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따라 음악 바뀐다”…주거 시장 파고든 AI 오감 마케팅 전략은

[IT동아 김예지 기자] 최근 하이엔드 주거 시장을 중심으로 AI와 IoT 기술이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조명을 켜고 온도를 제어하던 수준을 넘어, 입주민의 일상에서 계절과 날씨에 맞춰 분위기까지 조율하는 방향으로다.
집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경험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는 입주민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 조명, 공기질, 온도 등을 통합 제어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삼성물산 ‘래미안 원베일리’는 ‘스타일갤러리’를 통해 입주민이 실제 주거 구조와 동일한 가상 공간에서 인테리어를 미리 설계해볼 수 있는 3D 홈스타일링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최근에는 기능 중심의 스마트홈 기술이 시각·청각 등 감각 영역으로 확장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 향기와 음악 등 요소를 활용한 이른바 오감 마케팅을 통해 주거 경험을 차별화하는 전략이 확산되면서다. 예컨대, GS건설은 지난해 프리미엄 브랜드 자이(Xi)에 ‘자이 사운드스케이프’를 선보인 바 있다.
포스코이앤씨-포자랩스 맞손…AI가 설계하는 공간 분위기

포스코이앤씨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AI 기술을 활용한 공간 설계에 나섰다. AI 음악 기술 기업 포자랩스(Pozalabs)와 손잡고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오티에르 반포’에 공간별 테마 음원 제작 및 AI 기반 음악 큐레이션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포자랩스는 AI 기술을 활용해 작곡의 장벽을 낮추고, 기업과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음악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의 경쟁력은 AI가 무작위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작곡가와 AI의 협업을 통해 음악적 완성도를 극대화한다는 점에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AI가 생성한 음원을 작곡가가 직접 다듬은 약 2000곡의 음원이 활용된다. 적용 공간은 로비, 스카이라운지, 북카페, 테라피 라운지, 피트니스 등 주요 커뮤니티 시설이다. 특히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시그니처 테마 음원이 적용되며, 음원은 매시 정각마다 재생되도록 설계됐다.

포자랩스의 AI 큐레이션 시스템은 공간의 성격과 시간대, 날씨, 계절 등 실시간 환경 데이터를 반영해 적합한 음악을 자동으로 선곡해 재생한다. 예컨대, 비가 오는 날은 차분한 선율의 음악이 흐르고, 주말 아침의 피트니스 센터에는 활기찬 음악이 나오는 식이다.
포자랩스는 “기존에는 대개 정해진 음악을 반복 재생하는 방식이었고, 일반적인 AI 음악 서비스를 활용하기에는 곡의 완성도 편차가 컸다”며, “포자랩스는 전문가의 후처리 작업을 거친 고품질 음원만을 사용하여 공간의 품격에 맞는 안정적인 사운드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운용 편의성도 갖췄다. 방재실에서 전체 공간의 음악을 중앙 통제할 수 있고, 공간별 분리 송출 기능을 지원한다. 비상 방송이나 안내 방송 시에는 음악이 자동 차단되는 안전 연동 기능도 함께 구현됐다.
저작권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포자랩스는 “자사가 직접 권리를 보유한 음원만을 활용하기 때문에 초기 구축 비용만으로 영구 사용이 가능한 라이선스를 제공한다”며, “시스템 구축부터 음원 공급까지 턴키(Turn-key) 방식으로 제공해 효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기술과 예술의 결합, 소닉 브랜딩으로 확장

포자랩스는 이번 사례를 발판 삼아 사업 구조를 ‘소닉 브랜딩(Sonic Branding)’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는 일관된 사운드 톤앤매너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청각적으로 인식시키는 마케팅 전략이다. 음악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브랜드 고유의 소리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향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미 포자랩스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디바이스 사운드를 기반으로 음악을 제작 및 발매하는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허원길 포자랩스 대표는 “앞으로도 공간의 브랜드 가치와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고려한 음악 설계를 통해 다양한 산업 분야로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거 공간을 포함해 일상에 적용되는 AI 기술이 감성의 영역으로 스며들고 있다. 소비 트렌드가 단순한 소유를 넘어 경험으로 이동함에 따라, 개인화된 경험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