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전용 자율 추종형 로봇으로 농작업 효율 높이는 ‘더로보틱스’ [농업이 잇(I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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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동진 기자] 농촌에서 가장 힘든 일 가운데 하나는 수확한 농산물을 반복해서 옮기는 작업이다. 특히 과수원처럼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30~40kg에 달하는 과일 상자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르는 일이 반복된다. 고령화로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진 지금, 이 같은 육체노동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과제로 꼽힌다.
더로보틱스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지컬 AI(Physical AI) 기반 험지 전용 자율 추종형 운반 로봇 '봇박스(botbox)'를 개발했다. 사람이 수확한 농산물을 싣기만 하면, 스스로 리모컨을 쥔 작업자를 따라다니고 지정한 장소까지 농산물을 운반한 뒤 다시 작업자에게 복귀하는 로봇이다. 사람의 힘에 의존해 온 농작업을 로봇으로 대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강동우 더로보틱스 대표에게 봇박스 개발 과정과 기술 철학, 향후 계획을 들었다.

직접 겪은 농민의 불편함…누구나 쉽게 사용할 기술 개발로 이어져
더로보틱스의 시작은 의외로 농업이 아니라 환경 분야였다. 2021년 '아트와'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그는 수자원공사, 현대자동차 등과 함께 수질 관리, 위험 지역 탐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이때 험지 자율주행 기술을 축적하며 농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으로 기술 적용 영역을 넓혔고, 2025년 더로보틱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강동우 대표가 농업용 추종 로봇 '봇박스'를 개발하며 농업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경험이다.

그는 유년시절 가족과 함께 배농사를 지었다. 수확철이면 30~40kg에 달하는 배 상자를 나르는 일이 일상이었고, 힘겨운 작업에 몰래 자리를 피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그저 농사일이 힘들다고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 로봇을 개발하면서 그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고 회상했다.
강동우 대표는 "당시 배 상자를 옮길 때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들었다"며 "젊은 나이에도 농작업의 강도는 견디기 어려웠는데, 지금 농촌은 대부분 70~75세 이상의 고령 농업인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분들이 조금 더 안전하고 편하게 일하도록 돕는 로봇이 필요하다는 걸 직접 겪었기 때문에 농업 분야에 집중해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더로보틱스의 대표 제품인 '봇박스'가 탄생했다. 봇박스는 농업인이 수확한 과일이나 농산물을 싣기만 하면 스스로 사람을 따라다니고, 지정한 장소까지 이동한 뒤 다시 작업자를 찾아오는 험지 전용 자율 추종형 운반 로봇이다. 최대 300kg까지 농작물을 적재할 수 있으며, 과수원이나 산지처럼 경사가 심한 환경에서도 궤도주행을 하는 덕분에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갯벌에서도 자유롭게 주행이 가능하다.

봇박스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기반으로 7시간 충전하면, 5시간 운용이 가능하다. 덤프 & 리프트 기능으로 농업인의 상하차 부담을 덜 수 있으며, 충돌 정지 시스템, 전류 과부하 방지, 전복 방지형 하부 설계 기능으로 안전도 챙겼다.

강동우 대표는 “더로보틱스는 '피지컬 AI'를 활용해 봇박스를 개발했다. 생성형 AI가 문서를 작성하거나 질문에 답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면, 피지컬 AI는 실제 공간에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기술”이라며 “나뭇가지를 피해 이동하고, 장애물을 우회하거나 낭떠러지를 인식해 멈추는 등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판단을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질 관리와 위험 지역 탐사 로봇을 개발한 노하우에 피지컬 AI 기술을 접목, 봇박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개발보다 농민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완성하는 과정이 더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강동우 대표는 “개발 초기에는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조작 기능도 최대한 많이 넣는 게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농가를 찾았을 때 돌아온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며 “예컨대 리모컨에 너무 많은 버튼이 있어 직관성이 떨어지고 앱 연동 과정도 복잡하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경험으로 기능을 계속 추가하는 것보다 누구나 쉽게 사용하도록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후 불필요한 기능을 과감히 덜어내고, 앱 연동 대신 직관적인 조작 방식을 적용하는 등 제품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다. 사용 설명서와 A/S까지 어르신 눈높이에 맞춰 개선했다. 당시 피드백을 반영해 봇박스 리모컨 디자인도 화려함보다 고령 농업인이 쉽게 익힐 수 있는 핵심 버튼 위주로 구성해 직관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UWB-D 기술 앞세워 농가 환경에 맞춤화한 제품 선보여
강동우 대표는 농업 환경을 잘 알고 있는 덕분에 농가 환경에 맞춤화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었다. 예컨대 과수원은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경사와 비탈길이 많아 위치 정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GPS 신호가 잘 잡히는 환경이 아니므로 이를 극복할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
이에 더로보틱스는 UWB-D(Ultra Wide Band-D) 기술을 적용,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직진성과 방향성이 좋은 전파인 UWB-D는 GPS 신호가 약한 환경에서도 봇박스가 작업자를 안정적으로 따라다닐 수 있는 기반 기술이다. UWB-D 기술 덕분에 봇박스는 험로와 경사면에서도 자율 추종 주행이 가능하다.
농업 환경에 맞춤화한 로봇을 선보이자, 실제 농가에서도 호응을 보였다. 더로보틱스는 제주 감귤 농가를 비롯한 다양한 현장에서 실증을 진행했으며, 농림축산식품부 '100-100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기술을 검증받았다. 100-100 프로젝트는 봇박스를 100곳의 농가에서 100일간 무상으로 시범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강동우 대표는 “100-100 프로젝트 후 실사용 농가를 중심으로 제품 구매와 임대 문의가 이어졌으며, 현장에서는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향상 효과가 확인됐다”며 “일부 농가에서는 자체 추산 작업 효율이 약 30% 높아지고 인건비는 약 68% 절감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더로보틱스는 2023년 농식품 창업콘테스트를 계기로 농진원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농식품 벤처육성 지원사업에 3년 연속 선정됐다. 덕분에 실증 기회와 사업화 지원,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기반을 마련했다.
강동우 대표는 "운동선수에게 감독과 코치가 필요하듯 스타트업에도 함께 방향을 잡아주는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농진원은 단순한 지원기관을 넘어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든든한 조력자였다"고 말했다.
봇박스 300개 이상 농가 보급 목표…해외 시장도 공략 중
더로보틱스의 도전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재 일본과 대만, 중국 등 해외 시장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일본 철도회사인 JR에도 로봇을 납품했다. 기차가 들어오면 객실을 청소하는 도구를 싣고, 울퉁불퉁한 자갈길인 철로를 다니는 역할을 한다.
더로보틱스는 농업을 넘어 건설과 국방 등 다양한 산업으로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160개 농가에 제품을 공급했으며, 앞으로는 300개 이상의 농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동우 대표는 "농업은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지만, 앞으로는 로봇이 사람을 보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농업인의 노동 부담을 줄이고 누구나 지속 가능한 농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현장에서 꼭 필요한 기술을 계속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