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 학습 플랫폼 ‘글라이트’로 1차 모두의 창업 2라운드에 진출한 김한준 씨 [모두의 창업 in 세종]
[IT동아 x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공동기획]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창업 활성화와 창업 분위기 확산을 위해 '모두의 창업' 2차 기술 트랙을 운영합니다. IT동아는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지역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창업 아이디어와 도전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다고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닙니다. 제 동생만 해도 매일 열심히 책을 보며 학습했다고 생각했지만, 집중력이 낮아지는 순간을 스스로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죠. 사람이 옆에 붙어서 하나하나 짚어줄 수 없다면 기계가 그 빈자리를 채워주면 어떨까 고민했죠. 그렇게 글라이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했습니다.”
책상 상단에 부착해 학생의 집중 패턴을 진단하고, 자각하지 못한 공부 효율 저하를 짚어내는 온-디바이스(On-Device) 학습 분석 기기 글라이트. 예비 창업자들의 등용문인 ‘1차 모두의 창업’ 2라운드 진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한준 씨의 아이디어다.
카이스트(KAIST) 전산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한준 씨가 창업 전선에 뛰어든 건 이론 단계에서 끝나는 게 아닌,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12년간 교육 봉사와 과외 활동을 이어오며 학생들이 겪는 학습 태도와 집중력 문제를 생생하게 지켜봤다.

재학 중 쌓은 기술적 경험도 창업에 밑거름이 됐다. 김한준 씨는 욜로(YOLO) 객체 인식 기반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비롯, 수면 품질 측정 인공지능 베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하드웨어 설계부터 펌웨어 개발, 인공지능 모델링을 구현할 정도로 역량을 갖췄다.
기술 실무 경험도 풍부하다. 스터디카페 창업 기업 ‘무인화연구소’에서 냉방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 시스템을 개발·운영하며 현장 냉방비 절감률 평균 20%를 달성했다. 이 외에 카이스트 아이디어 해커톤 준우승, 카카오임팩트 테크 포 임팩트 인기상, 공군 창업 경진대회 인사참모부장상, 프로메테우스 AI 해커톤 우수상 등 수상 이력도 다채롭다. 준비된 엔지니어였던 그에게 모두의 창업은 경험과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한 디딤돌인 셈이다.
김한준 씨는 “오랜 기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습 태도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글라이트를 준비해 왔습니다. 머릿속에 담아둔 아이디어를 시장에 검증받고자 모두의 창업 도전을 결심하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동생의 성적표에서 시작된 '글라이트'
글라이트는 곁에서 지켜본 가족의 실제 경험에서 시작됐다. 중학생인 동생이 매일 밤낮없이 공부에 매달리는데도 성적이 떨어지자,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동생의 공부 습관을 유심히 들여다본 게 계기가 됐다. 동생의 학습 행동을 살펴보니 겉보기에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자세가 흐트러지고 시선이 교재 밖으로 헛도는 순간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문제는 동생 스스로도 언제, 얼마나 집중력을 잃었는지조차 깨닫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김한준 씨가 집중력이 흐트러진 순간과 반복되는 학습 이탈 패턴을 짚어주자, 동생은 비로소 자신의 공부 습관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 학기 만에 4개 과목에서 A 등급을 받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는 “학습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자신이 딴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시간만 흘려보내는 겁니다”라며 “사람이 24시간 곁에 머물며 이를 교정해 줄 수는 없기에 기술로 지속 가능한 피드백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글라이트가 지닌 경쟁력은 무엇일까? 먼저 입체적인 집중 패턴 측정 방식이다. 기존 학습 보조 솔루션 대다수는 얼굴 표정을 보거나 의자 착석 시간만을 측정해 집중력 유지 여부를 판별한다. 반면, 글라이트는 좌석 상단에서 학생의 자세, 손의 움직임, 교재 위치, 시선의 방향, 자리 이탈까지 종합적으로 관찰해 학습과 집중력 유지 상태를 분석한다. 머리만 책상에 두고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과 진짜 몰입한 시간을 분리해 내는 구조다.

데이터를 기기 내부에서 직접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채택해 운영비와 사생활 침해 논란을 극복한 점도 돋보인다. 모든 촬영 영상을 외부 클라우드 서버로 실시간 전송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서버 통신 비용이 발생할 뿐 아니라, 학생의 공부 모습이 담긴 민감한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상존한다. 글라이트는 기기 내부에 탑재된 경량화 인공지능 모델이 영상을 분석한 뒤, 집중력이 저하되는 특정 구간의 요약 데이터만 사용자 리포트로 만들어 전송한다. 서버 운영비는 대폭 낮추고, 개인정보 보호 수준은 한층 끌어올린 셈이다.
김한준 씨는 경제성까지 확보하는 데 힘썼다. 흔히 학원이나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에서 활용하는 스마트 학습용 태블릿은 적게는 수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에 달해 초기 도입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글라이트는 비용에 영향을 주는 액정 디스플레이와 배터리를 과감히 제외해 좌석당 제작 원가를 3만 원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사업 관리자 입장에서는 기기 교체나 고장에 따른 유지보수 부담을 덜 수 있는 게 글라이트의 차별점이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 도움을 준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김한준 씨가 구상한 글라이트의 아이디어는 매력적이었지만, 서류 심사와 1차 모두의 창업 1라운드 경쟁을 돌파하는 건 녹록지 않았다. 무엇보다 1차 모두의 창업 1라운드 진출 당시, 사업계획서 작성 분량 10장이라는 엄격한 제한이 걸림돌이었다. 그는 “글라이트가 교육 현장에 왜 필요한지, 왜 꼭 세상에 나와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하다 보니 10장짜리 사업계획서 안에 핵심을 압축하는 작업이 정말 버거웠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풀리지 않던 매듭을 단숨에 끊어준 건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세종창경)였다. 세종창경 멘토단은 글라이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하며 사업계획서 구체화에 도움을 줬다. 김한준 씨는 “세종창경 멘토링 과정에서 ‘이 제품이 왜 필요한지는 충분히 알겠으니, 이것을 실제로 끝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인지 명확히 증명해 보이라’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 조언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내 사업계획서가 무엇이 부족했는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방향성이 잡히자 실마리는 빠르게 풀려나갔다. 모두의 창업이 제공한 맞춤형 AI 솔루션을 활용해 사업계획서의 논리적 근거를 재정립했고, 이후 글라이트의 핵심 기술과 향후 보완해야 할 영역을 나눠 사업계획서에 반영했다. 모두의 창업에서 지급한 창업활동자금은 글라이트의 기기 외형을 다듬고 학습 패턴 진단 알고리듬을 고도화하는 데 쓰였다.
김한준 씨는 “세종창경은 저에게 길잡이와 같은 존재입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물론이고, 세밀한 기술 구현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나아갈 방향을 잘 잡아준 덕분에 1차 모두의 창업 2라운드 진출도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글라이트 개발 고도화에 속도, ‘학습용 자비스’ 꿈꾼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1차 모두의 창업 2라운드에 진출한 김한준 씨의 시선은 학습 현장을 향한다. 우선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 외에 학생들이 글라이트를 경험하며 현장 데이터를 쌓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글라이트는 ▲자세 ▲손동작 ▲교재 ▲시선 ▲이탈 여부를 포괄적으로 판별해 총 집중 유지 시간과 주의 이탈 횟수, 흐름이 끊긴 특정 시간대, 전일 대비 집중도 변화 등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해 제공한다. 향후에는 수학, 영어 등 과목별 집중 패턴과 시간대별 피로도를 정밀하게 추적해 학생 스스로 학습 스케줄을 재조정할 수 있는 자기주도 학습 가이드로 서비스 폭을 넓히는 게 목표다. 누적된 행동 데이터는 학교와 학원, 무인 스터디카페 관리자가 학생의 집중력 저하 신호를 적시에 포착해 돌보는 관리 도구로도 확장될 전망이다.
김한준 씨는 “1차 모두의 창업 2라운드 진행 기간 내에 글라이트의 시제품 제작을 마무리하고, 스터디카페를 섭외해 실제 현장에 글라이트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학생이 공부를 마친 뒤 스마트폰으로 하루치 공부 리포트를 확인하며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학습용 자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학생의 의지에만 기대던 학습을 기술로 혁신하려는 글라이트. 김한준 씨가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한 이 자기주도 학습 플랫폼이 대한민국 학생을 넘어 전 세계 학생의 학습 능률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