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높시스, 앤시스 통합 효과 본격화··· 'EDA 넘어 피지컬 AI까지 확장'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글로벌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시높시스(Synopsys)가 9월 8일에서 9일 양일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시높시스 컨버지 코리아 2026’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8일 열리는 AI 기반 반도체 설계 및 멀티피직스 최적화 기술 콘퍼런스인 ‘SNUG(Synopsys Users Group) 코리아 2026’과 9일 열리는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및 디지털 혁신 콘퍼런스 ‘시뮬레이션 월드 코리아 2026’ 두 개 행사로 구성된다. 이중 시뮬레이션 월드 코리아는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기업 ‘앤시스’의 행사였지만 지난해 시높시스가 앤시스를 인수함에 따라 행사 역시 양일에 나눠 각각 진행된다.

기조연설은 샹카르 크리슈나무르티(Shanker Krishnamoorthy) 시높시스 최고 제품 개발 책임자가 '미래의 실리콘 디자인을 위한 리엔지니어링’을 주제로 진행했으며, HBM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 AI 알고리즘 연구자로 저명한 신진우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류효겸 삼성전자 IP개발팀장 상무, 정상규 SK하이닉스 부사장 등이 연이어 진행했다.


샹카르 크리슈나무르티 최고 제품 개발 책임자 / 출처=시높시스
샹카르 크리슈나무르티 최고 제품 개발 책임자 / 출처=시높시스

소경신 시높시스 코리아 대표는 “오늘날 반도체 기업들은 시스템에 도전하고, 시스템 고객들은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오픈AI가 전용 반도체를 만드는 식이다. 시높시스는 전 세계 1위 EDA(전자 설계 자동화) 기업으로서 멀티 칩 구성에 필요한 네트워크, 서데스(SerDes,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하드웨어 물리 회로), PCIe, UCIe까지 모든 인터페이스에서 시장 점유율을 갖추고 있으며, 반도체 시장 전반에서 파트너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지금은 반도체와 시스템이 하나로 융합하고 있는 시대며, 앤시스의 시뮬레이션과 분석 기술은 반도체 설계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제 반도체 설계는 시스템, 스펙, 설계, 그리고 반도체 동작과 피지컬 AI에서의 효율까지 모두 풀어나가야 한다. 시높시스는 현재 800여 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두고 있으며, 전국 55개 대학에서 매년 5000여 명에게 교육 커리큘럼도 제공함으로써 시장에 발맞추고 있다. 가속화 시대에 주어지는 많은 도전과 성취, 목표와 달성에 시높시스 코리아가 함께하겠다”라고 말했다.

시높시스, 에이전틱 AI 시대 맞춰 새로운 AI 스택 소개

시높시스에 있어 올해는 AI 도전의 원년이다. 시높시스는 올해 3월 ‘컨버지 2026’에서 시높시스의 반도체 설계 기술과 앤시스의 멀티피직스 엔진을 조합한 ‘멀티피직스 퓨전’ 기술을 발표했으며, 개방형 에이전트 AI 스택 기반의 ‘에이전트엔지니어’ 기술도 공개했다. 멀티피직스 퓨전은 6월 중 정식 공급을 시작해 고객 배포 가능 상태로 전환됐고, 에이전트엔지니어도 지난 7월 완전 자율 EDA 워크플로 형태로 실제 차세대 칩 개발 적용을 평가 중이다.


키노트 세션 이후 별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높시스의 전략 및 기술 소개가 이어졌다 / 출처=시높시스
키노트 세션 이후 별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높시스의 전략 및 기술 소개가 이어졌다 / 출처=시높시스

샹카르 크리슈나무르티 CPDO는 “지금은 반도체 사업을 진행하기에 최적의 시기다. 2030년까지 한국의 반도체 매출은 약 2500억 달러(약 335조 원)를 달성하고 특히 메모리와 AI 칩 기업 등이 직접적으로 관여할 전망이다. 올해 한국 전체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은 42.3%를 차지할 전망이며 HBM 출하량만 놓고 보면 전년대비 증가한 153%를 기록 중이다”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서 “한국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AI 혁신의 중심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 엔비디아, AMD 등 최신 슈퍼칩들은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성능, 실시간 사용성, 개발 속도라는 세 가지 도전과제에 있어 도전을 받고 있으며, 시높시스는 반도체와 시스템 설계 전반에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AI 업계의 반도체 개발 요구가 2년에서 1년 이하로 당겨짐에 따라 시높시스 역시 ‘에이전트엔지니어’를 통해 AI 기술 적용의 폭을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코파일럿 형태로 AI를 부가 기능으로 제공한 반면, 이제는 반도체와 시스템 설계 전 과정을 장시간 자율 수행하도록 진화했다. 시높시스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가속 컴퓨팅 활용 구조를 구축해 EDA 및 CAE(컴퓨터 지원 엔지니어링)를 지원한다. 그 위에서 퓨전 컴파일러, 검증 도구, 열, 유체, 전자기 시뮬레이션 등에 AI 에이전트가 조합된다. 해당 AI 도구는 반도체 설계와 시스템 설계 전반에 장기간 동작하며 설정한 목표를 자율 수행한다.


엔비디아는 시높시스의 디자인 검증 에이전트를 활용해 최대 50배 빠른 커버리지 클로저를 기록했다. 기존에는 사람이 무작위로 분석하고 검증해 몇 주 이상 걸리는 작업이었지만 AI 에이전트가 결과를 분석해 검증되지 않은 영역을 집중 공략해 빠르게 결과를 냈다 / 출처=시높시스
엔비디아는 시높시스의 디자인 검증 에이전트를 활용해 최대 50배 빠른 커버리지 클로저를 기록했다. 기존에는 사람이 무작위로 분석하고 검증해 몇 주 이상 걸리는 작업이었지만 AI 에이전트가 결과를 분석해 검증되지 않은 영역을 집중 공략해 빠르게 결과를 냈다 / 출처=시높시스

이와 관련해 앞서 7월 DAC 2026에서 공개한 완전 자율 디자인 검증 워크플로로 오케스트레이터 에이전트가 설계 사양부터 RTL(디지털 회로 설계 추상화 레벨), 테스트 저장소 등을 분석해 에이전트 도구를 불러오고, 시험 계획부터 디버그까지 수행했다. 그 결과 검증 완료 시간은 최대 50배 단축되고 검증 범위도 추가로 20%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에이전틱 AI에 따른 결정으로 반도체 등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와 관련해서 샹카르 크리슈나무르티 CPDO는 “모든 소프트웨어는 강력하게 검증되나 고객사 환경과 도전과제에 따라 에이전틱 AI가 조정된다. 따라서 현장에 배치된 AI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사와 시높시스가 공동으로 책임을 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높시스 EDA와 앤시스 멀티피직스 결합한 ‘멀티피직스 퓨전’


패드메쉬 맨들로이(Padmesh Mandloi) 시높시스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 / 출처=시높시스
패드메쉬 맨들로이(Padmesh Mandloi) 시높시스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 / 출처=시높시스

패드메쉬 맨들로이(Padmesh Mandloi) 시높시스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은 “AI는 컴퓨팅 전반에 기하급수적인 변화를 불러오며 패키징과 인터커넥트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예로 들면 다이당 HBM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인터커넥트도 늘어나고, 장치 간 상호작용을 비롯해 신호와 전력, 열, 구조적 변형 등 다양한 물리 현상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면서 “시높시스는 앤시스와의 통합 1년 만에 EDA와 멀티피직스 기술을 결합해 설계부터 검증까지 일체화된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설계·제조 및 첨단 패키징 업체들이 품질과 생산성을 함께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최근 데이터센터의 랙 전력 밀도는 200kW 이상으로 높아졌고 칩의 열설계전력(TDP) 역시 400W에서 2400W 이상으로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 냉각에 투입되는 에너지는 이제 전체 소비전력의 30%를 넘어서는 상황”이라면서 “이제 냉각은 단순한 설비 문제가 아니라 컴퓨팅 성능을 제한하는 요소가 됐다. 따라서 다이부터 패키지, 시스템, 데이터센터와 팩토리에 이르는 전체 계층에서 열관리를 고려해야 하며, 시높시스와 앤시스의 멀티피직스 포트폴리오는 이러한 전 계층의 분석과 최적화를 지원한다”라고 말했다.


시높시스가 지난 6월 1차 출시 당시 공개한 멀티피직스 퓨전 관련 지표, 설계 완료 시간을 최대 10배 단축하고, 멀티 퓨전 분석을 최대 3배 빠른 속도로 실행하는 수준이다. 현 시점에는 더 좋은 결과와  도입 사례가 확보된 상황이다 / 출처=시높시스
시높시스가 지난 6월 1차 출시 당시 공개한 멀티피직스 퓨전 관련 지표, 설계 완료 시간을 최대 10배 단축하고, 멀티 퓨전 분석을 최대 3배 빠른 속도로 실행하는 수준이다. 현 시점에는 더 좋은 결과와 도입 사례가 확보된 상황이다 / 출처=시높시스

디자인 클로저에 멀티피직스 퓨전을 적용한 결과, 일부 GPU 설계 중 전압강하(IR Drop) 문제 해결률은 약 86%로 분석 런타임이 7배 향상됐고, 하이퍼스케일러에서는 60%로 10배 빨라졌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런타임은 5배 빨라졌고 신호 지연에 따른 설계 문제도 4% 낮췄다. 앞서 6월 발표에서는 삼성 파운드리와 엔비디아, 미디어텍, 시스코 등도 초기 적용 및 평가 사례로 소개됐다.

시높시스는 이 같은 EDA와 물리 시뮬레이션의 결합을 반도체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피지컬 AI 분야로도 확대하고 있다. 앤시스는 2026 R1에서 자율주행 센서 시뮬레이션 설루션인 ‘AV엑셀러레이트 센서(AVxcelerate Sensors)’를 엔비디아 옴니버스와 연동해 가상 환경의 그래픽과 실제 센서가 마주하는 물리적 환경을 함께 모사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엔비디아 아이작 심(Isaac Sim) 등 로봇 시뮬레이션 환경과의 연계를 통해 산업용 로봇과 휴머노이드가 현실에서 겪게 될 물리적 조건과 동작을 가상 환경에서 사전에 검증하는 방향으로도 기술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앤시스 인수하고 피지컬AI, 시뮬레이션 분야까지 시너지 내는 시높시스

시높시스는 반도체 설계 수준을 지원하는 기업인 만큼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클라우드 프로그램을 통해 퓨리오사AI, 리벨리온, 하이퍼엑셀 등 초기 및 성장 단계의 AI 반도체 기업들을 지원해왔고, 또한 R&D 센터 운영 및 대학 커리큘럼 운영 등을 통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기여해왔다.

이러한 지원 방식은 앤시스를 인수하고 난 이후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샹카르 크리슈나무르티 CPDO는 “현재까지 70여 개의 스타트업이 앤시스의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지난해부터는 한국의 우주 스타트업까지 지원했다. 시높시스와 앤시스가 합병하더라도 지원 프로그램에는 변화가 없으며 향후 반도체 분야 스타트업 전반으로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핫칩스 2026에서 발표한 LPDDR5X-PIM 관련 스펙. 시높시스는 프로세싱 인 메모리 설계와 관련해 기술 지원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차세대 반도체 설계를 도울 예정이다 / 출처=핫칩스
삼성전자가 핫칩스 2026에서 발표한 LPDDR5X-PIM 관련 스펙. 시높시스는 프로세싱 인 메모리 설계와 관련해 기술 지원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차세대 반도체 설계를 도울 예정이다 / 출처=핫칩스

그러면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 구도는 더욱 강화한다. 시높시스의 국내 매출 중 높은 비중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나오지만 최근에는 모바일, 시스템 반도체 쪽으로도 확장 중이며 특히 차세대 반도체 기술인 프로세싱 인 메모리 분야도 지원할 예정이다. 샹카르 크리슈나무르티 CPDO는 “시높시스 IP 그룹은 JEDEC에 적극 협력 중이며 지난 몇 년간 위원회 활동에도 참여했다. LPDDR6 이후로의 진화는 PIM 아키텍처로의 전환을 포함하며 당사는 자사의 IP 포트폴리오를 통해 PIM 아키텍처로의 전환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높시스는 앤시스와의 통합을 계기로 기존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영역을 넘어 패키징과 멀티피직스, 시스템 시뮬레이션, 피지컬 AI까지 사업 범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의 복잡도가 높아지고 칩과 시스템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설계와 검증, 물리 해석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은 시높시스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기업 및 스타트업과의 협력 확대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및 엔지니어링 시장의 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며 그만큼 시높시스가 시장과 생태계 전반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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