어도 쓰러지지 않는 성질)에, 뛰거나 도약할 때의 균형을 잡는 동적 제어(움직이는 중에 균형을 바로잡는 기술)가 더해진다. 센서와 열화상 카메라를 달면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현장, 붕괴 위험이 도사리는 광산을 순찰하는 업무에도 투입할 수 있다.
기술 난도가 가장 높고 최근 글로벌 AI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영역은 이족보행 로봇, 곧 휴머노이드(Humanoid)다. 테슬라 옵티머스, 피규어 AI의 피규어 02,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휴머노이드는 사람처럼 두 발로 곧게 서서 걷는 구조를 갖췄다. 두 다리에 몸 전체를 의지하다 보니 연산량과 에너지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무게중심을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휴머노이드에 매달리는 이유는 인류가 쌓아 온 인프라와 도구 대부분이 사람의 몸에 맞춰 설계됐다는 데 있다. 문손잡이 높이, 계단 한 칸의 너비, 좁은 통로, 선반 배열, 전동 드릴 같은 수공구까지 사람의 팔다리와 손가락에 최적화되어 있다. 작업 환경을 로봇에 맞게 뜯어고칠 필요 없이, 작업자가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에서 같은 도구를 쥐고 일할 수 있다는 점이 휴머노이드의 강점이다.
이 밖에 고정형 로봇 팔인 다관절 매니퓰레이터(Articulated Manipulator)가 있다. 이동 능력을 포기한 대신 6축 이상의 자유도(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의 수)를 확보해, 어떤 각도에서든 물체를 쥐고 다룬다. 이런 특성 덕에 제조업의 정밀 공정에서 널리 쓰인다.
최근에는 변종도 늘었다. 평지에서는 바퀴로 빠르게 달리다 험지에서는 다리로 계단을 넘는 스위스마일의 하이브리드 로봇, 부드러운 실리콘 소재로 멍들기 쉬운 과일을 상처 없이 집어 올리는 소프트 로봇이 대표적이다.
로봇은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
다양한 하드웨어에 고도화된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이 결합하면서 로봇 산업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VLA는 카메라로 본 장면과 사람의 말을 이해해 곧바로 동작으로 옮기는 AI 모델이다. 과거의 기계가 미리 입력된 명령대로만 움직였다면, AI 시대의 로봇은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이미지·음성·문장을 함께 이해하는 범용 AI)을 바탕으로 작업 환경을 눈으로 확인하고, 자연어로 전달된 지시를 이해해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기술 진보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선진국 대부분이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를 겪으면서 제조·물류 현장의 인력난이 깊어졌고, 로봇 도입은 비용 절감 수단을 넘어 국가 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한 조건으로 떠올랐다. 골드만삭스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2035년까지 380억 달러(약 50조 원)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로봇 생태계는 모든 업무를 한 번에 해결하는 단일 모델로 획일화되지 않을 것이다. 대규모 이송은 경제성이 검증된 차륜형 AMR이 맡고, 거친 야외 설비 점검은 사족보행 로봇이 책임진다. 다품종 소량 생산의 유연한 조립과 도심 서비스 환경에는 사람의 신체를 닮은 휴머노이드가 투입되는 식의 공존이 이뤄질 전망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