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캐스팅 넘어 피지컬AI 제조로 전환…'에이치티로보틱스'가 그리는 미래 청사진
[IT동아 김동진 기자] 자동차와 가전 부품, 2차전지 모듈 등을 생산해 온 전통 제조기업이 인공지능(AI)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단순히 생산설비에 AI를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생산 데이터를 연결하고, 협력사까지 함께 AI를 활용하는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전문기업 에이치티로보틱스(HT로보틱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 기업은 최근 세아메카닉스에서 에이치티로보틱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피지컬AI 로봇부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AI 에이전트 전문기업 아티웰스와 손잡고 AI 전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IT동아를 만난 이성욱 에이치티로보틱스 대표는 제조업의 AI 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화려한 기술보다 ‘현장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한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연결하고, 현장 작업자가 이를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어야 AI 도입이 비로소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이캐스팅 전문에서 EV·ESS·로봇까지…AI 제조 플랫폼으로 변신
에이치티로보틱스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팅과 정밀 전자제품 조립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제조기업이다. LG전자와 오랜 기간 협력하며 프리미엄 TV 스탠드와 브라켓 등을 생산했고, 현재는 상업용 서비스 로봇 ‘LG 클로이(CLOi)’의 핵심 모듈을 제조한다.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전기차 GV90에 적용될 첨단 디스플레이 전장 모듈 양산도 준비 중이다.

이 기업은 사업 영역을 자동차와 에너지 분야로 빠르게 확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 1차 벤더로 북미향 에너지저장장치(ESS) 모듈 엔드플레이트를 공급하고 있으며, 전기차용 이차전지 모듈 부품을 비롯해, 현대케피코의 전기·수소차 부품 등도 생산한다. 최근에는 두산로보틱스와 피지컬 AI 협동로봇을 활용한 다이캐스팅 후처리 공정 자동화를 공동 개발하고, AI 데이터센터용 부품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이성욱 대표가 에이치티로보틱스 경영에 참여한 것은 2020년이다. 당시 회사가 보유한 다이캐스팅 기술과 전기차·전자산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에 주목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기존 제조기업을 미래 첨단산업 제조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했고, 2022년 3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사업 영역이 넓어지고, 제품 요구 수준이 높아질수록 제조 현장의 고민도 커졌다고 한다.
이성욱 대표는 “자동차 전장과 이차전지 부품은 일반 가전제품보다 엄격한 품질과 신뢰성 기준을 요구한다. 제품 종류와 공정이 늘어나면, 생산·품질·재고·설비 등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도 함께 증가한다”며 “에이치티로보틱스 역시 고객사와 생산·품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공동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하며 대응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전환을 협력 중소기업까지 확대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는 쌓이는데 활용은 어렵다…제조 AX의 현실
제조기업의 현장에는 ERP와 MES, 설비 로그, 품질·재고·생산 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가 존재한다. 하지만 시스템별로 데이터 형식과 관리 방식이 달라 이를 한곳에 모아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중소 제조기업은 전문 개발자를 별도로 두기도 어렵다.
설비와 생산 현황을 사람이 직접 확인하거나 엑셀과 문서로 데이터를 정리하고, 문제가 생긴 뒤 원인을 찾아가는 기존 업무 방식에서는 AI를 도입하더라도 활용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에이치티로보틱스가 AI 에이전트 전문 기업 아티웰스와 협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성욱 대표는 “경상북도 경제진흥원이 주관하는 ‘K-경북형 AI 동반성장 주력산업 육성 지원사업’의 앵커기업으로 참여해 아티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협력사와 함께 AI 전환의 속도와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라며 “기존 스마트팩토리 사업이 개별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집중했다면, 이번 사업은 앵커기업과 구미 지역 협력사가 함께 AI 활용 환경을 만드는 ‘상생형 동반성장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티웰스가 앵커기업인 에이치티로보틱스와 협력사에 공급하는 ‘노드 스튜디오(Node Studio)’는 ERP와 MES, 설비 로그, 품질 데이터 등을 연결해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에이전트 플랫폼”이라며 “별도의 복잡한 개발 과정을 최소화하면서 비정형 데이터 정제와 이상 징후 탐지, 데이터 조회·분석, 리포트 자동화 등의 업무 흐름을 구현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에서는 에이치티로보틱스와 협력 관계에 있는 경일산업, 백송, 성운, 제일칼라테크, 중수테크, 케이제이정공, 해성금속 등 7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재고·생산·관리 데이터를 업무 단위로 정리하고, AI 에이전트가 이를 조회하고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보다 현장을 먼저 봤다”…아티웰스 선택한 이유
이성욱 대표가 아티웰스와 협력하며 가장 높게 평가한 부분은 기술뿐만 아니라 ‘현장 밀착형 실행력’이었다.
그는 “아티웰스 관계자들은 솔루션을 구축하기에 앞서 에이치티로보틱스 협력사의 생산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회의실에서 요구사항만 전달받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공정 라인을 살펴보고 작업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기록하고 활용하는지 눈으로 확인했다”며 “단순히 AI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제조 현장을 이해하기 위해 직접 공정에 들어가 작업자들의 어려움을 살핀 후 이를 바탕으로 AI 적용 방식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AI 기술을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제조업의 도메인을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신뢰를 느꼈다는 설명이다. 솔루션 도입 전후의 가장 큰 변화도 이 지점에서 나타난다.

이성욱 대표는 “기존에는 생산과 재고, 품질 데이터가 각각의 시스템이나 업무 담당자에게 나뉘어 있어 사람이 데이터를 취합하고 비교해야 했다면, AI 에이전트를 적용한 환경에서는 여러 데이터를 연결해 필요한 정보를 조회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재고 데이터와 생산 데이터를 AI가 비교해 누락이나 불일치 항목을 찾고, 일별·공정별 생산 현황을 정리해 보고서 형태로 제공하는 식이다. 설계 문서와 재고 데이터를 연계하면, 생산에 필요한 자재 정보도 보다 빠르게 조회할 수 있다.
이성욱 대표는 “단순히 사람이 하던 업무를 AI가 대신하는 데 그치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현장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면, 향후 설비 이상 탐지나 품질 분석, 생산계획 최적화 등 보다 고도화된 AI 활용으로 확장할 기반도 마련된다”며 “아티웰스와의 협업을 통해 최첨단 AI 기술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은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에이치티로보틱스가 그리는 다음 단계…공급망 전체가 AI 활용
에이치티로보틱스가 바라보는 AI 전환의 최종 목표는 한 공장의 자동화가 아니다. 협력기업과 데이터를 연결해 공급망 전체의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성욱 대표는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가 요구하는 품질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 협력사의 생산 차질이나 품질 문제는 앵커기업의 공급망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협력기업의 제조 경쟁력이 곧 에이치티로보틱스의 경쟁력인 셈”이라고 말했다.

에이치티로보틱스는 향후 피지컬 AI 기반 로봇을 제조 현장에 확대 적용해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나아가 단순히 로봇을 사용하는 수요기업을 넘어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 공정용 로봇 모듈을 직접 제조·공급하는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구상도 세웠다.
아티웰스와 추진하는 데이터·AI 에이전트 기반의 AX는 이러한 변화의 또 다른 축이다.
이성욱 대표는 “아티웰스는 단순한 솔루션 공급사가 아니라 에이치티로보틱스가 지향하는 미래 첨단 제조 플랫폼을 지역 협력사와 함께 구현하는 전략적 파트너”라며 “앞으로도 AI 기술을 기반으로 구미 지역 중소기업의 AI 전환을 가속화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제조 AX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